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121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입을 여는 나무들 / 도종환




나뭇가지에 어린잎이 막 새 순을 내미는 모습은 참 예쁩니다.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앙증맞다고 해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린 새의 부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펜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 막 연초록의 부리를 내미는 어린잎들이 무어라고 재잘댈 것 같기도 하고, 저마다 사월 하늘에 푸른 글씨를 쓸 것도 같습니다. 신달자 시인은 그것을 나무들이 몸의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표현합니다.
  
  
"어린 말씀들이 돋기 시작했다 / 나무들이 긴 침묵의 겨울 끝에 / 몸의 입을 열기 시작했었다 / 바람이 몇 차례 찬양의 송가를 높이고 / 봄비가 낮게 오늘의 독서를 읽고 지나가면 / 누가 막을 수 없게 / 말씀들은 성큼 자라나 잎 마다 성지를 이루었다 / 결빙의 겨울을 건너 부활한 성가족 / 의 푸른 몸들이 넓게 하늘을 받는다 / 잎마다 하늘 하나씩을 배었는지 너무 진하다 / 말씀 뚝뚝 떨어진다"
  ---「녹음미사」중에서

  
  봄 숲에 봄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성당에서 성서를 읽는 독서의 소리라고 생각하고, 나무마다 어린 나뭇잎이 돋아나는 모습을 "결빙의 겨울을 건너 부활한 성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새로 돋는 나뭇잎에서 부활을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봄숲에서 나뭇잎이 자라나는 모습을 "장엄한 녹음미사"라고 상상합니다.
  
  사월 나뭇잎에서 가톨릭의 미사를 떠올리는 종교적 상상도 아름답지만 부활이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봄비처럼 쏟아지는 통회의 눈물, 통성기도의 후끈한 고백성사를 거친 뒤에 오는 것이라는 그 말씀 또한 아름답습니다. 나뭇잎들이 그렇게 부활하며 다시 태어나듯 우리도 이 사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4150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지하철에서 노인을 만나면 무조건 양보하라

  4. No Image 14May
    by 윤영환
    2008/05/14 by 윤영환
    Views 6030 

    부처님 말씀 / 도종환

  5. No Image 20May
    by 바람의종
    2008/05/20 by 바람의종
    Views 7326 

    편안한 마음 / 도종환

  6. No Image 22May
    by 바람의종
    2008/05/22 by 바람의종
    Views 6697 

    달을 먹다

  7. 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고 한다.

  8. No Image 09Apr
    by 바람의종
    2008/04/09 by 바람의종
    Views 8290 

    화개 벚꽃 / 도종환

  9. No Image 10Apr
    by 바람의종
    2008/04/10 by 바람의종
    Views 9796 

    4월 이야기

  10. No Image 11Apr
    by 바람의종
    2008/04/11 by 바람의종
    Views 6646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 납니다

  11. No Image 14Apr
    by 바람의종
    2008/04/14 by 바람의종
    Views 6937 

    네비게이션에 없는 길 / 도종환

  12. No Image 16Apr
    by 바람의종
    2008/04/16 by 바람의종
    Views 6689 

    자족에 이르는 길 / 도종환

  13. No Image 18Apr
    by 바람의종
    2008/04/18 by 바람의종
    Views 12902 

    산벚나무 / 도종환

  14. No Image 21Apr
    by 바람의종
    2008/04/21 by 바람의종
    Views 9244 

    용연향과 사람의 향기 / 도종환

  15. No Image 24Apr
    by 바람의종
    2008/04/24 by 바람의종
    Views 6888 

    섬기고 공경할 사람 / 도종환

  16. No Image 25Apr
    by 바람의종
    2008/04/25 by 바람의종
    Views 7121 

    입을 여는 나무들 / 도종환

  17. No Image 28Apr
    by 바람의종
    2008/04/28 by 바람의종
    Views 8359 

    참는다는 것 / 도종환

  18. No Image 29Apr
    by 바람의종
    2008/04/29 by 바람의종
    Views 6756 

    하나의 가치

  19.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08/04/30 by 바람의종
    Views 5323 

    만족과 불만 / 도종환

  20. No Image 02May
    by 바람의종
    2008/05/02 by 바람의종
    Views 9448 

    젖은 꽃잎 / 도종환

  21. No Image 05May
    by 바람의종
    2008/05/05 by 바람의종
    Views 6357 

    어린이라는 패러다임 / 도종환

  22.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08/05/08 by 바람의종
    Views 7081 

    어머니 / 도종환

  23.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08/05/09 by 바람의종
    Views 8353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24. No Image 04Sep
    by 바람의 소리
    2007/09/04 by 바람의 소리
    Views 6748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25. No Image 20Dec
    by 바람의종
    2007/12/20 by 바람의종
    Views 8073 

    solomoon 의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17대 대선 특별판)

  26.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08/02/15 by 바람의종
    Views 7174 

    신종사기

  27.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08/03/16 by 바람의종
    Views 6476 

    노인과 여인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