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1 12:21
쑥갓꽃 - 도종환 (59)
조회 수 6193 추천 수 14 댓글 0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오히려 조용히 핀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오히려 꼿꼿하게 핀다
쓰리고 아린 것을 대궁 속에 저며두고
샛노랗게 피어나는 쑥갓꽃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아우성치지 않고 핀다
한여름에 피는 쑥갓꽃을 바라보다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 오히려 조용히 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란 쑥갓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내가 피운 꽃을 보아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거나 내가 피운 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꽃들이 그러합니다. "한두 해를 살다가도 꽃은 / 오히려 꼿꼿하게" 핍니다. 속으로 얼마나 쓰리고 아른 것들이 많으면 쑥갓의 몸에 그렇게 쌉싸롬한 것들이 배어 있겠습니까? 그러나 쑥갓꽃은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을 뿐입니다. 조용히 피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피운 꽃 옆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 어떤 목소리로 있는 것일까요?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3212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2176 |
219 | 누군가를 마음으로 설득하여보자! | 바람의종 | 2008.09.25 | 5423 |
218 | 쉽게 얻은 기쁨은 빨리 사라진다 | 바람의종 | 2008.09.25 | 5291 |
217 | 가을엽서 - 도종환 (73) | 바람의종 | 2008.09.24 | 7006 |
216 | 새로운 발견 | 바람의종 | 2008.09.24 | 4767 |
215 |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 바람의종 | 2008.09.23 | 4912 |
214 |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 도종환 (72) | 바람의종 | 2008.09.23 | 9047 |
213 | 내적 미소 | 바람의종 | 2008.09.23 | 6830 |
212 | 기적의 탄생 | 바람의종 | 2008.09.22 | 6550 |
211 | 담백한 맛과 평범한 사람 - 도종환 (71) | 바람의종 | 2008.09.19 | 7298 |
210 | 이치는 마음에 있다 - 도종환 (70) | 바람의종 | 2008.09.18 | 7750 |
209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화 (69) | 바람의종 | 2008.09.18 | 8366 |
208 | 목백일홍 - 도종환 (68) | 바람의종 | 2008.09.18 | 9195 |
207 | 불안 - 도종환 (67) | 바람의종 | 2008.09.09 | 6627 |
206 | 귀뚜라미 - 도종환 (66) | 바람의종 | 2008.09.05 | 8107 |
205 | 박달재 - 도종환 (65) | 바람의종 | 2008.09.04 | 5119 |
204 | 제국과 다중 출현의 비밀: 비물질 노동 | 바람의종 | 2008.09.02 | 9137 |
203 | 빛깔 - 도종환 (64) | 바람의종 | 2008.09.01 | 6544 |
202 | 마음 - 도종환 (63) | 바람의종 | 2008.08.31 | 6325 |
201 | 양철지붕에 올라 | 바람의종 | 2008.08.27 | 9922 |
200 | 오늘 하루 - 도종환 (62) | 바람의종 | 2008.08.27 | 7633 |
199 | 오솔길 - 도종환 (61) | 바람의종 | 2008.08.27 | 7044 |
198 | 목자 - 도종환 (60) | 바람의종 | 2008.08.27 | 4813 |
197 | 하기 싫은 일을 위해 하루 5분을 투자해 보자 | 바람의종 | 2008.08.21 | 9390 |
» | 쑥갓꽃 - 도종환 (59) | 바람의종 | 2008.08.21 | 6193 |
195 | 카프카의 이해: 먹기 질서와 의미 질서의 거부 | 바람의종 | 2008.08.19 | 8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