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430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상은 아름다운 곳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란 시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고 첫눈 소식도 없는데 오늘 아침 불쑥 이 시가 생각난 것은 이 시의 밑에서 네 번째 행에서 두 번째 행까지의 내용 때문입니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그렇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지배 권력의 천박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되지만 세상은 이런 질곡을 겪으며 오히려 더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화합과 공존과 나눔과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사회가 보여주었던 일방주의 패권주의 예외주의가 한계에 와 있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폭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탄 내는지, 신보수주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신념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시장전체주의와 그것을 뒷받침 하던 논리들이 낡은 이념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새 세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정책 방향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실패와 파탄을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던 수레는 멈추어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 기다림의 새 못을"치기로 합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95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793
2777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風文 2022.01.30 417
2776 연애를 시작했다 風文 2022.05.25 417
2775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風文 2023.01.13 417
2774 35살에야 깨달은 것 風文 2023.10.10 417
2773 인재 발탁 風文 2022.02.13 418
2772 경험을 통해 배운 남자 - 하브 에커 風文 2022.09.02 418
2771 자기 암시를 하라 風文 2022.09.07 418
2770 디오뉴소스 風文 2023.08.30 418
2769 딱 한 번의 실천이 가져온 행복 - 클로디트 헌터 風文 2022.08.23 419
2768 약속을 요구하라 주인장 2022.10.20 419
2767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風文 2023.04.28 419
276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2.1 風文 2023.04.20 420
2765 60조 개의 몸 세포 風文 2023.07.22 420
2764 소리가 화를 낼 때, 소리가 사랑을 할 때 風文 2021.11.10 422
2763 가만히 안아줍니다 風文 2021.10.09 423
2762 37조 개의 인간 세포 風文 2022.02.01 423
2761 좋은 독서 습관 風文 2023.02.03 423
2760 아이들의 말이 희망이 될 수 있게 風文 2022.05.26 424
2759 '사랑의 열 가지 방법'을 요청하라, 어리다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 風文 2022.10.11 424
2758 버섯이 되자 風文 2023.01.03 424
2757 곡지(曲枝)가 있어야 심지(心志)도 굳어진다 風文 2023.04.06 424
2756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7。1。 風文 2023.11.11 424
2755 나를 버린 친모를 생각하며 風文 2023.02.16 425
2754 춤을 추는 순간 風文 2023.10.08 425
2753 목화씨 한 알 風文 2020.05.03 4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