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4609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산맥과 파도


겨울 동해에 다녀왔습니다. 바위에 제 몸을 몰아다가 던지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았습니다. 아아아, 소리 지르며 보았습니다. 험한 바위를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게 터져 올랐습니다. 물결이 물결의 등을 밀고와 끝없이 쓰러지는 파도를 보며 아름다운 소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부서지면서 결코 부서지지 않는 물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끝없이 파도치고 있어서 아름다운 바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밀려올 때도 있고 밀려갈 때도 있지만 그것 자체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외설악의 산맥을 보았습니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다웠습니다. 눈보라 치고 눈이 쌓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산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눈보라 치는 날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앞산이 뒷산 또 그 뒷산과 이어지며 험한 능선끼리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 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 놓았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당신이 살아온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 놓고 있는지요? 험한 삶을 험한 채 놓아두시지 말고 아름답게 바꾸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도 격랑인 채로 놓아두지 마십시오. 암초를 만나서 파도는 더욱 아름답게 솟구쳐 오르지 않습니까? 아니 그냥 겨울동해바다에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파도치는 바다를 한나절쯤 바라보다 오시기 바랍니다.



/도종환 시인


  1. No Image notice by 風文 2023/02/04 by 風文
    Views 4975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2. 친구야 너는 아니

  3.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6211 

    새해 산행 - 도종환 (116)

  4.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6302 

    세 가지 즐거움 - 도종환 (117)

  5.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4635 

    '10분만 문밖에서 기다려라'

  6.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5683 

    향기로운 여운

  7.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3357 

    꿈을 안고....

  8. No Image 23Jan
    by 바람의종
    2009/01/23 by 바람의종
    Views 4515 

    모두 다 당신 편

  9.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4119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118)

  10.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5204 

    화이부동(和而不同) - 도종환 (119)

  11.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5526 

    군고구마 - 도종환 (120)

  12.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4609 

    산맥과 파도 - 도종환 (121)

  13.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4583 

    껍질

  14.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3706 

    빗대어

  15.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6191 

    젊어지는 식사

  16.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4989 

    내 인생 내가 산다

  17.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4278 

    설 명절

  18. No Image 24Jan
    by 바람의종
    2009/01/24 by 바람의종
    Views 5155 

    곁에 있어 주는 것

  19. 집중력

  20. 영혼의 창

  21. 어울림

  22.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9/02/01 by 바람의종
    Views 6160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23. 황무지

  24.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9/02/02 by 바람의종
    Views 5602 

    설날 - 도종환

  25.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9/02/02 by 바람의종
    Views 8223 

    핀란드의 아이들 - 도종환 (123)

  26.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9/02/02 by 바람의종
    Views 6090 

    기뻐 할 일 - 도종환 (124)

  27.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9/02/02 by 바람의종
    Views 21300 

    세한도(歲寒圖) - 도종환 (1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