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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배달부가 되어」(시인 천양희)   2009년 6월 12일_서른세번째





 





살아있는 것들 중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라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웃을까. 어린아이들은 하루에 400번 정도 웃는데 나이들수록 웃음의 횟수가 줄어들어 어른이 되면 하루에 14번 정도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웃을 일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웃어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까. 괴로움의 원인이 무지(無知)에 있듯이 웃음 또한 그런 것일까 생각해 본다.


 


웃고 나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처럼 마음이 행복해지는데, 사람들은 행복해야만 웃는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웃음에 인색하게 되는 모양이다.


 


웃는 데는 안면근육을 13개 움직이면 되지만, 찡그리는 데는 60개의 안면근육을 움직여야 한다니, 미모의 찡그림보다 미소가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루에 15초씩만 웃어도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웃음이 울음을 달래 주는 명약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나는 ‘웃음이 보약’이라든가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하면서도 웃음(音)이 아름다운 음(音)이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음악이 아름답다 해도 아이의 맑고 밝은 웃음을 따를 수 없고 꽃이 화사하다 해도 활짝 핀 함박웃음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쓴웃음이나 비웃음을 빼놓고는, 어떤 웃음도 울음을 통해서 오는 것이다. 때때로 울어 본 사람만이 진정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시 배달부처럼 웃음 배달부가 되어 누군가에게 웃음 택배를 하고, 웃음 퀵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 그동안 많이 웃고 살지 못한 나도 크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고, 울음에서 웃음까지 가는 길일 것이다.














■ 필자 소개


 




천양희(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다.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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