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3 06:47
초겨울 - 도종환 (109)
조회 수 8107 추천 수 15 댓글 0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 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풍경이 쓸쓸해지면 사람도 쓸쓸해집니다. 산과 들이 쓸쓸한 모습으로 바뀌면 마음도 쓸쓸해집니다. 갈참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마다 마음도 그렇게 떨어져 어디론가 날려갑니다. 나뭇잎이 우수수 질 때도, 날려가고 남은 구릿빛 잎들이 산비탈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걸 볼 때도 마음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나마 꽃이란 꽃 다 진 들판에 억새풀 몇 개 남아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흔들리며 서 있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나무는 나뭇잎을 다 잃어버린 채 빈 가지만으로 서 있고, 들에는 꽃이 없습니다. 강에는 새들도 떠나고 없고, 주위에는 따뜻한 말을 건네 오는 벗이 없습니다.
. |
살얼음이 얼면서 아침이면 땅도 얼어붙고 우리들의 마음도 얼어붙습니다. 삭막해지는 풍경 속에서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도 쓸쓸히 살아 있습니다.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친구야 너는 아니
-
신의 선택
-
기초, 기초, 기초
-
따뜻한 사람의 숨결 - 도종환 (107)
-
젊은 친구
-
사랑을 받고 큰 아이가 사랑을 베풀 줄 안다
-
바다로 가는 강물 - 도종환 (108)
-
굿바이 슬픔
-
슬픔의 다음 단계
-
초겨울 - 도종환 (109)
-
일곱 번씩 일흔 번의 용서 - 도종환 (110)
-
하늘에 반짝반짝 꿈이 걸려있다
-
진흙 속의 진주처럼
-
자랑스런 당신
-
예수님이 오신 뜻 - 도종환 (111)
-
외물(外物)
-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
-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라
-
눈 - 도종환 (112)
-
어떤 이가 내게 정치소설가냐고 물었다 - 이외수
-
따뜻한 상징 - 도종환 (113)
-
아남 카라
-
남들도 우리처럼 사랑했을까요
-
슬픔을 겪은 친구를 위하여
-
출발점 - 도종환 (114)
-
집 짓는 원칙과 삶의 원칙 - 도종환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