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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상상력 1 - 정호완



  5. 물의 순환


   5-5. 내와 높낮이

  일반적으로 부모와 같은 윗사람은 자식 같은 아랫사람들의 작은 잘못은 너그럽게 보아 넘겨 준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게 표현되니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짜지 한 것이 아닐까? 이 말은 형제가 여럿 있을 때 부모들이 나이 어린 형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방위로 보아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상태나, 시간의 흐름으로 보아 처음부터 끝까지를 '내리'라는 부사로써 나타낸다. 이와 같은 형태이면서 움직임을 드러내는 말에 '내리다'가 있다. 내리다'는 자동사와 타동사로 다 같이 쓰인다. 자동사의 경우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옮다, 먹은 것이 삭아 아래로 가다, 신이 몸에 붙다(귀신이 내려서 병을 닳다), 뿌리가 땅으로 들어가다'위 같은 의미로 쓰이며, 타동사일 경우,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옮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내리.내리다'는 시냇물을 뜻하는 '나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모음이 거꾸로 닮아 '나리>내리'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리(냇물)는 지구의 표면을, 또한 지구의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를 감돌아 흐른다. 물은 한결같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 하늘에서 물의 또 다른 형태인 구름이 기압의 골짜기를 따라 모여서 땅으로 내리는 것이나, 비가 내려 시냇물이 되고 다시 강. 바다로 흘러드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나리'가 물을 드러내는 경우는 방언의 '나리다`, 고려가요의 '정월나릿므른 아으 어저녹저 하는데 ((악범))`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증세국어에서는 명사에 접미사가 붙어 동사 또는 형용사를 이루는 경우가 많이 있는바, '나리[川=+-다>나리다'의 근거를 댈 수 있을 듯하다. '나리'가 주로 운동의 방향, 운송의 기능을 중심으로 쓰이는 말이라면, 일부 방언에서 '나리'를 '그랑(동래)', '거랑 (영주, 예천)', '걸'(청송. 영양. 의성. 군위. 칠곡. 대구)' 등으로 부르는 이름은 '가람'의 변이형으로서 양쭉 땅과 땅을 갈라 놓는 모양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쓴 것이라고하겠다.

  물은 생물의 서식처로서 혹은 그 보금자리로서 오랫동안 인간의 모듬살이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 진실로 자연물 가운데 물만큼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드물다. 그래서 예부터 강이나 바다를 이용한 해운이 발달했고, 강이나 바다 속에 많은 목숨살이들이 깃들어 살아 왔다. 저 깊고 너른 바다는 진실로 우리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삶의 무진장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내리다'는 시냇물(나릿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시냇물의 흐름을 드러내는 가장 중심이 되는 원래의 의미로부터,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이나 사랑을 베푸는 것이나, 신이 무당과 같은 사람에게 아래로 옮아 오는 것 또는 새나 사물들이 위에서 아래로 옮는 동작이나 상태 등의 주변적인 뜻으로 펴 쓰이게 된 것으로 간추릴 수 있다.

  '나리'의 낱말겨레는 내려가다, 내 려갈기 다, 내려긋다, 내려깔기다, 내려 놓다, 내려누르다, 내려다보다, 내 려다보이다, 내려 두다, 내려디디다, 내려뜨리다, 내려비치다, 내려쏘다, 내려쏟다, 내려앉다, 내려오다, 내 려조기다(위에서 막 두들겨서 꺾어지거나 으스러지게 하다), 내려지다, 내려질리다(값이 얼마씩 싸게 치이다),내려쫓다, 내려치다, 내리, 내리긋다, 내리깎다, 내리내리 (언제까지나), 내리다, 내리닫다, 내리뜨다, 내리매기다, 내리먹다(집의 번지나 번호가 위에서 아래로 정하여지다), 내리밀다, 내리키다(아래로 떨어지게 하다), 내리패다, 내리퍼붓다, 내리흩다(아래쪽을 향하여 내려가면서 훌다), 내 림(혈통으로 보아 윗대에서 유전되어 오는 특성), 내 림굿(무당이 되려고 할 때 신이 내리기를 비는 굿), 내 림내 림 (대 대 로), 내 림대 (신을 내리게 하려고 무당이 사용하는 소나무나 대나무의 가지), 내 림바탕(유전형질), 내 림표, 내 림떠보다(눈을 아래로 뜨고 노리어보다) 등이다. 같은 말의 뿌리에서 나왔지만 '내커다'와 '내리'는 서로 다른 말과 결합하여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리_' 의 '내' 와 같은 형태이면서 그 내용은 다르게 이해해야 할 내 [川]'가 있음도 우리는 지나칠 수 없다. 앞의 '내 리-' 의 '내'는 뒤의 모음을 닮아서 이루어진 형태음소적인 변동의 경우이고, 뒤의.내 [川]'는 '나리>내'의 과정을 겪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리을(ㄹ)이 떨어져 쓰이는 예는 우리말에서 혼히 나타나는 음운변천이다, 흔히 순서가 뒤집힌 경우를 보고 '내 건너 배 타기' 라고 한다. '내'와 관련된 '냇가. 냇둑 냇물. 시냇물.냇버들' 등이 있다. 냇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자연의 섭리려니와 이러한 사물인식에 터를 둔 말들이 낱말겨레를 이루어, 존재. 상태.동작의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5-6. 값과 동등성

  '값도 모르고 싸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값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값을 따짐은 아무 뜻이 없다. 어떤 일에 대하여 그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그 옳고 그름을 따질 때 혼히 그런 비유를 한다. 보통 사람이나 사물 자체 안에 남아 있는 중요성이나, 물건을 사고 팔 때에 주고받는 돈 또는 바꿀 만한 물건을 '값'이라고 한다.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사물을 얻기 위하여 활동하는 것을 경제라고 하거니와 그것은 관계를 갖는 이들 서로간의 약속을 전제로 한다. 이 약속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적어도승복할 수 있는 속성을 띤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너무 지나치게 잃고 얻음이 없음으로 해서 값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중간에서 소개를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증권거래소가 그렇고, 은행 또한 그 범주에서 멀리 있지 않다. 복덕방 역시 그 대표에 해당하는 직종이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값은 팔고 사는 사람이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의 특성인 '동등성'을 하위 속성으로 한다. 이 동등성은 내 칭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정한 값을 중심으로 서로가 대칭의 상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칭성과 동등성은 반드시 둘 이상의 복합관계가 있음으로써 가능한 특성이라고할 수 있다.

  공간인식으로 보면 쌍방간에 동등한 영역이 되는 것을 중간 곧 중심이라 하겠다. 바로 이러한 중심을 두고 하나의 사물은 둘로 갈라져 인식되는 '분절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때 하나의 공간과 다른 공간의 경계가 만들어져, 요컨대 '간극성' 이라는 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값' 은 그 낱말이 가지는 '대칭성. 분절성. 간극성' 등의 특성에 의해 낱말겨레를 펴 나아가게 된다. 먼저 대칭성과 관련하척 '값'을 생각해 보면, 가운데를 뜻하는 공간명사 '갑'과 어떤 관계가 있어 보인다. ((동문류해), 나 {(한청문감}과 같은 문헌에서 '값'은 '갑'으로도 나타난다. 따라서 필자는 '값'이 중앙을 뜻하는 공간명사 '갑'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터를 대고자 한다." "갑'은 다시 접미사 '-다'를 허용하여 '갑다'로 되었는데, 그 분포는 흔하지 않다. 대칭성은 사물을 가운데로 하여 부피나 두께를 겹침으로써 배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진다. '값了겸了곱' 등은 바로 '갑'의 변이형이라고 하겠다. 모음교체에 따라서 느낌과 의미의 차이가 생겼을 뿐 대칭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이 형태들이 관여하여 이루어진 말들의 겨레로는 '갑-' 계에 '감시다(물이나 바람이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 가운데의 숨이 막히는 것), 갑절, 가운데, 가운데치마(갈퀴코를 잡아 매도록 갈퀴의 위아래 두 치마 사이에 가로 지른 나무), 가운뎃소리, 한가위, 가윗날, 가웃(되 말 자 따위로 되거나 잴 때, 그 단위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고 남는 분량을 이르는 말)' 등이 있다. '값-'계에는 '값나가다, 값늦다, 값놓다, 값땋다, 값매다, 값보다(값을 어림짐작하여 보다), 값 부르다, 값싸다, 값어치, 값없다. 값지다. 값치다, 값치르다' 등이 있다.

  겹 -'계는 아주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본래 '겹' '이란 넓고 얇은 물건이 포개어진 것으로 사물이 거듭된 것을 이른다. 그러니까 가운데의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대칭을 이룸으로써 겹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물이나 사실, 관계에서 겹쳐지는 평행선 상태의 것에 대하여 '겹'이라는 말이 붙어 낱말겨레를 이룬다. 석기에 속하는 말에는 '겹간통(-間通 ; 집의 앞칸과 뒤칸이 서로 통하게 지은 짐), 겹것 (겹으로 된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겸겹 이, 겹꽃, 겹 닿소리, 겹대패, 겹도르래, 겹문자[예 :청청 (靑 옴)=, 겹사돈, 겹사라지 (헝겆이나 종이를 겹쳐 만들어서 기름에 결은 쌈지), 겹옷, 겹월 (복합문), 겹저 고리, 겹집 다, 겹거 마, 겹 창, 겹치 다, 겹 치마, 겹솔소리' 둥이 있다. '갑'에서 모음이 바뀌어 쓰이는 것으로 '곱'을 또한 들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말로는 '곱걸다(두 번 겸치어 얽다), 곱꺾 이 (뼈마디 등을 오그렸다가 다시 펌). 곱놓다(노름에서 먼저 태운 돈의 곱을 다시 걸어 놓다), 곱되다(배가 되다), 곱들다, 곱배기, 곱삶다(두 번 삶다), 곱새치기 (돈을 곱을 걸어 하는 노름), 곱셈, 곱솔(꺾어 박은 솔기를 다시 한번 더 꺾어 박는 일), 곱씹다(말이나 생각 따위를 거듭 되풀이하다), 곱쟁이 [곱절이 되는 수량), 곱치다(반으로 접어 한데 합치다), 곱하다'와 같은 꼴들이 있다. 구부러짐을 드러내는 '곱다[曲]' 도 곱하는 현상 곧 겹으로 되는 현상을 뜻하는 '곱'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나의 사물을 겸치노라면 그 형태는 굽을 수밖에 었는데, 이때 굽는 형태를 가리켜 '곱다'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원형으로 된 사물을 일러 '곱다(<굽다)'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굽이져 흐르는 강물을 보라. 구부러진 부분에서 보면 강물이 두 갈래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 이도 '값'의 분절성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중세어 자료를 보면, '감'과 관련한 것으로, 제 흘로는 쓰이지 못하는 의존형식 '줍' 이 있다. 우선 '줍-'계에 드는 말을 살펴 보면 '갈비 (겹), 굶다 (아울다/맞서다), ㄱ션므지게 (쌍무지개), ㄱ(겹),ㄱㅅ닛다(나란히 잇다)'와 같은 옛말들이 있다. 현대 어에서는 갈비(늑골, 쇠갈비, 나란히 있는 뼈란 뜻으로 쓰인 듯), '갈비,(앞 추녀 끝에서 뒤 추녀 끝까지의 지붕의 넓 이), 갈비뼈, 갈빗대, 갈피(일이나 물건의 부분과 부분이 구별되는 어름)' 와 같은 형태들이 있다. 이러한 대칭성은 결국 사물이나 사실인식의 가늠을 드러내기도 하며 공간의 나누임 곧 분절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분절성은 벌어진 틈 곧 간극성으로도 표현되는 것이니 앞에서 보기를 든 '좁-'계의 '갈비,'이 그러한 경우라고 하겠다. '조'은 받침의 탈락을 따라서 '갈' 계로 분화해 나아가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먼젓 것 대신에 새것으로 바뀜을 뜻하는 현대어 '갈다'라 할 수 있다. 잘_,계에는 '갈다[替], 갈아들다, 갈아내다, 갈아대다, 갈아서다(묵은 것이 나간 자리에 새것이 대신 들어서다), 갈아입다, 갈아주다(물건을 팔아 주다), 갈아 치우다, 갈아태우다' 와 같은 말들이 있다. 공간명사 '갑(굶/ 굼)'은 사물이나 사실을 알아차림에 있어 중앙에서 양쪽으로 갈리는 과정을 나타내는 대칭성과 분절성을 기본으로 하는 낱말겨레의 밭을 이룬다고 하겠다.

  5-7. 해의 변이

  '회고도 곰팡이 핀 놈' 이라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회고 깨끗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 어둡고 더러운 데가 있는 것을 이른다. 실상 외모로는 그럴싸한데 실속이 없는 사람을 비유하고 있다. 눈빛과 같이 깨끗하고 모든 광선이 한데 어울린 상태를 '회다'고 한다 횐 옷을 입고 살았다 하여 예부터 우리민족을 일러 백의민족(白衣民族 ; (위서), 동이전)'이라 하였으니, 오늘날 태극기의 바탕이 횐 것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 아닐까. 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 물든 옷을 벗어 버림은 바야흐로 모든 겉치레와 거추장스러운 걸 비우고 오로지 자식으로서의 도리와 예의를 바치는 것으로 보인다. 옛말을 더듬어 보면 '희다'는 '히다(석보), 6-43)' 에서 비롯하였음을 알게 된다. 히 다'는 태양을 뜻하는 히'에 집미사 '-다'가 붙어 태양빛의 밝은 속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본다. '히'의 모음이 바뀌거나 탈락함으로써 여러 가지 분화형이 생겨나며 음성상징을 따른 표현감각이 달라진다. 음운의 변천과 방언 및 중세어 자료를 되돌아 볼 때, 히 '의 기원형은 '세 (셰)'가 아닌가 한다(이남덕, (한국어 어왼연구 I, II, III, Ⅳ, l985~l986). 지금도 '날이 샌다, 머리가 세다, 눈이 시다'고 할 때의 '시-' 계의 분조는 '해'와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의미의 유연성을 보여 준다. '히'의 기원형을 '세 (셰)'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는 견해에 함께하는 것은 'ㅅ~ㅎ올' 의 넘나듦은 마찰음으로서 일어나기 쉬운 구개음화 현상이라고 플이되기 때문이다. 'ㅎ-' 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하-/허-해/-회-' 따위의 낱말들이 생겨났으며, '시-'계는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우선히 -'계의 분화 형태를 들어 보이면 다음과 같다.

  '하양, 하얗다, 하애지다, 허옇다(어느 정도보다 지나치게 회다), 허예 지다, 헤멀끔하다, 해말갛다, 해말쑥하다(얼굴이 회고 말쑥하다), 해거름(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때), 해거리 (한 해를 거름),해껏 (해가 질 째까지), 해끄무레하다(반반하게 생기고 빛깔이 해끔한 듯하다), 해끔하다(벚깔이 조금 회고 깨끗하다), 해끗해끗{횐빛이 군데군데 나타난 모양), 해납작하다(얼굴이 하얗고 납작하다),해넘이 (헤가 막 넘어가는 째), 해 님, 해동갑(해질 패까지의 동안),해돋이, 해뜩발긋(빛이 해끔하고 발그스럼하다)' 등이다.

'회-' 계에 속하는 것으로는 '회 디회다(아주 회다), 회떰다(겉으로는 호화롭다), 회뜩머룩이 (아무렇게나 돈올 쓰는 사람), 회뜩회뜩, 회멀겋다(얼굴이 회고 맑다), 회묽다[얼굴이 회고 보기에 여믈지 못하다), 회 번덕거리다(회번드르르하게 번덕거린다), 회번드르르하다(회멀쑥하고 미끄럽다), 회번주그레하다(얼굴이 회넓적하고 번주그레하다), 회번하다(동이 르며 허연 빛이 조곰 비치다), 회부영다(회고 부옇다), 회블그레하다(빚이 회고 블그레하다), 회붐하다(새벽의 밝은 및이 조금 휘다)'와 같은 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시-/셰-' 계에 속하는 낱말겨레에는 '새다(날이 밝아 오다), 새 달, 새 벽, 새되다(목소리가 늦고 날카롭다), 새뜻하다(새롭고 산뜻하다), 새롭다, 새 벽' 등과 같은 꼴이 있다 특히 '새롭다'는 뜻의 접두사 '새-'는 많은 꽈생어를 만들어 내는데, 모두가 '밝음.새로움'의 의미이다. 한펀 '셰-' 는 뒤로 오면서 '세-/시-' 로 바뀌기도 하는데, '해=年='를 뜻하는 의미가 셈을 헤아리는 동작을 나타내는 것으로 바뀌어 갔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속하는 형태를 보면 '세다, 셈, 셈나다(사물을 분별하는 슬기가 나다), 셈낱씨 (양대명사), 셈본(셈의 법칙), 셈판(사실의 형편 또는 까닭), 셈펴이다(생활이 나아지다)' 등이 있다. 강세를 드러내는 접두사 '시'도 '세-' 에서 비롯한 것으로 본다. 점두사 '시'는 강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바, 특별히 형용사에 앞서서 상이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도 변이하여 상인다. 예 컨대, 시 퍼떻다, 시누래지다, 시뻘겋다, 새노랗다, 시누렇다'와 같은 보기들이 그러한 경우이다.

'새' 가 '해'와 더불어 쓰이는 예는 종종 볼 수 있다. '세다'가 '헤다(헤아리다)'로 되는 경우나, '형'이 '싱'에서 넘나들었음을 생각해 보면, '새'계의 말이 '해'계의 말보다 음운사적으로 보아 기원형 임올 알게 된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찮은 떠돌이 별들이 제자리에 머물러 살아 가듯이 태양을 드러내는 말들은 '해-' 계 및 '새-' 계로 혹은 접두사 피-/새-' 등으로 분화하여 태양을 인식하는 우리 조상들의 의식을 되비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히 (회)-' 를 중심으로 하는 낱말겨레에는 어떤 말들이 있는지 중세어 자료에서 찾아 보도록 한다.

  '히- (회) ' 계의 낱말겨레
1) '히-'계-히다(용가) 50), 히도디(월석) 2-35), 힛모로(해무리 ; [한청] 9 b), 해바라기 (물보) 화훼), 히포(여러 해 ; (계축), 햇빛(초두해) 7-3) 등.
2) '희-'계-회다(초두해), 25-2), 희옵스러하다(결백하다, (두방),25), 회조츨하다(회고 조촐하다 ; (박신해) 3-l3), 횐ㄱ믈(白獲 ;(마경) 상 1OO), 횐꼿개나리 (물보), 화훼), 흰권모(횐떡,{(청구) 대학본 p. 117), 횐노(훤비단 ; (역해) 하 4), 횐바곳(白附子 ; (동의), 탕액꾄 3-22), 횐ㅈ의 (동문), 하 55) 등

  하얀 눈을 바라다보는 한국인의 정서에는 박꽃을 보는 듯한 그리움이 있다. 기원적으로 보아 우리민족이 기마민족으로서 '눈이 쌓인 지역에 익今한 탓만은 아닐 듯싶다. 해가 비치고 있는 동안과 그 반대의 시간들은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 빛과 그림자를 이루어 낸다. 우리에게는 환하고 하얀 것을 가까이하려는 본능 같은 욕구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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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상상력 1 - 2. 굿과 혈거생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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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상상력 1 - 2. 굿과 혈거생활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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