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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와 하트의 저작 『제국』은 현대 세계 정치 질서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는 유용한 인식틀을 제공한다. 특히 제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주목하는 노동 개념의 변화는 새로운 주체인 다중의 출현과 맞물려서 우리 삶의 조건을 분석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한 근대화(modernization)의 시기에는 노동이 물질에 기초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반면 현대의 노동 개념에서는 비물질이라는 개념이 동원된다. 근대의 물질 노동이 임금노동,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이라면, 비물질 노동은 비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이다.

맑스의 정의에 따르면 비물질적 생산은 연극배우의 연기와 같은 ‘비물질적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 혹은 직접적인 상품 생산 과정 속에서 생산되는 동시에 유통되고 소비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연극배우의 연기는 행해지는(생산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유통되고 소비되며, 공연이 끝나면 사라진다. 여기서 노동은 마치 하나의 사건과도 같다. 사건을 구성한 사람들이 사라지면, 아무 것도 아닌게 된다.

이와 같은 맑스의 두 정의는 이탈리아 비물질 노동 학파에 의해 깊이 있게 연구되었으며, 대표적인 연구자인 빠올로 비르노는 맑스의 두 번째 정의에 무게 중심을 두며, 네그리는 초기에 첫 번째 정의를 강조하였지만, 1990년대 이후 『제국』에서는 맑스의 두 번째 정의가 더 근본적인 것이라고 보고 여기에 중점을 두고 비물질 노동의 개념을 사용한다.














비물질 노동의 유형은 크게 지식(Knowledge), 정보(Information), 소통(Communication), 정감(Affect)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책이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것은 지식에 관련된 것이고, 정보는 지식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소통과 정감은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에 의해서 강조된 것으로 보살핌 노동, 돌봄 노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비물질 노동은 물질 노동에 대해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 헤게모니는 단순히 양적인 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비율일지라도 비물질 노동이 산업노동, 농업노동에 대해 우선성을 가지며 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산업시대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농작물의 양이 변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농경지가 개척되었던 것처럼, 비물질 노동의 헤게모니는 농업노동의 서비스화, 지성화나 공업노동의 컴퓨터화에 영향을 미친다.













비물질 노동의 헤게모니 하에서 우리는 두 가지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첫째는 노동과 삶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드러나는 다양한 모습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소통과 정감이라는 비물질 노동이 갖는 잠재적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첫째와 관련해서, 근대 노동 개념에서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던 유형의 노동이 노동의 개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과거 가정에서 여성이 대부분 담당했던 육아, 가사, 돌봄은 사회화 되어 서비스 노동이 됐다. 청소 대행업체, 심부름 업체, 애인 대행업체 등 삶의 많은 부분이 동일한 방식으로 노동의 개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근대의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임금 노동만이 유일한 노동이었다면, 이제는 비물질 노동이 기존의 생산 부문과 삶의 영역 전반에 걸쳐서 노동으로 재개념화되고 있는 것이다. 삶의 남은 부분은 점차 적어지고, 노동의 부분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삶의 일부가 노동이었던 데서 노동 안에 삶이 들어오는 것으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비물질 노동의 헤게모니 하에서는 인간도 생산된다. 줄기세포의 문제나 유전자의 공학적 조작은 인간 생산의 가능성과 직결된다. 생명체들은 산업의 산물이 된다. 동·식물 복제 뿐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암을 갖고 있는 온코마우스라고 하는 새로운 종도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삶의 형태도 생산된다. 컬러 TV의 보편화는 식사 시간에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서 밥을 먹는 모습을 낳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밥 먹는 모습을 등장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사랑, 결혼, 취업 등 삶의 모든 방식의 변화에도 연결된다.

이와 같은 비물질 노동의 지식, 정보의 측면은 사유화의 문제와 관계되며 인간 삶의 부정적 조건들을 창출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네그리가 주목하는 소통과 정서의 측면은 형성되는 부정적 조건을 해체하는 새로운 주체의 출현을 암시한다. 『제국』에서도 몇 차례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뒤에 출간된 『다중』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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