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413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름다운 곳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란 시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고 첫눈 소식도 없는데 오늘 아침 불쑥 이 시가 생각난 것은 이 시의 밑에서 네 번째 행에서 두 번째 행까지의 내용 때문입니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박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되지만 세상은 이런 질곡을 겪으며 오히려 더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화합과 공존과 나눔과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회가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패권주의 예외주의가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지, 신보수주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신념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시장전체주의와 그것을 뒷받침 하던 논리들이 낡은 이념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새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정책 방향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실패와 파탄을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던 수레는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 기다림의 새 못을"치기로 합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도종환/시인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4713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22Oct
    by 바람의종
    2008/10/22 by 바람의종
    Views 5108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 도종환 (84)

  4. No Image 22Oct
    by 바람의종
    2008/10/22 by 바람의종
    Views 8719 

    좋은 생각, 나쁜 생각

  5. No Image 22Oct
    by 바람의종
    2008/10/22 by 바람의종
    Views 5858 

    아무도 가지 않은 길

  6. No Image 23Oct
    by 바람의종
    2008/10/23 by 바람의종
    Views 7041 

    눈물 속에 잠이 들고, 기쁜 마음으로 일어났다

  7. No Image 23Oct
    by 바람의종
    2008/10/23 by 바람의종
    Views 7847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8. No Image 24Oct
    by 바람의종
    2008/10/24 by 바람의종
    Views 5820 

    깊이 바라보기

  9. No Image 25Oct
    by 바람의종
    2008/10/25 by 바람의종
    Views 8177 

    벌레 먹은 나뭇잎 - 도종환 (85)

  10. No Image 25Oct
    by 바람의종
    2008/10/25 by 바람의종
    Views 7575 

    멈출 수 없는 이유

  11. No Image 27Oct
    by 바람의종
    2008/10/27 by 바람의종
    Views 8185 

    헤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12. No Image 29Oct
    by 바람의종
    2008/10/29 by 바람의종
    Views 7646 

    혼자라고 느낄 때

  13. No Image 29Oct
    by 바람의종
    2008/10/29 by 바람의종
    Views 5991 

    내 몸은 지금 문제가 좀 있다

  14. No Image 29Oct
    by 바람의종
    2008/10/29 by 바람의종
    Views 6495 

    은행나무 길 - 도종환 (86)

  15. No Image 30Oct
    by 바람의종
    2008/10/30 by 바람의종
    Views 8368 

    김성희의 페이지 - 가을가뭄

  16. No Image 30Oct
    by 바람의종
    2008/10/30 by 바람의종
    Views 5972 

    사랑도 뻔한 게 좋다

  17. No Image 30Oct
    by 바람의종
    2008/10/30 by 바람의종
    Views 10187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87)

  18.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8/10/31 by 바람의종
    Views 7337 

    백만장자로 태어나 거지로 죽다

  19. No Image 31Oct
    by 바람의종
    2008/10/31 by 바람의종
    Views 5866 

    아홉 가지 덕 - 도종환 (88)

  20.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08/11/01 by 바람의종
    Views 5918 

    세상사

  21.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08/11/03 by 바람의종
    Views 7431 

    청소

  22.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7359 

    "10미터를 더 뛰었다"

  23.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6404 

    그대의 삶은...

  24.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7074 

    안네 프랑크의 일기 - 도종환 (89)

  25.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6746 

    떨어지는 법 - 도종환 (90)

  26.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6413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도종환 (91)

  27.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08/11/11 by 바람의종
    Views 6918 

    아주 낮은 곳에서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