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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공주와 금강 - 곰나루와 백마강 전설

  먼 옛날 연미산에 살던 암콤 한 마리가 이 산에 나무하러 온 나무꾼을 납치하여 남편으로 삼았다. 이 나무꾼은 산 아래 금강에서 고기잡이 하던 어부로 암콤이 물 마시러 갈 때 한두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동물과의 부부생활이 결코 원만할 수는 없는 법이어서 아들,  딸둘을 낳았을 때 나무꾼은 과감히 동굴을 박차고 인간세계로 돌아오고 만다. 암콤은 이를 극구 만류했으나 굳이 떠나려는 남편을 막지는 못했다. 연미산 기슭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흐르는 금강의 물살은 제법 거세다. 용케 배를 얻어 타고 강을 건너는 남편을 향해 울부짖던 암콤 아내는 두 자식을 양팔에 끼고 급류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물귀신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 연미산 기슭에서 여러차례 배가 전복되고 익사사고가 잦았던 것은 금강이 그렇게 수심이 깊어서도, 또 물의 흐름이 급해서도 아니다. 이곳 주민들은 암콤의 한이 그토록 깊은 탓이라고 믿고 있다. 건너편 노송이 우거진 강변 나루터에 곰상과 함께 곰사당을 마련하여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으나 암콤의 한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듯하다.

  곰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신성시 했던 동물로 단군신화에서는 여성으로 변신한 곰, 즉 웅녀가 우리의 국모신으로 추앙받는다. 곰나루 전설도 백제인이 "곰 토템"을 가졌던 북방 민족임을 내세우기 위해 구전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곰나루 전설은 단군신화에 비해 비극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차이가 있다. 공주의 본래 이름은 "고마나루"였다. "고마"에서 말모음이 줄어들면 "곰"이 되는데 고마나루, 곧 곰나루를 한자말로 옮기면 웅진이 된다. 공주나 공산성의 공은 단지 "곰"의 변한 음 "공"을 한자 공으로 표기했을 뿐이다. 고마나루라고 할 때의 "고마(곰)"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크고 신성하다는 뜻으로 쓰인 예인데, 대개 부족장이 웅거하는 고을에 붙는 이름이다. 다른 하나는 "니마" 또는 "님"과는 대조적으로 방위상 뒤쪽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따라서 고마나루 곧 웅진은 수읍명이기도 하지만 강을 등지고 있어 뒤쪽에 나루터를 지칭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공주와 부여를 감돌아 흐르는 금강의 이름 역시 고마(곰)와 관련된다. 비록 "비단 금"자를 쓰고 있지만 방위어로서의 "고마"가 본래뜻이다. 남한에서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긴 금강은 차탄강, 웅진강, 백마강, 고성진강등의 여러 이름을 가졌고 또 이름만큼 유래도 많은 강이다. 본래 한강유역에서 발흥한 백제 왕조는 남하하는 고구려와 서진하는 신라 세력에 밀려 금강의 고마나루를 거쳐 소부리(부여)에서 종말을 고한다. 곰나루 암콤의 전설도 그렇지만 "백마강 추억"으로 대변되는 부여 부소산성의 전설 역시 패망의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금강이 부여를 지나는 부분만을  따로 떼어 백마강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의 이야기다. 소정방이 이끄는 당군이 이 강을 통해 사비성을 공략할 때 짙은 안개와 풍랑으로 진출이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그때 어느 노인이 말하기를 이런 현상은 백제왕이 용으로 변신하여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며, 백제왕은 평소 흰 말고기(백마)를 즐겨 먹는다고 알려 주었다. 이에 소정방이 백마의 머리를 잘라 그것을 미끼로 용을 낚아 죽이자 이내 안개가 걷히고 물결이 잦아져 손쉽게 사비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하나 그 후부터는 이 주변의 강을 백마강이라 하고, 당시 용을 낚았던 바위를 조룡대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주 제일의 유적지로 역시 공산성을 빼놓을 수 없다. 백제문화가 금강에 와서 꽃피운 것처럼 금강은 공산성 주변에 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놓는다. 수도 웅진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이 성은 백제가 망한 뒤 의자왕이 일시 거처하기도  했고, 조선조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하기 위해 잠시 유숙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인조는 열흘남짓 머물렀지만 이 기간동안 한두가지 어원 전설을 남기고 있어 주목된다.

  "인절미"라는 떡이름이 인조의 피난 살이와 관련이 있다. 인조가 공산성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인근에 사는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떡을 만들어 진상했는데, 그때 임금이 먹어 본 떡이 너무 맛 좋아 절미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절미는 임씨가 만든것이어서 "임절미"가 되었는데, 이 말이 후일 인절미로 변했다는 민간어원설이 남아있다.

  "도루묵"이라는 생선 이름도 이 무렵에 생겼다는 설이 있다. 도루묵은 본래 생긴 모습 때문에 목어 또는 맥어라고 했다. 그런데 피난지에서 맛본 그 생선 역시 임금님에게는 절미였을 터여서 이를 은어라 부르게 했으나 환도 후에 먹어 본 은어는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은어라는 이름은 과분하다. 도로 목어라고 해라."하는 임금님의 일갈에 이 생선은 "도로목어", 한자어로 환목어로 되돌아오는 신세가 되었다.

  어쨌든 대궐에서 다시 먹어 본 인절미 또한 절미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을 인조 임금은 미처 몰랐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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