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마음이 강해야 내  소원도 이루어진다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4. 가족들과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하여

   진면목을 요청하라 - 헬리스 브릿지

 나는 나른한 햇살 속에서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온몸에서 긴장이 다 풀리는 듯했다. 내 벤치의 한쪽 끝엔 숙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은 양, 허리가 구부정하게 휘고 가냘픈 체구인데다 마녀 같은 매부리코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왠지 나는 그녀에게 끌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길을 바다에 두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는 충동적으로 노숙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질문했다.

  "우리가 서로를 두 번 다시 못할 거라면, 저에게 진정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시렵니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두 뺨 위로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를 그토록 생각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우."

  그녀는 흐느꼈다. 나는 한 손을 가볍게 그녀의 어깨에 얹고 위로하며 말했다.

  "여기 제가 있잖습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우. 하지만 우리 어머니 말씀이, 내  행동이 너무 굼뜨다는 거야.  그래서 발레를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했수. 하지만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우.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나는 네 살 때부터 나만의 춤을 연습해 왔어. 나는 어머니 몰래 옷장에 숨어서 연습했었다우."
  "저에게 그 춤을 보여 주십시오."

  내가 청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나를 다시 보았다.

  "내 춤을 보고 싶수?"
  "그럼요."

  그리고 나는 기적을 봤다. 그녀의 얼굴에서 오랜 세월에 걸친  고통의 흔적은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높이 들고 어깨를 뒤로 활짝 펴고 당당하게 일어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아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온 세상이  그녀를 위해 멈춰선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평생토록 기다려  왔던 무대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싶어했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큰 숨을 들이켰다. 몇  초 전만 해도 흐릿했던 그녀의 눈빛이 지금은 살아  있는 것처럼 반짝거렸다. 그녀는 우아하게 발끝으로 서서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실로  대가다운 몸짓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서 펼쳐진 기적을 응시했다. 추하고, 늙고, 비참한 노파가  유리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로 변신한 것이다.  그녀는 평생을 걸려 춤을 익혔고, 단 몇 초 동안 춤을 췄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달성되었다. 그녀는 춤을 췄다! 이제 그녀는 울며 웃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녀가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녀의 모든 말에 귀를 귀울였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발레리나입니다. 당신을 만나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작별 인사를 했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와 손을 흔들며 작별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부터, 나는 어디를 가든 발걸음을 멈춰서서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려고 힘쓴다. 나는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질 때마다 기적을 목격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2898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1808
3018 153세 냉동인간이 부활했다? - 냉동인간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09.19 46471
3017 ‘옵아트’ 앞에서 인간은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바람의종 2007.08.15 45893
3016 '푸른 기적' 風文 2014.08.29 38790
3015 사랑이 잔혹한 이유는 에로스 신 부모 탓? 바람의종 2008.03.27 26029
3014 쥐인간의 죄책감은 유아기적 무의식부터? - 강박증에 대하여 바람의종 2007.10.10 25003
3013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 형제라고? 바람의종 2007.08.09 22097
3012 세한도(歲寒圖) - 도종환 (125) 바람의종 2009.02.02 21280
3011 희망이란 風文 2013.08.20 19047
3010 '야하고 뻔뻔하게' 風文 2013.08.20 18611
3009 현대예술의 엔트로피 바람의종 2008.04.09 18381
3008 정말 당신의 짐이 크고 무겁습니까? 바람의종 2007.10.10 18376
3007 그가 부러웠다 風文 2013.08.28 17876
3006 136명에서 142명쯤 - 김중혁 윤영환 2006.09.02 17831
3005 다다이즘과 러시아 구성주의에 대하여 바람의종 2010.08.30 17668
3004 Love is... 風磬 2006.02.05 17611
3003 커피 한 잔의 행복 風文 2013.08.20 17321
3002 히틀러는 라디오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바람의종 2008.08.05 16498
3001 자연을 통해... 風文 2013.08.20 16492
3000 흉터 風文 2013.08.28 16200
2999 젊은이들에게 - 괴테 바람의종 2008.02.01 16091
2998 신문배달 10계명 風文 2013.08.19 15278
2997 길 떠날 준비 風文 2013.08.20 15238
2996 세계 최초의 아나키스트 정당을 세운 한국의 아나키스트 바람의종 2008.07.24 15065
2995 방 안에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 마그리트 ‘낯설게 하기’ 바람의종 2007.02.08 1504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21 Next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