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418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름다운 곳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란 시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고 첫눈 소식도 없는데 오늘 아침 불쑥 이 시가 생각난 것은 이 시의 밑에서 네 번째 행에서 두 번째 행까지의 내용 때문입니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박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되지만 세상은 이런 질곡을 겪으며 오히려 더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화합과 공존과 나눔과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회가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패권주의 예외주의가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지, 신보수주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신념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시장전체주의와 그것을 뒷받침 하던 논리들이 낡은 이념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새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정책 방향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실패와 파탄을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던 수레는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 기다림의 새 못을"치기로 합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866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689
2777 아,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 도종환 (84) 바람의종 2008.10.22 5116
2776 좋은 생각, 나쁜 생각 바람의종 2008.10.22 8727
2775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바람의종 2008.10.22 5862
2774 눈물 속에 잠이 들고, 기쁜 마음으로 일어났다 바람의종 2008.10.23 7046
2773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바람의종 2008.10.23 7857
2772 깊이 바라보기 바람의종 2008.10.24 5836
2771 벌레 먹은 나뭇잎 - 도종환 (85) 바람의종 2008.10.25 8182
2770 멈출 수 없는 이유 바람의종 2008.10.25 7575
2769 헤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바람의종 2008.10.27 8194
2768 혼자라고 느낄 때 바람의종 2008.10.29 7656
2767 내 몸은 지금 문제가 좀 있다 바람의종 2008.10.29 5998
2766 은행나무 길 - 도종환 (86) 바람의종 2008.10.29 6495
2765 김성희의 페이지 - 가을가뭄 바람의종 2008.10.30 8371
2764 사랑도 뻔한 게 좋다 바람의종 2008.10.30 5977
2763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87) 바람의종 2008.10.30 10193
2762 백만장자로 태어나 거지로 죽다 바람의종 2008.10.31 7337
2761 아홉 가지 덕 - 도종환 (88) 바람의종 2008.10.31 5871
2760 세상사 바람의종 2008.11.01 5918
2759 청소 바람의종 2008.11.03 7431
2758 "10미터를 더 뛰었다" 바람의종 2008.11.11 7367
2757 그대의 삶은... 바람의종 2008.11.11 6404
2756 안네 프랑크의 일기 - 도종환 (89) 바람의종 2008.11.11 7082
2755 떨어지는 법 - 도종환 (90) 바람의종 2008.11.11 6746
»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도종환 (91) 바람의종 2008.11.11 6418
2753 아주 낮은 곳에서 바람의종 2008.11.11 69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