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9 18:01

젊은 날의 초상 中

조회 수 7977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입 초기의 군중심리와도 흡사한 열정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나는 차츰 모든 것이 허망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서 무슨 천부의 권리처럼, 혹은 자명한 진리처럼 떠들었던 것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받은 오랜 국민형성교육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초등학교의 <사회생활>과 중등학교의 <공민(公民)> 및 <일반사회>에서 주입된 지식과 몇 권의 번역서에서 얻은 지식의 단편이 집적된 것일 뿐,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부여받은 권리도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것과 같은 자명(自明)의 진리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우리들의 신념체계 일반에 대한 추상적인 회의였지만, 이내 당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의심으로 발전해 갔다. 천번만번 내가 믿고 있는 일이 옳다고 다짐해도, 또 우리의 지혜가 성숙하고 사색이 깊어지면 반드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을 애써 스스로에게 설득해도, 우선 쓰라리고 서글픈 것은 그것을 향한 내 열정 속에 감추어진 충동적이고 부화적(府和的)인 요소였다.

-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3524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2530
2969 사랑 바람의종 2008.02.15 7638
2968 깨기 위한 금기, 긍정을 위한 부정 바람의종 2008.02.15 8559
2967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세계 바람의종 2008.02.16 6496
2966 안병무 '너는 가능성이다' 中 바람의종 2008.02.17 10557
2965 닥터 지바고 중 바람의종 2008.02.18 6490
» 젊은 날의 초상 中 바람의종 2008.02.19 7977
2963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그 실체는? 바람의종 2008.02.19 9708
2962 사랑을 논하기에 앞서.. 바람의종 2008.02.20 5960
2961 참새와 죄수 바람의종 2008.02.21 9720
2960 테리, 아름다운 마라토너 바람의종 2008.02.22 8636
2959 <죽은 시인의 사회> 中 바람의종 2008.02.23 8410
2958 나의 아버지는 내가... 바람의종 2008.02.24 7156
2957 죽음에 대한 불안 두 가지. 바람의종 2008.02.25 6815
2956 박상우 <말무리반도> 바람의종 2008.02.27 9806
2955 엄창석,<색칠하는 여자> 바람의종 2008.02.28 11210
2954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바람의종 2008.02.29 11058
2953 '사랑 할 땐 별이 되고'중에서... <이해인> 바람의종 2008.03.01 7249
2952 사랑 바람의종 2008.03.04 6430
2951 사람, 생명의 노래 바람의종 2008.03.04 6330
2950 새처럼 연약한 것 바람의종 2008.03.06 5443
2949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자 바람의종 2008.03.06 8643
2948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7 7154
2947 '나는 내가 바꾼다' 중에서 바람의종 2008.03.08 7983
2946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8850
2945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 바람의종 2008.03.11 94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