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5.08 13:01

어머니 / 도종환

조회 수 7095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머니 / 도종환




어머니 살아 계실 적에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 당신이 막노동판에서 벽돌을 등에 지고 비지땀을 흘리며 나르실 때, 함께 지나가던 동무들이 말했습니다. "정홍아, 네 어머니 저기 일하시네." "잘못 봤어, 우리 어머니 아니야, 우리 어머니는 저런 일 안 해." 다 떨어진 옷을 입고, 길고 힘든 노동에 지쳐 뼈만 남은 얼굴로 일하시는 어머니를, 나는 보고도 못 본 척했습니다.
  
  그날부터 사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머니 일하시던 공사장, 그 길 가까이 지나갈 수 없습니다. 내 어린 시절의 부끄러움이 그 길에 배어 비바람 불고 눈보라 몰아쳐도, 아무리 씻고 또 씻고 지워도 그대로 남아서, 시퍼렇게 멍든 상처로 남아서....
  
  서정홍 시인이 쓴「지금까지」라는 시입니다. "길고 힘든 노동에 지쳐 뼈만 남은 얼굴로 일하시"던 어머니. 우리 어머니들 중에는 이런 어머니 많았습니다. 가난한 살림 꾸려가느라, 자식 키우느라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들 참 많습니다. 그런 어머니 학교에 오시면 부끄러워 숨던 자식들 있었습니다. 길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보고 못 본 척 피하던 자식들 있었습니다.
  
  사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그 어린 시절의 부끄러움 때문에 "아무리 씻고 또 씻고 지워도 그대로 남아" 있는 부끄러운 상처 때문에 눈물 흘리는 자식들 있습니다. 시퍼렇게 멍든 상처 때문에 어머니가 일하시던 그 길 가까이 지나갈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나환자일지라도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는데.




 

  1.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Date2023.02.04 By風文 Views4961
    read more
  2. 친구야 너는 아니

    Date2015.08.20 By風文 Views93846
    read more
  3. 여린 가지 / 도종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7711
    Read More
  4. 길 떠나는 상단(商團)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8972
    Read More
  5. 목민관이 해야 할 일 / 도종환

    Date2008.06.21 By바람의종 Views7111
    Read More
  6. 우산

    Date2008.06.19 By바람의종 Views7149
    Read More
  7.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Date2008.06.13 By바람의종 Views7014
    Read More
  8. 화려한 중세 미술의 철학적 기반

    Date2008.06.11 By바람의종 Views7966
    Read More
  9.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

    Date2008.06.11 By바람의종 Views5598
    Read More
  10. 촛불의 의미 / 도종환

    Date2008.06.09 By바람의종 Views7751
    Read More
  11. 이로움과 의로움 / 도종환

    Date2008.06.07 By바람의종 Views6809
    Read More
  12. 등 / 도종환

    Date2008.06.02 By바람의종 Views7857
    Read More
  13. 폐허 이후 / 도종환

    Date2008.05.31 By바람의종 Views8145
    Read More
  14. 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Date2008.05.31 By바람의종 Views6865
    Read More
  15.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Date2008.05.29 By바람의종 Views8633
    Read More
  16. 느낌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Date2008.05.27 By바람의종 Views4497
    Read More
  17. 매너가 경쟁력이다

    Date2008.05.27 By바람의종 Views5205
    Read More
  18. 오늘 다시 찾은 것은

    Date2008.05.26 By바람의종 Views7180
    Read More
  19. 초록 꽃나무 / 도종환

    Date2008.05.23 By바람의종 Views10052
    Read More
  20. 이런 인연으로 살면 안 될까요

    Date2007.09.03 By바람의 소리 Views9897
    Read More
  21. 지금 시작하고, 지금 사랑하자!

    Date2007.09.03 By바람의 소리 Views7893
    Read More
  22.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

    Date2007.08.31 By바람의 소리 Views8604
    Read More
  23. 물처럼 사는것이 현명한 삶이다

    Date2007.08.20 By바람의 소리 Views6685
    Read More
  24. 들꽃 나리

    Date2007.06.26 By. Views6622
    Read More
  25. Gustav Klimt and the adagietto of the Mahler 5th symphony

    Date2008.03.27 By바람의종 Views13855
    Read More
  26. 아버지는 누구인가?

    Date2008.03.19 By바람의종 Views7294
    Read More
  27. 비닐 우산

    Date2008.03.19 By바람의종 Views526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