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026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산과 들의 나무들이 황홀하게 물들고 있는 가을입니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나무가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한 해 동안 나무를 나무이게 만든 것은 나뭇잎입니다. 꽃이나 열매보다 나무를 더 가까이 하고, 나무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나뭇잎입니다. 꽃은 아주 잠깐 나무에게 왔다가 갑니다. 열매도 나뭇잎처럼 오랜 시간 나무와 함께 있지는 않습니다. 봄에 제일 먼저 나무를 다시 살아나게 한 것도 나뭇잎이고, 가장 오래 곁에 머물고 있는 것도 나뭇잎입니다.
  
  나뭇잎을 뜨거운 태양 볕으로부터 보호해 준 것도 나뭇잎이지만, 바람에 가장 많이 시달린 것도 나뭇잎입니다. 빗줄기에 젖을 때는 빗줄기를 막아주었고, 벌레와 짐승이 달려들 때는 자기 몸을 먼저 내주곤 했습니다. 나무도 나뭇잎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잘 알겁니다. 나뭇잎은 '제 삶의 이유' 였고 '제 몸의 전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나뭇잎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무는 압니다.
  
  그것까지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섭니다. 나는 단풍으로 황홀하게 물드는 나무를 보며, 버리면서 생의 절정에 서는 삶을 봅니다. 방하착(放下着)의 큰 말씀을 듣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66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772
277 5분 글쓰기 훈련 風文 2015.01.20 6755
276 59. 큰 웃음 風文 2021.11.05 358
275 58. 오라, 오라, 언제든 오라 風文 2021.10.31 391
274 57. 일, 숭배 風文 2021.10.30 361
273 56. 지성 風文 2021.10.28 381
272 55. 헌신 風文 2021.10.15 360
271 54. 성 風文 2021.10.14 572
270 53. 집중 風文 2021.10.13 364
269 52. 회개 風文 2021.10.10 401
268 51. 용기 風文 2021.10.09 414
267 50. 자비 風文 2021.09.15 379
266 4월 이야기 바람의종 2008.04.10 9833
265 49. 사랑 2 風文 2021.09.14 433
264 4.19를 노래한 시 - 도종환 (106) 바람의종 2008.12.12 7092
263 3분만 더 버티세요! 風文 2015.02.17 6663
262 3년은 기본 바람의종 2010.05.13 3243
261 3~4년이 젊어진다 風文 2022.12.20 296
260 38번 오른 히말라야 바람의종 2010.07.03 3526
259 37조 개의 인간 세포 風文 2022.02.01 514
258 35살에야 깨달은 것 風文 2023.10.10 521
257 3,4 킬로미터 활주로 바람의종 2012.11.21 7593
256 2도 변화 바람의종 2009.03.24 7162
255 28살 윤동주와 송몽규의 한 맺힌 순국 風文 2022.05.25 587
254 27센트가 일으킨 기적 風文 2020.07.12 1488
253 24시간 스트레스 風文 2023.08.05 5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