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416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봄은 낮은 데서 옵니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산발치에서 먼저 옵니다.
언덕 위에서보다 밭둑에서 먼저 옵니다. 개울가에서 먼저 오고 담밑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옵니다. 어린 풀들은 그런데서 먼저 푸른빛을 되찾습니다. 나무 둥치 아래 모인 풀들이 푸르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가지도 하늘을 향해 어깨 관절을 풉니다.

봄은 변두리에서부터 옵니다. 사람들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논둑이나 개울가 이런 데서 먼저 옵니다. 들판 끝에서 힘들게 겨울을 견디고 고개를 든 꽃다지나 냉이의 여린 잎에서부터 옵니다. 도심에서 먼저 오지 않습니다. 아니 도시 한복판에 가장 늦게 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장 늦게 오고, 사람들이 관심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먼저 옵니다. 사람들이 따스한 눈길을 주지 않는 곳,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봄은 먼저 옵니다.

봄바람은 그런 먼 곳, 낮은 곳, 구석지고 응달진 곳에 사는 풀과 나무들을 푸르게 바꾸어 놓은 다음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와서 도시 한복판의 가로수 껍질을 깨웁니다.


/도종환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57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468
419 '사랑한다' 바람의종 2009.03.14 6137
418 정신적 지주 바람의종 2009.03.14 6235
417 없는 돈을 털어서 책을 사라 바람의종 2009.03.14 4344
416 비교 바람의종 2009.03.14 4500
415 마음의 평화 바람의종 2009.03.14 4376
414 통찰력 바람의종 2009.03.14 7142
413 그래도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9.03.14 5020
412 봄은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도종환 (142) 바람의종 2009.03.14 4992
411 봄은 차례차례 옵니다 - 도종환 (141) 바람의종 2009.03.14 6174
410 봄은 소리 없이 옵니다. - 도종환 (140) 바람의종 2009.03.14 6490
» 봄은 낮은 데서 옵니다. - 도종환 (139) 바람의종 2009.03.08 5416
408 봄은 먼데서 옵니다. - 도종환 (138) 바람의종 2009.03.08 7258
407 라일락 향기 바람의종 2009.03.03 6639
406 꿈의 징검다리 바람의종 2009.03.03 5083
405 욕 - 도종환 (137) 바람의종 2009.03.03 6091
404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습니까 - 도종환 (136) 바람의종 2009.03.01 6643
403 새 - 도종환 (135) 바람의종 2009.03.01 6010
402 저녁의 황사 - 도종환 (134) 바람의종 2009.03.01 10471
401 아침의 기적 바람의종 2009.03.01 5132
400 아빠의 포옹 그리고 스킨십 바람의종 2009.03.01 5357
399 몸 따로 마음 따로 바람의종 2009.03.01 4400
398 마음의 온도 바람의종 2009.03.01 5202
397 바람 부는 날 바람의종 2009.03.01 5713
396 가난한 집 아이들 바람의종 2009.03.01 6870
395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바람의종 2009.02.21 655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