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153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인생재난 방지대책 훈련요강 수칙」(시인 정끝별)  


  2009년 6월 1일_스물세번째





 





어우야담에 나오는 얘기다. 옛날 어느 장수가 수하의 십만 병사들에게 물었다, “이 가운데 아내가 무서운 자는 붉은 깃발 아래 서고, 무섭지 않은 자는 푸른 깃발 아래 서라”. 모든 병사가 붉은 깃발 아래 모였는데 오직 한 병사만이 ‘올연(兀然)히’ 푸른 깃발 아래 섰다. 장수가 물었다, “너는 아내가 무섭지 않느냐?”. 한 병사가 되물었다. “제 아내가 항상 ‘남자 셋이 모이면 여색(女色)을 논하니, 남자 셋이 모인 곳에 일절 가지 말라’ 했는데, 하물며 지금 십만의 남자가 모여 있지 않습니까?”
이쯤 되면, 한 병사네 가훈은 필시 이러했을 것이다, “사람 많이 가는 데 가지 마라”. 세칙 조항 중 그 일이 “남자는, 남자 셋 이상 모여 있는 데 가지 마라”였을 것이다. 가훈이 별건가. 그 집안의 수장(首將)이 되풀이하는 잔소리, 그 ‘말쌈’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인생재난 방재대책 훈련요강 수칙’들인 셈이다. 그게 또 ‘인생성공 촉진대책 훈련요강 수칙’이기도 하니까.
한 선배네 ‘인생재난 방재대책 훈련요강 수칙’의 그 세칙 조항들은 이렇다. 그 일(一), 주머니에 손 넣고 걷지 말라. 이거 중요하다. 일생을 좀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낙법(落法)에 도통할수록 인생은 안전하다는 걸. 낙법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손을 이용하는 것. 손이 바닥을 먼저 짚는 한, 최소한 머리는 안전한 법.
그 일(一), 엘리베이터 탈 때 바닥을 확인하라. 인생은 자주 상승하고 하강한다. 상승과 하강의 고속엘리베이터를 탈 때가 있는 법이다. 이때 우리는 잠시 침착해야 한다. 바닥이 있는지 확인하고 타야 안전하다. 바닥 모를 나락으로 영영 추락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 일(一), 건널목 건널 때는 가운데 서라. 뭐, 꼭,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건널목 사고의 팔할은 최첨단이나 최후단에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 그 어떤 불행이, 우리 인생을 향해 덮쳐올지 모르는 일. ‘가만 있으면 가운데는 간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학원과 학교와 학벌과 학연의 사각 링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학학대며 갈팡질팡하다 내 그럴 줄 알고도 남은직한 시한부 교육정책에 시달리는, 두 아이들을 향한 ‘인생재난 방재대책 훈련요강 수칙’을 나도 이렇게 수정했다. “공부를 못하는 건 용서하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이성을 잘 만나야 인생의 4분의 3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법. 1등이, 특목고가, 스카이대학만이 대수겠는가?














■ 필자 소개


 




정끝별(시인)



1964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문학사상》신인 발굴 시부문에 「칼레의 바다」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2005년 현재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6085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5949 

    「웃음 배달부가 되어」(시인 천양희)

  4.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5246 

    「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5.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5793 

    젊었을 적의 내 몸은

  6.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7345 

    지금의 너

  7. No Image 10Jun
    by 바람의종
    2009/06/10 by 바람의종
    Views 6600 

    「부모님께 큰절 하고」(소설가 정미경)

  8. No Image 10Jun
    by 바람의종
    2009/06/10 by 바람의종
    Views 5355 

    뿌리를 내릴 때까지

  9.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6569 

    「똥개의 노래」(소설가 김종광)

  10.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6400 

    아이의 웃음

  11.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8261 

    「친구를 찾습니다」(소설가 한창훈)

  1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111 

    1cm 변화

  13.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742 

    우리 사는 동안에

  14.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10046 

    「그녀 생애 단 한 번」(소설가 정미경)

  15.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861 

    나무 명상

  16.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8422 

    「내 이름은 이기분」(소설가 김종광)

  17.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7889 

    「스페인 유모어」(시인 민용태)

  18.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3791 

    '안심하세요, 제가 있으니까요'

  19.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602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시인 정끝별)

  20.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6354 

    「충청도 말에 대하여」(소설가 한창훈)

  21.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494 

    지난 3년이 마치 꿈을 꾼 듯

  22.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7153 

    「인생재난 방지대책 훈련요강 수칙」(시인 정끝별)

  23.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5271 

    소망의 위대함을 믿으라

  24.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5667 

    역경

  25.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9/05/29 by 바람의종
    Views 5392 

    먼 길을 가네

  26.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10900 

    「개는 어떻게 웃을까」(시인 김기택)

  27.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6062 

    「그 모자(母子)가 사는 법」(소설가 한창훈)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