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싸다'는 원래 '값이 적당하다'는 뜻
요즈음은 값이 싼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으로, 값이 비싸다는 것은 가격이 기준보다 고가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원래 '싸다', '비싸다'는 그러한 뜻이 아니었습니다. 값이 싸다는 말은 15세기문헌에서도 보입니다만, 그 뜻은 '값이 적당하다' '그 값에 해당한다', '그 값이 마땅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싸다'는 말은 지금도 그러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예를 들면 '너는 매를 맞아도 싸다'는 말을 쓰는데, 그 뜻은 '매를 맞아도 마땅하다'는뜻 아니던가요?
'비싸다'는 말은 '빚이 싸다'는 뜻입니다. '빚이 싸다'가 '빚싸다'가 되었다가 오늘날 다시 '비싸다'로 되었는데, '채무를 지기 적당하다, 채무를 지기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값을 고가로 지불하면 빚 지기 적당하지요. 옛말에서는 '빚이 천원이 싸다' 등으로 사용되던 구문이었는데, 오늘날은 그 어순이 바뀌어서 '천원이 비싸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