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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1. 강은 우리의 어머니 - 압록강과 오리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三水甲山)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김소월의 '산(山)'에서)

  눈 덮인 산과 끝 없는 고갯길을 새들이 힘겨워 울고 넘는다. 삼수갑산(三水甲山). 본 이름은 갑산의 삼수이다. 산이 깊고 험하여, 물 때문에 깊고 깊은 산골의 부름말로 쓰인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삼수갑산을 갈망정 오늘 하고 만다는 식'. 삼수(三水)는 백두산 천지에 샘을 둔 압록강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오리의 머리처럼 물이 유난스레 푸르다. 해서 압록강이란다(水色似鴨頭). 하늘도 산도 그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도 푸르다 해서 청하(靑河)가 되었을까. 푸른 산빛에 물든 청산이 어디 압록강뿐이랴. 한자를 글자의 소리로 읽을 수도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중국말로는 압록을 '알루'라 한다. 한강을 달리 아리수(阿利水)라 하거니와 알맹이의 '알'과 같은 뜻으로 새기기도 한다. 한편 오리압(鴨)의 오리를 따서 읽을 수도 있다. 통감집람주(註) 에서는 '오라(烏刺)'로 적고 있다. 정인보(1941)는 조선사연구 에서 압록강과 송화강을 '아리가람'으로 읽었거니와 천소영(1990. 고대국어의 어휘 연구)에서는 '아래 앞 남쪽'의 공간적 방위로 다시 '아리'는 시간적 개념으로 전의되었다(멀다 길다 어제)고 풀이한다.

  글쓴이는 압록강을 고유한 우리말로 당시의 '오리강'으로 읽었을 것으로 상정한다. 오리는 중세국어에서 '올히(신증유합 상12)'였다. 이 말을 잘게 쪼가르면 '올(ㅎ)'에 사물 접미사 '- 이'가  녹아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하면 '올(ㅎ)'은 무슨 뜻일까. 높게 솟아 오르는 움직임을 '오르다'라고 한다. 중세국어에서는 오르다를 '올다(上)(석보상절 6 3)'로 적기도 한다. 이제 '오리 올'이 '위'임을 앞 세워 '오리'를 풀이해 본다. '올'이 위니까 오리는 '물 위에 떠 있는 새'란 뜻이 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압록강은 오리강이요, 오리가람은 '위강' 또는 '머리가람'이란 말이 된다. 790키로. 거의 2천리가 되는 한국에서 제일로 긴 강이요, 백두산에서 흐르니 제일 높은 강이 될 밖에.

  옛부터 압록강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워 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따르자면, 압록강 압강 청하 용만(龍灣) 마자강 패강의 이름이 적혀 있다. 패강의 경우, 대동강 부분에서 살펴 보았듯이 중국과 경계를 이루는 한국의 내(韓水名)를 속으로 풀이하였다. 마자강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말로 '맏이강 - 맏강(머리강)'이 아닌가 한다. 한자의 뜻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마자의 '자'가 '한계선'을 뜻하는 것인데 중국과의 경계임을 알 수 있다. 김기빈(1990) 에서는 ‘마'를 남쪽으로 보아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물로 풀이하였다. 그럼 용만(龍灣)의 경우는 어떠한가. 큰 산이나 강이 있으면 그와 걸림을 보이는 이름이 많이 있다(예> 한강 한양 한양대학교 남한산성 등). 마찬가지로 용만은 구룡연(九龍淵)의 용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보인다. 용신앙과 관련한 용계열의 이름은 흔히 있다. 용만을 그대로 용틀임으로 풀이한 보기도 있음은 재미로운 일이다. 평안도의 의주는 본디 이름이  용만이었다. 물신을 숭배하는 일종의 물신앙이요, 불교적인 빛깔이 아주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위화도(威化島)의 회한

        나라의 경계 험하기도 하여라
        하늘이 내린 천혜의 웅걸함
        세 강물 하도 깊어 헤아릴 길이 없는데
        이 한길 멀어 통하기 어렵다네

  요동을 돌아 중국으로 가자매 압록강을 건너야 한다. 조선조의 권근(權近)이 강을 건너면서 지은 글이다. 의주의 북쪽에서 강은 세 갈래로 되어 흐르나니 구룡연, 서강, 소서강이 그것이다. 세 갈래는 다시 어우러져 큰 가람을 이루고 위화도를 에둘러 암림곶 미륵당에 이르러 적강(狄江)과 합하여 대총강이 되어 바다에 든다. 위화도(威化島). 생각만해도 속이 끓는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잘못 돌아 악순환의 고리들이 끊일 날이 없질 않았는가.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위화도에서 요동반도로 올라서 말만 달리면 되는 그 결정적인 시기에 무슨 놈의 말도 안되는 명나라 사대주의를 앞 세워 되돌아 서다니. 그 때만 해도 양자강의 남경에서 이제 막 원나라를 몽고로 내몰고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요동까지 방비할 충분한 힘이 없었다. 말을 타고 구원병이 요동까지 오자면 한 달 이상 걸리니까. 최영 장군은 새로 일어난 명나라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야 말로 잃어버린 민족의 강토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은 널리 아는 일이다. 우왕14년(1388) 이성계와 조민수에게 명을 내려 4만 군사로 요동 정벌을 나서게 된 것이다. 명나라를 치는 게 하늘에 죄가 된다는 둥 무슨 4불가론(不可論).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에. 이르러 대권(大權)에 눈이 어두워 민족 앞에 큰 죄를 짓다니. 정말 한스러울 뿐이다. 딱한 일이로고.

  금동도(黔同島) 아래 있는 위화도는 45리의 둘레가 된다. 금동도와 위화도의 사이를 압록강이 흐른다. 금동도를 지나면서 강은 세 갈래로 갈리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 놓여 있어 압록강을 건너는 징검다리의 구실을 한다. 위화 금동 어적 세 섬은 땅이 비옥하여 농사가 잘 된다. 농민들이 오랑캐들에게 잡힌 일이 있은 그 뒤로는 개간과 옮겨 사는 일을 금하기도 하였다. 동명성왕의 덕화에 감화 받아 물고기가 다리를 놓아 준 데가 바로 위화도가 아닌가. 그래서 위화도라 했을까. 오리강 - 압록강은 위로 솟아 오른 '가장 길고 큰 가람'이다. 이제 그 가람을 싸고 도는 겨레의 노래는 용틀임처럼 끝이 없다. 하나 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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