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505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아침에는 비가 오다 낮에는 눈발이 몰아치다 하더니 하루 종일 가랑눈 오락가락합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땔나무를 가지러 나가려다가 목도리를 두르고 목장갑을 찾아 낍니다.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몸도 마음도 긴장하게 되는데, 마종기 시인은 「겨울기도 1」이라는 시에서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나만 추워 떠는 게 아니라 이불이 얇은 많은 사람들은 다들 시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라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따뜻하게 지낼까 하는 생각만을 하지 말고 가난한 채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추운 삶을 받아드리라는 뜻이겠지요. 더 따듯한 곳에 살지 못하는 걸 불평하지 말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이 있다는 걸 고마워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밖에는 눈이 쌓이는데 오늘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하신 "당신의 긴 뜻"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우리 인생의 여러 계절을 주관하시는 그분은 우리에게 겨울을 보내 늘 조급해하고 동동거리며 사는 우리가 무얼 더 깨달아야 한다고 하신 걸까요?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52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538
319 응원 바람의종 2008.12.09 6210
318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바람의종 2008.12.08 6500
317 배려 바람의종 2008.12.08 5811
316 대수롭지 않은 것의 힘 바람의종 2008.12.06 4483
315 인생 마라톤 바람의종 2008.12.06 5493
314 사랑할수록 바람의종 2008.12.06 7755
313 창조적인 삶 바람의종 2008.12.06 6330
312 내면의 어린아이 바람의종 2008.12.06 5773
311 얼마만의 휴식이던가? 바람의종 2008.12.06 5611
» 겨울기도 - 도종환 (103) 바람의종 2008.12.06 6505
309 오송회 사건과 보편적 정의 - 도종환 (102) 바람의종 2008.12.06 7129
308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2) - 도종환 바람의종 2008.12.06 6281
307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1) - 도종환 (100) 바람의종 2008.11.29 6107
306 벽을 허물자 바람의종 2008.11.29 8071
305 에너지 언어 바람의종 2008.11.28 6766
304 손을 잡아주세요 바람의종 2008.11.27 4761
303 십일월의 나무 - 도종환 (99) 바람의종 2008.11.26 6225
302 카지노자본주의 - 도종환 (98) 바람의종 2008.11.26 6652
301 기품 바람의종 2008.11.26 8415
300 돈이 아까워서 하는 말 바람의종 2008.11.26 5730
299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 용기 바람의종 2008.11.25 6148
298 상처 난 곳에 '호' 해주자 바람의종 2008.11.24 5155
297 이해 바람의종 2008.11.22 6794
296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 도종환 (97) 바람의종 2008.11.21 7085
295 침묵의 예술 바람의종 2008.11.21 70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