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6 09:57
겨울기도 - 도종환 (103)
조회 수 6632 추천 수 12 댓글 0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아침에는 비가 오다 낮에는 눈발이 몰아치다 하더니 하루 종일 가랑눈 오락가락합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땔나무를 가지러 나가려다가 목도리를 두르고 목장갑을 찾아 낍니다.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몸도 마음도 긴장하게 되는데, 마종기 시인은 「겨울기도 1」이라는 시에서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나만 추워 떠는 게 아니라 이불이 얇은 많은 사람들은 다들 시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걸 생각하라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따뜻하게 지낼까 하는 생각만을 하지 말고 가난한 채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추운 삶을 받아드리라는 뜻이겠지요. 더 따듯한 곳에 살지 못하는 걸 불평하지 말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이 있다는 걸 고마워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밖에는 눈이 쌓이는데 오늘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하신 "당신의 긴 뜻"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겠지요. 우리 인생의 여러 계절을 주관하시는 그분은 우리에게 겨울을 보내 늘 조급해하고 동동거리며 사는 우리가 무얼 더 깨달아야 한다고 하신 걸까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12288 |
공지 | 친구야 너는 아니 1 | 風文 | 2015.08.20 | 101672 |
910 | 자식과의 거리 | 風文 | 2016.12.12 | 6607 |
909 | 노인과 여인 | 바람의종 | 2008.03.16 | 6608 |
908 | 한 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 바람의종 | 2012.12.24 | 6609 |
907 |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 도종환 (132) | 바람의종 | 2009.02.18 | 6611 |
906 | 온화한 힘 - 도종환 | 바람의종 | 2008.07.21 | 6613 |
905 | 행복의 양(量) | 바람의종 | 2008.10.20 | 6615 |
904 | 스스로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말라 | 바람의종 | 2007.06.07 | 6616 |
903 | 절제 | 바람의종 | 2009.10.10 | 6616 |
902 | 「진수성찬」(시인 이상섭) | 바람의종 | 2009.08.11 | 6618 |
901 |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도종환 (91) | 바람의종 | 2008.11.11 | 6621 |
900 | 환희 | 바람의종 | 2009.08.31 | 6626 |
899 | 겨울 준비 - 도종환 (104) | 바람의종 | 2008.12.08 | 6630 |
» | 겨울기도 - 도종환 (103) | 바람의종 | 2008.12.06 | 6632 |
897 | 인생의 빛과 어둠이 녹아든 나이 | 바람의종 | 2007.12.27 | 6634 |
896 | 철이 들었다 | 바람의종 | 2011.06.28 | 6634 |
895 | 교환의 비밀: 가난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 바람의종 | 2008.04.22 | 6638 |
894 |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 바람의종 | 2012.05.23 | 6641 |
893 | 「웃음 1」(소설가 정영문) | 바람의종 | 2009.06.16 | 6642 |
892 |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 | 바람의종 | 2012.08.20 | 6643 |
891 | 「똥개의 노래」(소설가 김종광) | 바람의종 | 2009.06.09 | 6644 |
890 | 나도 자라고 너도 크고... | 바람의종 | 2012.10.16 | 6648 |
889 | 청춘의 기억 | 바람의종 | 2012.04.30 | 6649 |
888 | 사랑의 선물 | 바람의종 | 2012.07.26 | 6649 |
887 | 은행나무 길 - 도종환 (86) | 바람의종 | 2008.10.29 | 6651 |
886 | '좋은 사람' 만나기 | 바람의종 | 2012.04.16 | 66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