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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9 05:47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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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이야기의 무대는 고대의 사막의 한 오아시스이다. 이 오아시는 사방 수천리가 모래로 둘려 쌓여 있어서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가끔은 수대에 걸처서 한 두번 정도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물건을 사고 파는 대상들이거나, 정복을 위해서 떠나는 병사들이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평생에 몇번 보지 못하는 일이다. 이런 마을에 나그네가 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밖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인가 한번은 밖으로 나가보리라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러나 막상 밖으로 나가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두명 정도는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곧 머리를 설래 설래 흔들며 돌아온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은 너무 넓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꺼야, 나도 간신히 살아서 돌아 왔어"
나그네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매양 걱정을 하고는 했다. 자신도 나가 보고 싶었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바람결에 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꿈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한명의 노인이 어린 아이들을 모아 놓고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이세상의 끝에는 이 사막보다도 넓은 곳이 있다. 그곳에는 물이 가득 차 있는데 그 물은 맛이 이상하단다. 어린아이 하나가 노인에게 물었다.
"물이 맛이 이상하다니요. 물이 어떻게 맛이 이상할 수가 있어요"
"허허허 그건 나도 잘 모른단다. 단지 언제 부터인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란다."
노인은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어른이 되면 한번 가보렴. 너는 갈 수 있을 꺼야"
"너는 갈 수 있을 꺼야"
나그네가 눈을 뜬 것은 새벽의 미명이 밝아 올 때였다. 사람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마을은 고요했다. 나그네는 물주머니와 낙타를 데려다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그가 낙타에 올랐을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은 사막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말리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불확실한 사막보다는 편안한 이곳의 삶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그네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자 사람들은 그를 보내 주었다. 몇몇의 젊은이들은 그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언제인가는 저렇게 한번 나가보리라 생각을 하는 듯이. 몇몇의 노인들은 나그네에게 사막에서의 생존을 일러 주었다. 나그네는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나갔다.
며칠을 갓을까. 나그네는 방향을 잡지 않고 낙타가 가는 곳으로 놔두었다. 낙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샘물도 찾아내는 동물이었다. 몇번이나 낙타의 도움으로 샘물을 찾아서 먹을 수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나그네를 경계했지만 나그네가 바다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먹을 것과 물을 기꺼이 내주었다. 그렇게 길을 떠난지 몇달이 지났다. 나그네는 떠도는 풍문을 따라서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하늘의 지붕으로 일컬어 지는 곳이었다. 너무도 높은 산이 있어서 그곳에 올라가면 하늘 아래가 다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그네는 그 말을 믿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산이 보이는 곳까지 다달았을때 나그네는 벅차오르는 희열로 몸을 주체 할 수 없었다. 이제 바다를 찾을 수 있겠구나. 나그네는 낙타를 빨리 몰고 나갔다. 그러나 산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달을 산의 윤곽만 쫒아서 갔다. 그리고 드디어 산의 가장자리에 다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낙타가 산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나그네는 낙타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 산을 넘고나서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낙타를 두고 갈 수 는 없었다. 그러나 데리고 갈 수 도 없었다. 산은 가파라서 낙타를 업고 갈 수도 없었다. 결국 나그네는 낙타를 풀어 놓았다. 다른 여행객이 있다면 그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리라 생각을 했다. 산 밑은 평평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산 정상을 향해 갈 수 록 산은 가파라지고 몸이 얼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다. 나그네는 잠시 주저했다. 산의 정상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고, 바람은 점점 더 차가워저 오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죽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려 갈까 생각을 했지만, 내려가도 이제는 갈데가 없었다. 혼자서 드넓은 사막을 걸어서 돌아 갈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그네는 입술을 깨물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그네가 산고봉에 섯을때는 새벽의 별이 지고 있을 때였다. 어둠이 걷히면서, 안개가 걷히면서 산아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멀리까지. 그곳에는 파아란 물결이 있었다. 아니 물과는 조금 달랐다. 나그네는 처음보는 풍경이어서 저곳에는 바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을 맨발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피로도 고생도 모두 산 정상에 내버려두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는 한 곳만 바라보고 달렸기 때문에 주위에 양떼가 있는지도 몰랐다. 한달음에 산을 내려온 나그네는 숲의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나무들이 빼곡이 차 있었다. 두리번 거리던 나그네는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몇몇이 떼지어 다니고 있었다. 헌데 그들은 각기 공통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허리에 붉은 허리띠를 매고 있었다. 그들은 나그네를 이상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쑥덕이더니 한 곳으로 총총히 달려갔다. 나그네는 길을 따라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리에 푸른 띠를 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도 나그네를 보자 신기한 듯이 바라보며 총총히 사라졌다. 나그네는 그중 한 사람을 불럿지만 아무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나그네가 성 문앞에 이르자 성문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나와서 나그네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네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허리에 붉은 띠를 맨 사람들이 두패로 나뉘어 있었고, 허리에 푸를 띠를 맨 무리가 역시 두패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은 나그네가 다가가자 한 걸음씩 물러났다. 그리고 나그네가 한 걸음 물러나면 자신들이 한 걸음 다가 왔다.
"나는 바다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 입니다. 부디 그 길을 아는 분이 있으면 길을 일러 주십시요"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군중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대는 잠시 기다리시오. 곧 현인들께서 나오실 것이오. 그 분들은 바다로 가는 길을 알고 계시오."
"정말입니까."
"그렇소."
그러자 다른 세 부류에서 야유의 소리가 터저 나왔다. 그리고 잠시뒤에 네명의 화려한 복장을 한 노인들이 나왔다. 붉은 허리띠를 맨 두 노인과 푸른 허리띠를 맨 두 노인이었다. 그들은 서로 간격을 두고 앉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군중들도 무리별로 간격을 두고 앉았다. 맨 좌측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바다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자라고 들었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을 아시면 일러 주십시요. 제가 사는 곳에는 바다가 무엇인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다는 물이 아주 많이 모여 있는 곳이오. 그리고 그 맛은 이곳의 물과는 틀리오.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중에는 바다를 같다가 온 분들이 계시오. 우리는 그분들의 동상을 세우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고 있소. 그리고 당신같은 여행자들을 위해서 그 분께서는 지도를 남기셨소"
노인은 품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갈대를 역어서 만든 책이었다. 너무 낡아서 만지면 곧 부스러질 것 같았다. 나그네는 반짝이는 눈으로 지도를 바라보았다. 지도에는 무수한 산과 강이 그려져 있었고 대충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그네는 그것을 보고 기가 질려 버렸다.
"저렇게 먼 거리라면 지도가 있더라도 길을 잊어 먹기가 쉽겠군요"
그러자 같이 푸른 띠를 멘 노인이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이번것은 조금 덜 낡아 있었다.
"이 지도를 보게 저것 보다는 쉽게 나와있네, 지도의 전문가가 저것을 보고 그린 것이지. 우리는 이것때문에 오래동안 싸워왔네. 우리도 바다를 찾아 떠나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있지만, 어느 것이 확실한 지도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네. 그러나 나는 이것이 확실한 지도임을 믿네"
나그네는 두개의 지도를 번갈아 보았다. 두 지도는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확실히 후자가 세세히 그려 놓고 있었다. 이번에는 붉은 띠를 두른 노인이 지도를 꺼냈다.
"우리는 북쪽에서 온 여행자들이라네. 우리 마을에는 이 지도가 전해져 오고 있었지 그래서 언제가 바다를 찾아 여행하리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네. 그리고 마을 사람중 몇몇이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나서 이곳까지 왔네. 그런데 여기에 있는 지도는 우리 마을의 지도와는 상반이 되네. 그래서 우리는 갈피를 잡지 못하였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바다를 가리키는 지도라고 생각하네."
나그네는 그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 지도는 앞의 두 지도와는 아주 상반이 되었다. 앞의 지도가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 지도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그네는 혼란 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빙긋이 웃으며 지도를 건네 주었다.
"이걸 가지고 가게. 나는 이제 이 지도를 따라 여행하기에는 너무 늙엇네. 그러니 이 지도를 가지고 자네가 가게."
"노인장께서는 누구에게나 이 지도를 주십니까"
"그렇네. 저렇게 소중히 간직할것이 무엇이 있나. 나는 내가 얻은 지도를 다시 많은 종이에 옮겨 그렸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도를 하나씩 가지고 있네."
"그럼 왜 저들은 길을 떠나지 않지요"
"저들은 지금 혹시나 하고 있네. 이 지도가 아니면 어떻게 하는가. 그들은 우리의 논쟁이 끝난다면 마지막 남는 지도를 가지고 길을 떠날걸세"
나그네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언제쯤 논쟁이 끝이 날것 같습니까"
"그건 우리도 모르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논쟁은 있어왔네. 그리고 자네가 원한다면 우리중 한 곳에 들어가서 논쟁이 끝이 날때까지 지켜볼 수 있네"
나그네는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렵니다. 여기서 논쟁이 끝날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네는 바다에 갈 수 있네. 조금만 기다려 보게. 우리의 논쟁이 곧 끝날 테니까"
나그네는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돌아가렵니다."
나그네는 축처진 어깨를 뒤로하고 다시 산으로 향했다. 아주 천천히 산을 올라갔다. 급할 것이 없었다. 산들바람이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산중턱에 다다르자 목이 마르는 것이 느껴왔다. 그러고 보니 하룻동안 물한모금 마시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그네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위에는 양떼가 있었고, 그 양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양치기 노인이 졸고 있었다. 나그네는 그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장께서는 언제 부터 이곳에 계셨읍니까"
"나는 줄곳 이곳에 있었네"
나그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어제 아침에 이곳에 왔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하하하 나는 자네를 보았다네, 자네는 너무도 빨리 산을 내려가더군, 나는 혹시나 자네가 다칠까봐 걱정이 됬는데 이렇게 무사한 것을 보니 기쁘네"
나그네는 고개를 끄떡였다.
"물을 좀 얻어 먹을 수 있을까요"
"양젖이 있네. 괞챦겠나"
"예"
나그네는 양젖을 먹고나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었다. 양치기 노인이 물었다.
"자네는 무슨 이유로 그리도 급히 산 아래로 뛰어 갔는가"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그래서 사막을 건너고 이 산을 넘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 숲과 도시를 보게 되었지요. 저곳에 가면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 꺼라는 생각에 급히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바다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던가"
"모르겠습니다. 바다를 같다고 온 사람들이 남겼다는 지도를 보니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바다는 어떤 곧인가"
"저도 잘 모릅니다. 듣기로는 물이 아주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이 아주 이상하다고 합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흠 물이 많이 모인 곳이라"
노인은 가죽주머니에든 양젓을 쏱아 부었다. 그러자 나그네가 휘둥그레 놀라며 노인을 제지했다.
"노인장, 양젖이 다 흐릅니다."
"허허허. 양젖이 흐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네. 보게"
양젖은 산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멈추어 버렸다. 나그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은 이와 같이 아래로 흐르네. 이 산에 있다보니 그것 하나는 알게 되더군. 바다라는 곳이 물이 아주 많이 모인 곳이라면 아마도 많은 물을 필요로 할걸세. 저 샘물을 보게"
노인이 가리킨 곳은 양떼의 가운데에 솟아 오르는 샘물이었다. 그곳에서는 조금씩 물이 아래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저물도 언제가는 바다로 흘러가겠지. 저물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가 나올거라는 생각이 드네. 바다가 그토록 크다면 저 작은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지는 않을 걸세"
나그네는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노인에게 총총히 작별을 고하고 샘물을 따라 갔다. 그뒤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흐르는 물을 따라가게. 먹을 수 있는 물을 따라가게. 고인 물은 먹을 수 없으니. 먹을 수 없는 물은 흐르는 물이 아니네"
나그네는 시냇물을 따라 여행하면서 많은 도시를 지나쳤다.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각기 지도를 들고 그를 맞이 했다. 나그네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차 있었고, 낡고 산발한 머리가 지저분해 보였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걸 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가 바다에 도달하면 자신들의 마을에도 들러달라고 하면서 양식들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샘물을 따라가기를 몇년여. 샘물은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이 되었다. 그리고 나그네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곳은 사막보다도 더 넓은 곳이었다. 그 넓은 곳에 가득히 물이 차 있었고, 하늘의 태양마저도 바다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그네는 바닷물로 첨벙첨벙들어갔다. 맛이 이상했다. 먹을 수 없는 물이었다. 그러나 그 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 안에는 물고기들이 가득차 있었다. 나그네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이 목구멍으로 마구 마구 들어갔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나그네가 눈을 떳을때 자신이 딱딱하고 뜨거운 곳 위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욱 입에서 무언가 마구 쏱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걸 먹게나"
나그네는 까칠한 손이 건네주는 걸 먹었다. 무슨 풀 같았는데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것을 우물우물먹자 속이 좀 괞챦아 지는 것 같았다. 노인은 무슨 실로 된 것을 손질하고 있었다.
"노인장 그건 뭡니까."
"물고기를 잡는 걸세. 그물이라고 하지. 헌데 사람이 잡힐 줄은 누가 알았겠나. 허허허 자네도 바다를 찾아 온 사람인가"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늙은 어부들에게는 전해저 내려오는 전설이 있네. 가끔 가다가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건지곤 한 어부들이 있지. 그들은 대부분 바다를 찾아 온 여행자들이라네. 내가 그 여행자를 낚는 행운을 잡을 줄이야. 허허허 이제 손주녀석에게 해 줄 이야기가 생겼네."
나그네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는 어떻게 할 건가. 이곳에 남는 사람들도 있고, 다시 떠나는 사람들도 있네"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바다물을 가지고 갈 방법이 없습니까"
"어디다 담아 갈 생각인가. 아마도 먼 길을 왔을텐데. 물은 곧 증발해 버리네. 바다가 큰 이유는 강물들이 다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들어 온 물들이 곧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큰 것이네"
"방법이 없겠습니까"
"한가지 있기는 있네"
노인은 나그네를 데리고 한 곳으로 같다. 그곳에는 사각형으로된 곳에 바닷물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하얀 가루가 깔려 있었다. 노인은 그곳에서 하얀 가루를 푸대에 담아 주었다.
"이걸 물에다 타면 바다 맛이 날걸세. 이곳에서는 이걸로 음식을 해먹지. 많이 너서 먹으면 못먹네만 조금만 넣으면 아주 맛이 좋다네"
나그네는 그곳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소금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시 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그가 가지고 온 소금의 맛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그는 처음 도착한 도시까지 왔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소문이 먼저 이 도시에 온 것이었다. 나그네는 이제 한 웅큼 남은 소금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모여들어 그가 들려주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소금물의 맛을 보았다. 군중들을 헤치고 네명의 노인이 다가왔다. 그리고 네 노인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서 바다게 가게 되었소"
나그네는 자신이 냇물을 따라 간것과 바다까기 가면서 보았던 풍경들과 도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노인들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면전에서 물러나와 자신들끼리 쑥덕거렸다.
"그는 바다에 가는 길을 모르오"
"그렇소. 그가 말한 것은 우리들의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는 길이오."
"그러나 그는 어느 이상한 곳에는 간 것같소"
"기다립시다. 그는 곧 떠날 것이오. 사람들은 다시 우리들의 지도를 필요로 할 것이오. 그때까지만 기다립시다."
네 노인은 서로 마주 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지도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산으로 갔다. 각기 자신의 스승들이 물려준 지도를 소중히 간직하고서.


 



바람은 멈추는 순간 사라진다 - 유재용 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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