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0 13:44

52. 회개

조회 수 4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52. 회개

  <회개는 아주 심원한 일을 일으킨다. 온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서 눈물 흘리게 한다. 아! 아름다운 변화>

  위대한 수피 알힐라이 만소르.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지만 만소르는 갈갈이 찢겨 죽었다. 만소르는 십자가에 못 박힌 다음 먼저 다리를 잘렸다. 그래도 그는 살아 있었다. 다음엔 팔이 잘렸다. 다시 혀가 잘렸고, 양쪽 눈이 패였다. 그래도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몸통을 찢겼다. 그의 죄목은 오직 하나였다. 그가,
  "나는 진리요, 신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만소르에게 돌을 던지며 조롱하였다. 만소르는 웃었다. 발목을 잘려 피가 넘쳐 흐르자 그는 양손으로 피를 받았다. 구경하고 있던 한 사람이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만소르가 말하기를,
  <어찌 물로 손을 씻을 수 있으리? 피로써 저지른 죄는 오직 피로써만이 닦을 수 있느니. 피로써 내 손을 닦고 기도하리니>
  사람들이 손을 자르려 하자 만소르는 말하기를,
  <잠깐만, 내 기도가 끝난 다음 자르라. 손이 없으면 기도하기가 어려우니>
  만소르는 하늘을 우러르며 신에게 말했다.
  <당신은 절 속일 수 없습니다. 전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당신을 봅니다. 살인자로 나타나셨고 적으로 나타나셨어도 절속일 순 없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오셔도 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속안에 계신 당신을 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미친듯이 돌을 집어 던지며 그를 조롱하였다. 만소르는 웃고 있었다. 웃고만 있던 만소르가 돌연 울기 시작하였다. 아, 그의 친구이자 제자인 시블리가 장미 한 송이를 그에게 던졌던 것이다. 사람들이 괴이쩍어 다시 까닭을 물었다. 왜 우느냐고. 만소르가 말하기를,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저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저 시블리는 안다. 신에게 용서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임을>
  훗날 누가 시블리에게 그때 왜 장미꽃을 던져느냐고 묻자 시블리는 말했다.
  <난 군중들이 무서웠소. 내가 아무것도 던짖 않으면 군중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소. 난 만소르가 참으로 순진무구한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오.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던지지 않을 순 없었소. 난 겁장이었소. 그래서 꽃이 제격이라 생각했소. 만소르는 나의 두려움과 겁 많음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이오>
  만소르의 눈물은 시블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 후 시블리는 십여 년 동안을 거지처럼 떠돌며 가슴 에이는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나머지 인생 동안 끊임없이 회개하였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만소르를 죽였다. 적어도 나만은 그를 이해했었고, 그래서 그를 구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군중들한테 동조했다. 아 나는 그에게 꽃을 던졌다!>

  그대가 책임을 알기만 한다면 회개는 아주 심원한 일을 일으킨다. 그럴 때 자그마한 것일지라도 그대의 뿌리로 깊숙이 파고들어가, 두 눈에서만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눈물 흘리게 한다. 아, 아름다운 변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7891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6972
2777 세상을 지배하는 힘 윤안젤로 2013.03.11 9200
2776 어느 한 가로수의 독백 - 우종영 風磬 2006.11.21 9197
2775 「웃는 여잔 다 이뻐」(시인 김소연) 1 바람의종 2009.06.29 9190
2774 항상 웃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갖는다 바람의종 2012.09.18 9181
2773 전 존재를 기울여 바람의종 2012.11.30 9160
2772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 도종환 (72) 바람의종 2008.09.23 9158
2771 칼국수 風文 2014.12.08 9150
2770 나를 바라보는 시간 風文 2015.07.26 9137
2769 토닥토닥 바람의종 2012.09.14 9135
2768 '병자'와 '힐러' 윤안젤로 2013.05.27 9129
2767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능력 윤안젤로 2013.03.18 9128
2766 한계점 윤안젤로 2013.04.03 9118
2765 「성인용품점 도둑사건」(시인 신정민) 바람의종 2009.07.17 9086
2764 불사신 風文 2014.12.03 9086
2763 관점 風文 2014.11.25 9075
2762 공기와 장소만 바꾸어도... 바람의종 2012.06.01 9069
2761 들국화 한 송이 - 도종환 (78) 바람의종 2008.10.09 9059
2760 청년의 가슴은 뛰어야 한다 風文 2014.08.18 9058
2759 '짓다가 만 집'과 '짓고 있는 집' 윤안젤로 2013.03.28 9038
2758 쉬어가라 바람의종 2012.05.18 9021
2757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9010
2756 '보이는 것 이상' 윤영환 2013.05.13 9006
2755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中 - 바람의종 2008.03.10 8978
2754 그대에게 의미있는 일 바람의종 2012.12.17 8978
2753 국화(Chrysanthemum) 호단 2006.12.19 89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