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698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여러 분은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 하루였는지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기쁜 사람도 있었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겠지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겠지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요? 어떤 날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 마음도 거칠어져 가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일보다 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5982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4910
227 의심과 미움을 버리라 바람의종 2008.09.30 6832
226 무엇이 소중한가 - 도종환 (75) 바람의종 2008.09.30 6333
225 그대와의 인연 바람의종 2008.09.29 6751
224 친구라는 아름다운 이름 바람의종 2008.09.29 7915
223 네가 올 줄 알았어 바람의종 2008.09.27 5740
222 아름다움과 자연 - 도종환 (74) 바람의종 2008.09.26 7715
221 다크서클 바람의종 2008.09.26 7641
220 TV에 애인구함 광고를 내보자 바람의종 2008.09.25 9602
219 누군가를 마음으로 설득하여보자! 바람의종 2008.09.25 5464
218 쉽게 얻은 기쁨은 빨리 사라진다 바람의종 2008.09.25 5321
217 가을엽서 - 도종환 (73) 바람의종 2008.09.24 7041
216 새로운 발견 바람의종 2008.09.24 4796
215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바람의종 2008.09.23 4943
214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 도종환 (72) 바람의종 2008.09.23 9091
213 내적 미소 바람의종 2008.09.23 6862
212 기적의 탄생 바람의종 2008.09.22 6595
211 담백한 맛과 평범한 사람 - 도종환 (71) 바람의종 2008.09.19 7331
210 이치는 마음에 있다 - 도종환 (70) 바람의종 2008.09.18 7790
209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화 (69) 바람의종 2008.09.18 8425
208 목백일홍 - 도종환 (68) 바람의종 2008.09.18 9237
207 불안 - 도종환 (67) 바람의종 2008.09.09 6683
206 귀뚜라미 - 도종환 (66) 바람의종 2008.09.05 8166
205 박달재 - 도종환 (65) 바람의종 2008.09.04 5148
204 제국과 다중 출현의 비밀: 비물질 노동 바람의종 2008.09.02 9183
203 빛깔 - 도종환 (64) 바람의종 2008.09.01 65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