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0182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산과 들의 나무들이 황홀하게 물들고 있는 가을입니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나무가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한 해 동안 나무를 나무이게 만든 것은 나뭇잎입니다. 꽃이나 열매보다 나무를 더 가까이 하고, 나무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나뭇잎입니다. 꽃은 아주 잠깐 나무에게 왔다가 갑니다. 열매도 나뭇잎처럼 오랜 시간 나무와 함께 있지는 않습니다. 봄에 제일 먼저 나무를 다시 살아나게 한 것도 나뭇잎이고, 가장 오래 곁에 머물고 있는 것도 나뭇잎입니다.
  
  나뭇잎을 뜨거운 태양 볕으로부터 보호해 준 것도 나뭇잎이지만, 바람에 가장 많이 시달린 것도 나뭇잎입니다. 빗줄기에 젖을 때는 빗줄기를 막아주었고, 벌레와 짐승이 달려들 때는 자기 몸을 먼저 내주곤 했습니다. 나무도 나뭇잎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잘 알겁니다. 나뭇잎은 '제 삶의 이유' 였고 '제 몸의 전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나뭇잎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무는 압니다.
  
  그것까지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섭니다. 나는 단풍으로 황홀하게 물드는 나무를 보며, 버리면서 생의 절정에 서는 삶을 봅니다. 방하착(放下着)의 큰 말씀을 듣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467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3525
2777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風文 2022.01.11 409
2776 아이들이 번쩍 깨달은 것 風文 2022.01.28 409
2775 '정말 힘드셨지요?' 風文 2022.02.13 409
2774 삶을 풀어나갈 기회 風文 2022.12.10 409
2773 어머니의 육신 風文 2022.05.20 410
2772 자기 암시를 하라 風文 2022.09.07 411
2771 쉰다는 것 風文 2023.01.05 412
2770 사랑스러운 관계 風文 2023.01.28 412
2769 디오뉴소스 風文 2023.08.30 412
2768 여기는 어디인가? 風文 2021.10.31 413
2767 연애를 시작했다 風文 2022.05.25 413
2766 곡지(曲枝)가 있어야 심지(心志)도 굳어진다 風文 2023.04.06 413
2765 흥미진진한 이야기 風文 2023.07.29 413
2764 감사 훈련 風文 2023.11.09 413
2763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風文 2022.01.30 414
2762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風文 2023.01.13 414
2761 인재 발탁 風文 2022.02.13 415
2760 60조 개의 몸 세포 風文 2023.07.22 416
2759 소리가 화를 낼 때, 소리가 사랑을 할 때 風文 2021.11.10 417
2758 삶의 조각 風文 2019.08.28 418
2757 차 맛이 좋아요 風文 2022.12.14 418
2756 좋은 독서 습관 風文 2023.02.03 418
2755 약속을 요구하라 주인장 2022.10.20 419
2754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風文 2022.02.10 420
2753 아이들의 말이 희망이 될 수 있게 風文 2022.05.26 4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