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260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2009년 6월 11일_서른두번째





 





우리 마을에 초상이 났었다.


장성한 네 딸이 모여 아버지 초상을 쳤다. 딸자식이 많은 집 초상은 유난히 슬프다고 했는데 그 집이 그랬다. 사흘 동안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드디어 발인하는 날. 상여로 옮기기 직전, 집에서 망자의 마지막 식사 시간이었다. 많이 잡수고 가십시오. 네 딸은 고봉으로 담은 제삿밥을 올리고 나서 꿇어앉았다. 함지박만 한 엉덩이를 뒤로 내민 채 짜내는 울음을 쉰 목소리로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순간. 뿌우웅. 네 딸 사이에서 적잖은 방귀가 터져나와 버렸다.


줄지어 서 있던 문상객들은 쿡쿡, 웃음 참느라 곤욕을 보는데 정작 괴로운 이는 딸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있자니 모양새나 상황이 너무 민망했다. 형국 변환 시도로 큰딸이 무작정 몸을 날렸다. 짝, 소리가 나게 방바닥을 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요. 아부지 가시는 길에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요.”


이러다가 뒤집어쓰겠구나 싶은 둘째가 언니의 자세를 뒤따르며 외쳤다.


“나는 아니요, 아부지. 나는 아니요.”


그럼 셋째인들 가만 있겠는가.


“이런 경우는 없소. 아부지 가시는 길에 이래서는 안 되는 법이요.”


코너에 밀린 막내까지도 바닥을 치며 악 쓰듯 외쳤다.


“아부지는 아실 것이요, 아부지는 정녕 아실 것이요.”


 


우울했던 초상의 끝이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상여 나가는 내내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울음과 웃음이 한장소 같은 시간대에 뒤범벅되어 버린 것이다. 이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떠나는 자리에 웃음 소리 돋아났다면 그 인생도 괜찮은 인생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곤란한 상황은 벗어났는데 누가 끼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 필자 소개


 




한창훈(소설가)


1963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가던 새 본다』『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청춘가를 불러요』가 있다. 산문소설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본다』와 장편소설『홍합』『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열 여섯의 섬』등이 있다. 동화 『검은섬의 전설』과 공동 산문집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를 펴냈다. 제3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7104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96125
    read more
  3. 마중물

    Date2009.06.30 By바람의종 Views5093
    Read More
  4. 「웃는 여잔 다 이뻐」(시인 김소연)

    Date2009.06.29 By바람의종 Views9167
    Read More
  5. 결단의 성패

    Date2009.06.29 By바람의종 Views5513
    Read More
  6. 귀중한 나

    Date2009.06.29 By바람의종 Views4923
    Read More
  7.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Date2009.06.26 By바람의종 Views7429
    Read More
  8. 진실한 사람

    Date2009.06.26 By바람의종 Views6944
    Read More
  9. 「밥 먹고 바다 보면 되지」(시인 권현형)

    Date2009.06.25 By바람의종 Views8678
    Read More
  10. 「웃음 3」(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25 By바람의종 Views5775
    Read More
  11. 뜨거운 물

    Date2009.06.25 By바람의종 Views4723
    Read More
  12. 길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Date2009.06.24 By바람의종 Views4931
    Read More
  13. 「미소를 600개나」(시인 천양희)

    Date2009.06.23 By바람의종 Views6155
    Read More
  14. 「호세, 그라시아스!」(소설가 함정임)

    Date2009.06.22 By바람의종 Views6700
    Read More
  15. 산이 좋아 산에 사네

    Date2009.06.22 By바람의종 Views4450
    Read More
  16.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Date2009.06.20 By바람의종 Views6175
    Read More
  17. 「웃음 2」(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19 By바람의종 Views5721
    Read More
  18. 짧게 만드는 법

    Date2009.06.19 By바람의종 Views7049
    Read More
  19. 타인의 성공

    Date2009.06.19 By바람의종 Views7037
    Read More
  20. 「웃는 가난」(시인 천양희)

    Date2009.06.18 By바람의종 Views5855
    Read More
  21. 세 잔의 차

    Date2009.06.18 By바람의종 Views5935
    Read More
  22. 희망의 발견

    Date2009.06.17 By바람의종 Views8119
    Read More
  23. 「헤이맨, 승리만은 제발!」(소설가 함정임)

    Date2009.06.17 By바람의종 Views7561
    Read More
  24. 「웃음 1」(소설가 정영문)

    Date2009.06.16 By바람의종 Views6560
    Read More
  25. 손을 펴고도 살 수 있다

    Date2009.06.16 By바람의종 Views4614
    Read More
  26. 실천해야 힘이다

    Date2009.06.15 By바람의종 Views4105
    Read More
  27. 불편하지 않은 진실

    Date2009.06.15 By바람의종 Views433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