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5 05:42
벌레 먹은 나뭇잎 - 도종환 (85)
조회 수 8255 추천 수 11 댓글 0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를 저는 좋아합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쓸모없게 된 나뭇잎입니다. 구멍이 뚫린 나뭇잎이므로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로 도움 될 게 없는 나뭇잎입니다. 벌레가 먹고 남은 흔적이 흉하게 몸에 남아 있는 나뭇잎입니다. 그런 나뭇잎을 시인은 예쁘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뭇잎이 지닌 상처 때문에 예쁘다고 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고도 말합니다. 시인은 '벌레가 갉아 먹어서 나뭇잎이 못쓰게 되었다'는 눈으로 나뭇잎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나뭇잎이 제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걸 알면서 벌레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제 몸을 덜어 남을 먹여 살린 흔적이기 때문에 벌레 먹은 구멍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몇 장은 벌레에게도 주고 짐승에게도 줄줄 아는 게 나무입니다. 제가 지닌 나뭇잎을 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제 몸의 일부를 남을 먹여 살리는 데 쓰며 살아온 떡갈나무 잎, 그 떡갈나무 잎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를 저는 좋아합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쓸모없게 된 나뭇잎입니다. 구멍이 뚫린 나뭇잎이므로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로 도움 될 게 없는 나뭇잎입니다. 벌레가 먹고 남은 흔적이 흉하게 몸에 남아 있는 나뭇잎입니다. 그런 나뭇잎을 시인은 예쁘다고 말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나뭇잎이 지닌 상처 때문에 예쁘다고 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고도 말합니다. 시인은 '벌레가 갉아 먹어서 나뭇잎이 못쓰게 되었다'는 눈으로 나뭇잎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나뭇잎이 제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걸 알면서 벌레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제 몸을 덜어 남을 먹여 살린 흔적이기 때문에 벌레 먹은 구멍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몇 장은 벌레에게도 주고 짐승에게도 줄줄 아는 게 나무입니다. 제가 지닌 나뭇잎을 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제 몸의 일부를 남을 먹여 살리는 데 쓰며 살아온 떡갈나무 잎, 그 떡갈나무 잎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6817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95945 |
277 | 쉰다는 것 | 風文 | 2023.01.05 | 483 |
276 | 피해갈 수 없는 사건들 | 風文 | 2022.05.26 | 481 |
275 | '사랑의 열 가지 방법'을 요청하라,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 | 風文 | 2022.10.11 | 481 |
274 | 내면의 향기 | 風文 | 2020.05.01 | 480 |
273 | 성냄(火) | 風文 | 2022.06.01 | 479 |
272 |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 風文 | 2023.01.13 | 479 |
271 | 보람을 얻기까지 | 風文 | 2021.09.10 | 478 |
270 | 음악이 중풍 치료에도 좋은 이유 | 風文 | 2022.01.15 | 478 |
269 | 먼저 베풀어라 - 중국 설화 | 風文 | 2022.10.05 | 478 |
268 | 내 경험에 의하면 1 | 風文 | 2023.01.23 | 478 |
267 | 아주 위험한 인생 | 風文 | 2023.09.05 | 478 |
266 | 진실이면 이긴다 | 風文 | 2023.03.25 | 477 |
265 | 거울과 등대와 같은 스승 | 風文 | 2022.05.23 | 476 |
264 | 불가능에 도전하라 | 風文 | 2022.10.17 | 476 |
263 | 소중한 비밀 하나 | 風文 | 2019.06.21 | 475 |
262 | 사랑에는 새드엔드(Sad End)가 없다 | 風文 | 2019.08.12 | 474 |
261 | 도움을 청하라 | 風文 | 2019.08.10 | 472 |
260 | '그냥, 웃는 얼굴'이 좋다 | 風文 | 2022.01.15 | 472 |
259 | 올가을과 작년 가을 | 風文 | 2023.11.10 | 472 |
258 | 끈기 | 風文 | 2019.08.06 | 471 |
257 | 이타적 동기와 목표 | 風文 | 2022.02.05 | 471 |
256 |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 風文 | 2022.05.09 | 471 |
255 | 삶을 풀어나갈 기회 | 風文 | 2022.12.10 | 471 |
254 | 아하! 실마리를 찾았어요 | 風文 | 2022.01.30 | 470 |
253 |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46. 찾고, 구하고, 묻다. | 風文 | 2021.09.08 | 4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