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7 15:59
오늘 하루 - 도종환 (62)
조회 수 7737 추천 수 14 댓글 0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도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여러 분은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낸 하루였는지요? 오늘 만난 사람 중에 기쁜 사람도 있었고 실망한 사람도 있었겠지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겠지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을까요? 어떤 날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날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 마음도 거칠어져 가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일보다 하루를 사람답게 사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도종환/시인 |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친구야 너는 아니
-
의심과 미움을 버리라
-
무엇이 소중한가 - 도종환 (75)
-
그대와의 인연
-
친구라는 아름다운 이름
-
네가 올 줄 알았어
-
아름다움과 자연 - 도종환 (74)
-
다크서클
-
TV에 애인구함 광고를 내보자
-
누군가를 마음으로 설득하여보자!
-
쉽게 얻은 기쁨은 빨리 사라진다
-
가을엽서 - 도종환 (73)
-
새로운 발견
-
글에도 마음씨가 있습니다
-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 도종환 (72)
-
내적 미소
-
기적의 탄생
-
담백한 맛과 평범한 사람 - 도종환 (71)
-
이치는 마음에 있다 - 도종환 (70)
-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화 (69)
-
목백일홍 - 도종환 (68)
-
불안 - 도종환 (67)
-
귀뚜라미 - 도종환 (66)
-
박달재 - 도종환 (65)
-
제국과 다중 출현의 비밀: 비물질 노동
-
빛깔 - 도종환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