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472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따뜻한 상징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어깨가 시려옵니다. 창문 쪽에서 한기가 한 호흡씩 밀려오는 게 보입니다. 커튼을 쳤지만 그것만으로 냉기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게 방안에서도 느껴집니다. 난로에 불을 피울까 하다가 오늘은 이대로 견뎌보자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큰 추위가 몰려올 걸 생각하니 땔나무를 좀 아껴야겠습니다. 오늘 같은 겨울밤, 시린 어깨를 모포로 감싸며 견뎌야 할 시련의 날들에 대해 생각하며 깊게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어떤 밤에 혼자 깨어 있다 보면 이 땅의 사람들이 지금 따뜻하게 그것보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따뜻하게 그것만큼씩 춥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발이 시리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꿈에도 소름이 조금씩 돋고 있는 것이 보이고 추운 혈관들도 보이고 그들의 부엌 항아리 속에서는 길어다 놓은 이 땅의 물들이 조금씩 살얼음이 잡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문전마다 쌀 두어 됫박쯤씩 말없이 남몰래 팔아다 놓으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밤을 건너가고 싶다 가장 따뜻한 상징, 하이얀 쌀 두어 됫박이 우리에겐 아직도 가장 따뜻한 상징이다

정진규 시인도「따뜻한 상징」이란 시에서 춥게 잠들어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이렇게 눈물겨워 합니다. 발이 시려서 깊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의 꿈에도 소름이 조금씩 돋고 있는 것이 보이고 추운 혈관들도 보이"는 것 같다고 합니다. "부엌 항아리 속에서는 길어다 놓은 이 땅의 물들이 조금씩 살얼음이 잡히고 있는" 겨울밤 "그들의 문전마다 쌀 두어 됫박쯤씩 말없이 남몰래 팔아다 놓으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 고 합니다.


















 


나도 춥고 배고프던 소년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집집마다 쌀 두어 됫박씩 걷어 마루에 놓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루에 놓여 있던 하이얀 쌀자루를 생각합니다. 내게 그 쌀자루는 언제나 따뜻한 상징입니다.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오늘도 역시 따뜻한 상징이 필요합니다. 그 상징은 진정으로 아픔을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내는 상징입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18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125
377 빈둥거림의 미학 風文 2022.06.01 435
376 나무도 체조를 한다 風文 2022.06.04 535
375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風文 2022.06.04 416
374 허둥지둥 쫓기지 않으려면 風文 2022.06.04 431
373 일단 해보기 風文 2022.06.04 453
372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風文 2022.08.18 568
371 나는 좋아, 그런데 왜 청하지 않니? 風文 2022.08.19 531
370 한 통의 전화가 가져다 준 행복 - 킴벨리 웨일 風文 2022.08.20 452
369 단도적입적인 접근이 일궈낸 사랑 風文 2022.08.21 536
368 끈질긴 요청이 가져온 성공 - 패티 오브리 風文 2022.08.22 406
367 딱 한 번의 실천이 가져온 행복 - 클로디트 헌터 風文 2022.08.23 441
366 남 따라한 시도가 가져온 성공 - TV 프로듀서 카를라 모건스턴 風文 2022.08.27 398
365 세계 평화를 요청한 소년 - 마크 빅터 한센 風文 2022.08.28 581
364 자기 가치를 요청한 여성 - 제인 블루스테인 風文 2022.08.28 353
363 1%의 가능성을 굳게 믿은 부부 - 릭 겔리나스 風文 2022.08.29 437
362 정열적으로 요청한 부부 - 젝키 밀러 風文 2022.08.30 517
361 공포와 맞서 요청한 남자 - 마크 빅터 한센 風文 2022.09.01 544
360 경험을 통해 배운 남자 - 하브 에커 風文 2022.09.02 432
359 끈질기게 세상에 요청한 남자 - 안토니 로빈스 風文 2022.09.03 435
358 101가지 소원 목록을 만들어라 - 바바라 드 안젤리스 風文 2022.09.04 276
357 열렬하게 믿어라 - 레이몬드 R. 風文 2022.09.05 526
356 자기 암시를 하라 風文 2022.09.07 445
355 꿈의 공책을 만들어라 - 패티 한센 風文 2022.09.08 968
354 소원의 시한을 정하라 風文 2022.09.09 375
353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요청한들 잃을 것이 없다 風文 2022.09.10 46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