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1 18:24

독도 - 도종환

조회 수 6851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여러 해 전에 독도에 다녀온 뒤에 쓴 시입니다. 독도는 지질학적으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섬입니다. 아니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입니다. 독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독도는 외로운 섬입니다. 우리에게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입니다.
  
  일본의 후안무치한 주장은 일단 분쟁지역으로 묶어두는 것만 해도 정치적으로 얻는 게 있다는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우파의 민족주의를 자극해도 표가 되고 보수표의 기반 중의 하나인 어민들 표와 지지를 모으는 데도 별로 손해될 게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강력 대응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까지 잘못된 역사 잘못된 사실을 가르치겠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뻔뻔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종환/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6712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5827
2877 길 떠나는 상단(商團) 바람의종 2008.06.23 8987
2876 여린 가지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6.23 7740
2875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48
2874 빈 병 가득했던 시절 바람의종 2008.06.27 5976
2873 雨中에 더욱 붉게 피는 꽃을 보며 바람의종 2008.07.01 7721
2872 얼굴빛 바람의종 2008.07.03 6476
2871 이장님댁 밥통 외등 바람의종 2008.07.04 8805
2870 후배 직원을 가족같이 사랑하라 바람의종 2008.07.09 6867
2869 왕이시여,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바람의종 2008.07.09 8062
2868 생각의 집부터 지어라 바람의종 2008.07.12 6320
2867 벌주기 바람의종 2008.07.16 6275
2866 사과 바람의종 2008.07.18 6424
2865 용서 바람의종 2008.07.19 6521
2864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61
2863 온화한 힘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553
2862 권력의 꽃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934
2861 창의적인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329
2860 개울과 바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9162
2859 평화의 촛불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025
2858 임숙영의 책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966
2857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10211
2856 유쾌한 시 몇 편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351
2855 좋은 사람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836
2854 모기 이야기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8259
» 독도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685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