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390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찬란한 슬픔의 봄 / 도종환




강진에 있는 김영랑 시인 생가 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자주색 모란꽃도 다 다 졌겠지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말았겠지요.
  김영랑시인의 그 가없는 기다림은 또 시작되었을까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까요?
  삼백 예순 닷새 중에 꽃 피어 있는 날은 채 닷새 남짓한 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왜 김영랑시인은 나머지 날들은 늘 섭섭해 하면서 살았을까요?
  
  김영랑시인에게 모란은 그냥 모란이 아니었을 겁니다. 남도의 봄은 삼월이면 오기 시작하고 사월이면 온갖 꽃이 다투어 피는데 오월이 가까워져도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나의 봄"을 기다린다고 말한 데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기다리는 나만의 봄, 모란꽃으로 빗대어 상징적으로 말한 그런 특별한 봄, 그것 자체가 "뻗쳐오르던 내 보람"인 봄, 그런 봄이 나의 봄입니다. 그런 봄이 잠깐 내게 왔다가 가고 나머지 날들은 슬픔 속에서 보내지만 그 슬픔이 언젠가는 "찬란한 슬픔"으로 완성될 것임을 믿으며 어두운 역사의 시간을 견디며 기다렸던 것입니다.
  
  "찬란한 슬픔"이란 말은 모순된 말입니다. 슬픔이 어떻게 찬란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이런 시적역설 속에 역설의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슬픈 날들을 견디는 것도 언젠가는 이 슬픔의 날들 끝에 찬란한 시간이 오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러면 우리의 슬픔도 찬란한 슬픔이 되는 것이지요?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5075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93942
    read more
  3. 여린 가지 / 도종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7711
    Read More
  4. 길 떠나는 상단(商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8976
    Read More
  5.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Date2008.06.21 By바람의종 Views7111
    Read More
  6. 우산

    Date2008.06.19 By바람의종 Views7149
    Read More
  7.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Date2008.06.13 By바람의종 Views7014
    Read More
  8.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Date2008.06.11 By바람의종 Views7966
    Read More
  9.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Date2008.06.11 By바람의종 Views5598
    Read More
  10. 촛불의 의미 / 도종환

    Date2008.06.09 By바람의종 Views7751
    Read More
  11.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Date2008.06.07 By바람의종 Views6809
    Read More
  12. 등 / 도종환

    Date2008.06.02 By바람의종 Views7857
    Read More
  13. 폐허 이후 / 도종환

    Date2008.05.31 By바람의종 Views8145
    Read More
  14.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Date2008.05.31 By바람의종 Views6865
    Read More
  15.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Date2008.05.29 By바람의종 Views8633
    Read More
  16.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Date2008.05.27 By바람의종 Views4497
    Read More
  17. 매너가 경쟁력이다

    Date2008.05.27 By바람의종 Views5208
    Read More
  18. 오늘 다시 찾은 것은

    Date2008.05.26 By바람의종 Views7183
    Read More
  19. 초록 꽃나무 / 도종환

    Date2008.05.23 By바람의종 Views10052
    Read More
  20. 이런 인연으로 살면 안 될까요

    Date2007.09.03 By바람의 소리 Views9898
    Read More
  21. 지금 시작하고, 지금 사랑하자!

    Date2007.09.03 By바람의 소리 Views7896
    Read More
  22.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

    Date2007.08.31 By바람의 소리 Views8604
    Read More
  23. 물처럼 사는것이 현명한 삶이다

    Date2007.08.20 By바람의 소리 Views6685
    Read More
  24. 들꽃 나리

    Date2007.06.26 By. Views6622
    Read More
  25. Gustav Klimt and the adagietto of the Mahler 5th symphony

    Date2008.03.27 By바람의종 Views13855
    Read More
  26. 아버지는 누구인가?

    Date2008.03.19 By바람의종 Views7296
    Read More
  27. 비닐 우산

    Date2008.03.19 By바람의종 Views526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