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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동래와 영도 - 새울이뫼에서 고마뫼로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은  동래에서 비롯되었고 동래는 금정산 자락에서 유래되었다. 금정산은 태백의 줄기가 남으로 뻗어 내리다가 동남단 해안에서 멈춘 부산의 진산이다. 이 산에는 국내 최대라는 금정산성이 건재해 있고 산자락에는 유서깊은 대찰 범어사가  자리하고 있다.

  "동래현 북방 20여리에 금정산이 있고 그 정상에 우물이 있다. 둘레가 십여척이며 깊이가 일곱치에 이른다. 항상 마르지 않으며 물빛은 황금색으로 빛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 한 마리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 우물에서 놀았다 하여 산 이름을 금정이라 하고, 또 이로 인해 절을 짓고 이름을 범어사로 하였다."

  옛 문헌에 전하는 금정산과 범어사의 유래에 대한  기록이다. 이 산에는 "금샘"이라는 바위샘이 있는데, 비록 금빛 물고기는 없으나 지금도 언제나 물이 고여 있다. 산이름의 기원이 된 금샘을 찾는 길은 한나절은 족히 걸리는 멋진 산행이다. 범어사 동편 산록에 계명봉이라 불리는, 삼각형의 가파른 산봉우리가 솟아 있다. 가을이면 금정산에서 가장 현란하게 단풍으로 장식되는 범어사 경내의 암자인 계명암 일주문 앞에 서면 멀리 부산 앞바다의 풍경이 펼쳐진다. 암자 스님의 말에 의하면 이곳 계명봉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면 섬이 마치 지네처럼 보이고, 반대로 대마도에서 이곳을 보면 닭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이름조차 자웅석계라 적은 문헌도있다. 지네와 닭은 자고초 천적사이니 대마도에 사는 왜인들이 닭 형상의 계명봉을  좋게 볼 리 만무하다. 오늘날  자웅석계가 본래의 모습을 잃은 것은 일제 때 왜인들이 이곳 암탉 바위를 훼손 했기 때문이라 한다.

  계명은 닭울음이란 뜻이다. 사찰 연기설화에 따르면 옛날 의상조사가 절터를 물색하던 중 이 산속에서 한밤중에 난데없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는 그곳에 암자를 지어 계명암이라 이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닭 형상이나 연기설화에서 말하는 닭울음은 한낱 전설에 불과하며 지명의 본뜻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계명산을 전래지명에서는 "새울이" 또는 "새얼이" 라고 한다. "새울"은 동쪽에 있는 새 우물이라는 뜻이다. "새"는 동과 신을 아울러 뜻하난 우리말이다. 또한 "얼(울)"은 샘을 뜻하는 말로서 현용어 우물은 "울"과 "물"의 합성어이다. "닭 계"는 "새 조"와 통하는 한자이고 여기에 울 명이 첨가되었으니 계명은 고유어 "새울"을 차훈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면 계명뿐만 아니라 금정, 나아가 동래라는  지명까지도 모두 이 "새울"의 차자표기임을 알 수 있다. "동래부지"에서도 새울이를 동신서라 적고, 이 산에 효의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이곳 지명의 뜻을 푸는 데 참고가 된다.

  계명산에서 보면 영도섬의 동쪽 해안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영도는 한자말 그대로 해석하면 "그림자 섬"이다. 그러나 본 이름은 절영도 곧 그림자가 끊어진 섬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첫음절 "절"이 말 그대로 끊겨 나가 지금의 영도가 되었다. 이 섬에는 예로부터 말을 키우던 목장이 있었다고 한다. 가까운 조선조에는 나랏말(국마)을 키웠기에 한때 목도라도고 불렀다. 그런데 목도에서 기르는 말 가운데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가 있어서 절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 천리마는 얼마나 빨랐던지 한번 달렸다 하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여 이런 이름을 얻은 것이다. 말의 그림자가 끊어진 섬 절영도에서 동남쪽 백여리 쯤 떨어진 곳에 희미한 윤곽과 함께 이국의 섬 대마도가 보인다. 영도에서 기르던 천리마가 달려간 섬 대마도는 지금은 우리와 인연이 끊긴 일본땅이지만 대마라는 이름부터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대마도는 말을 키우던 목도와 마주 보고 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지명의 명명 주체가 우리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마도를 "가라섬"이라  부르는 분도 있다. 말의 원산지 몽골어에서 검은 말을 "가라말"이라 하는데, 이 말이 우리나라를 거쳐 그곳까지 전해진 것이다. 그 옛날 한자나 말은 모두 우리가 전해 주었으니 섬이름도 우리가 지어 준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태종대의 자살 바위 위에 모자상이 서 있는 전망대에 서면 왼편으로 오륙도가 또렷이 들어온다. 부산의 상징이자 부산시의 문장으로도 쓰이는 오륙도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옛날 식민통치시절의 향수를 달랜다는 일본일들에게, 또 툭하면 독도가 저희 땅이라는 식의 망언을 늘어 놓는 일본 정부의 각료들에게 절명도와 마주한 대마도가 원래 본래는 우리 땅이라고 우겨 보고 싶은 충동 말이다.

  부산의 시원지 동래는 개화기 부산포의 개항과  함께 도심을 용두산 밑으로 옮기게 되었다. 옛 지명으로 말한다면 새울이뫼에서 가마뫼 또는 고마뫼(뒤쪽의 산이란 뜻)로 무대를 넘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도심은 뒷산으로 옮겨  갔지만 동래의 금정산은 여전히 부산의 진산으로 남아 있다. 또 산 정상에 있는 금샘도 여전히 마르지 않고 항상 새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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