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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1. 강은 우리의 어머니

 
          연구산의 돌거북

        은은하기로는 마치 자라산 같다네
        세상에 욕심없는 구름이 드리우듯
        이 땅을 다스리는 영령이 보일듯 하이
        대자연의 이법을 따라서 단비가 내리는 것을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봉우리가 동그란 산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미군의 통신부대가 들어서면서 산봉우리를 깎아 내 오늘의 산 모습이 된 거북산. 달리 자라같다고 하여 자라바위산이요, 정월 대보름날이면 달구경을 한다 해서 달맞이산(月見山). 더러는 조선왕조가 끝날 무렵 순종 때 점심 때를 알리던 포를 이곳에서 놓았다 해서 오포산으로도 불리웠다는 것이다. 사가(四佳) 서거정 선생이 본 연구산, 거북산은 거북의 영험함으로써 지역의 번영과 안녕을 빌었으니 거북은 참으로 신과 통하는 데가 있나 보다. 거북은 뿌리의 상징이니까. 영남전설지에서는 비슬산, 용두산, 수도산과 함께 연구산은 땅속의 화산띠가 이어지는 곳이라 불이 자주 났다는 것. 그래 고을 원님이 불을 다스린다고 용두산에는 얼음 창고를 만들었고 연구산 서쪽 기슭에도 석빙고를 설치하였다. 이어 물신 상징의 돌거북을 만들어 산꼭대기에 올려 놓은 뒤부터는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때인지는 뚜렷하지 않으나 읍을 처음으로 세울 적으로 한 기록도 있다(동국여지승람).거북의 머리를 남쪽으로, 꼬리는 북쪽으로 해서 땅에 거북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스며들게 했다는 얘기. 거북은 현무(玄武)라 하거니와 물신이요, 땅신이다. 신(神)은 현무요, '검'이라 한다. 거북의 신령함은 물과 땅신을 섬김으로 이어지나니 조상이 지켜온 우리 땅과 우리의 강을 소중하게 가꾸어 나아가자는 지향성에의 몸짓이 아닐까. 달구벌을 처음 개척할 때 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과 예언을 돌거북으로 옷을 입힌 것이다. 돌거북은 언제나 말이 없다. 온 몸으로 온 날을 기다릴 뿐이다.

         가장 크고 좋은 강, 한강(韓江)

        지는 해 쓸쓸히 산을 넘고
        맑은 봄을 실은 강은 스스롭게 흘러가는데
        바람이 잔잔하여 고기들 입질하고
        숲이 어두우니 새들 다투어 돌아 오네
        보리 이랑 사이로 익은 길이 눈에 삼삼하네
        사립문 바라보고 잠시 서 있노라니
        시골 풍경 정말로 맑고 그윽해
         (다산시선에서)

  한반도의 허리자락을 감도는 겨레의 젖줄. 그리운 금강산에서 말미암은 샘줄기가 설악산, 오대산 쪽에서 흘러내리는 소양강과 홍천강이 춘천에서 어우러진다. 한편 소백산과 속리산을 발원지로 하는 냇물이 태기산 쪽에서, 치악산에서 비롯한 남한강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어우러져 가장 크고 출렁이는 푸른 빛으로 겨레의 삶에 다가 선다. 윗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한강을 바라보며 당신의 느낌을, 정한을 글로 옮긴 것이다. 한강을 에두른 삶이 어디 뭇새와 고기뿐이겠으며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꽃송이뿐이리오. 우리 겨레가 살아 온 기쁨과 슬픔이며 아픔을 우리의 강, 한강은 알리라. 강물은 서울에 이르러 남산(목멱산)을 휘돌아 흐른다. 옛적 서울을 한산이라 했으니 한강의 이름도 한산하(漢山河)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소박하게  이름을 풀어 보면 한산(漢山)은 한나라 곧 중국의 산이요, 한나라의 강이란 말이 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음 그 자체이다. 이게 어찌하여 한나라 - 중국의 땅이란 말인가. <용비어천가>에 보면 한양을 한수북(漢水北)이라  해서 조선왕조에서조차 중국의 속국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왕지사 한자를 빌어 쓰는 마당에 마한 진한 변한의 한(韓)을 두고 한수한(漢)을 쓰다니. 겨레의 젖줄인 강물의 이름까지 어지럽혀 놓았으니 사대주의가 이 지경에 이르면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신라 때는 한강을 북독(北瀆)이라 하였으니 북에서 흘러 내리는 개천이란 뜻으로 새겨진다. 고려 때는 사평도(沙平渡)요, 세상에서 이르기를 사리진(沙里津)이라 했다. 앞에서 이른 북한강과 남한강은 양수리에서 만나 경기도 광주의 어름으로 흘러 든다. 해서 도미나루(度迷津)를 지나 광나루(廣津)로, 다시 삼전도(三田渡)로, 용산강으로 돌아 흐른다. 하여 서강이 되며 금천(衿川) 북에 이르러 버들곶나루(楊花津)가, 양천 북쪽에 곰바위나루(孔岩津)가 되어 교하(交河) 서편 내와 함께 임진강이 한 데 어우러진다. 마침내 통진(通津)에 가서  할아비강(祖江)이 되어 바다로 든다.

  본디 한수북(漢水北)이란 한강 북쪽에 자리한 벌판이란 뜻으로 한양(漢陽)이라 한다. 실로 서울은 한강이 낳은 열매요, 삶의 모꼬지이다. 대동지지를 따르자매, 큰 것을 한이라 이른다(大曰漢). 크고 좋은 건 모두가 중국이란 말인데 당시의 중국지향성이 되비쳐진 풀이로 보인다. 우리말로는 한강은 '큰 가람'이란 뜻이다. 강원도 14읍, 충청 12읍, 경기 16읍에 걸쳐 지나면서 고리 모양의 흐름으로 서울을 안아 돈다(水環京都). 백제 때에는 앞에서 이른바, 한산하(漢山河)라 했으며 여기 한산은 금단산(黔丹山)이라 불렀다. 금단산의 '금'은 단군왕검의 '검(儉)'과 같은 말로서 땅과 물신을 드러내는 지모신 상징이요, 곰토템을 보람으로 한다. 백제 시조 13년에 한산 아래 근초고왕 26년에 강북으로 서울을 옮긴다. 하여 북한산이 되기에 이른다. 북한산 쪽으로 옮기기 전을 남한산 시대라 불러 둔다. 지금도 남한산성이 있음은 이를 뒷받침 해 준다. 남한산을 일장산(日長山)이라고도 하는데 낮이 길다는 데서 말미암는다(晝長城). 신라 문무왕 4년에 다시 한산주로 고쳐졌다가 경덕왕 16년(757)에 한주로 된다. 이 모두가 한강을 중심해서 삶의 자리를 가꾸어 나아간 발자취라 할 밖에.

  끼고 도는 즐펀한 한가람이 서울의 어머니라면, 불끈 솟아 오른 삼각산은 서울의 아버지요, 겨레의 기상이요, 멋이다. 자식을 보듬어 안 듯 긴 가람이 꿈 꾸어 흐르면서 끝 없는 삶의 메마른 터를 축여 기름지게 한다. 그러한 애환의 사연을 나르며 바다로 흐른다. 삼각산을 달리 화악(華岳)이라 하며, 애기를 업은 모양과 같다 하여 부아악(負兒岳)이라고도 한다. 고구려 동명왕 시절 비류와 온조 두 왕자는 한산에 이르러 부아악 그러니까 삼각산에 올라 서로가 함께 살 만한 곳이라 했다고 전해 온다(相可居之地).

  고려 적 오순(吳洵)의 글에 하였으되, '하늘로 솟은 세 송이 꽃은 푸른 부용이요, 실비단을 두른 듯 저 노을과 안개는 어디가 끝인가. 문득 옛적 누대에 올랐음을 생각하는데 해는 지고 어디선가 종소리만 들린다.'라고. 삼각산이 물 위에 뜬 연꽃처럼 고와 보이는가. 그러하다면 큰 가람 한강이 있어 그 위에 뜬 연꽃일 게고, 이는 극락정토의 지향성일 게다. 삼각산의 셋은 삼신사상에 기초한다고 하겠다. 신앙이라면 삼신 곧 환인 - 환웅 - 단군의 믿음을 떠 올릴 수 있다. 국망봉 인수봉 백운봉의 세 봉우리가 옛부터 내려 오는 겨레의 믿음처럼 한강 - 큰 가람의 굽이마다에 그 신비한 홍익인간의  꿈을, 통일 한국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천세 우에 미리 정하신 한수북(漢水北)에
        누인개국하시어 복년이 가이 없으시니
        성신(聖神) 이으셔도 경천근민(敬天勤民)하여야
        더욱 굳으실 것입니다.
       ('용비어천가' 125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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