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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생활 속의 우리말

    음료수 용어 2 - 차 한잔의 여유와 향기

  다반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항다반사, 즉  매일같이 차를 마시듯 밥을 먹듯 늘 반복되는 예사로운 일을 지칭한다. 중국인게게는 차를 마시는 일이 밥을 먹는 일보다 우선했던 것 같다. 인간의 죽음을 일컬어 우리가 "밥 숟갈 놓았다."고 표현한다면 중국인들은 "찻잔을 놓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방에서 차를 마신다"에서 보듯 차는 "다"와 "차"로 읽힌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차의 한자음은 중국 남북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가운데 한 갈래가 서양으로 들어가 지금의 "티(tea)"가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자 차는 풀(초)와 나무(목)을 사람(인)이 달여 마신다는 뜻을 나타낸다. 불교 설화에 따르면 선의 비조인 달마가 정진을 위해 자신의 눈썹을 밀어 버렸는데 거기서 차나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따라서 차는 명상을 지속하게 하여 모든 정념을 극복하고  깨달음의 본질을 암시하는 초월의 경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중국에서 차가 유행하던 당나라 초엽에 해당하며 지금부터 1천3백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울 선조들이 차맛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흥덕왕 때 대렴이 당에서 차종을 가져와 왕명에 따라 이를 지리산에 심은 이후부터라고 한다. 따라서 차라고 하면 당연히 녹차를 지칭한다. 다방은 물론 다실, 자정은 본래 녹차를 즐기던 장소였다. 고려 때 불교의 성행에 따라 궁중에 다방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차를 재배하여 조정에 바치는 다촌이라는 마을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에 일반인들도 차를 즐기게 되었으니 다화회라는 친목단체나 다연이라는 연회까지 두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차생활이  한때 서구화의 물결에 따라 "차 한 잔 하십시다."고 하면 으레 다방이나 까페에서 커피나 홍차와 같은 서구식 조제차를 마시자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초에 조상께 올리는 "차례"에서도 녹차 대신 술잔을 올리다 보니 주례로 변질되었고, 흔히 다도라 하면 일본 고유의 것인 양 잘못 인식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커피에 중독되었던 사람들이 점차 우리 녹차를 찾게 되었다. "차 한 잔 합시다"라고 할 때의 차가 바로 본래의 녹차를 지칭하기에 이른 것이다. 녹차가 상품화되고 일인용 다기를 비롯한 생활 다기가 양산됨에 따라 차생활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한때 "지푸라기 삶은 물"같다던 그 차맛도 몇  번 반복해서 마시다 보니 그 본래의 맛에 접근하게 되었다. 진정한 차맛이란 어떤 것일까? 중국의 석학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언급하고 있다.

  "마음과 손이 함께 한가로울 때, 시를 읽고 피곤함을 느꼈을 때, 머릿속이 뒤숭숭할 때,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거문고를 뜯고 그림을 감상할 때, 명창정궤를 행할 때, 미모의 벗이나 날씬한 애첩이 곁에 있을 때, 벗들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늘이 맑고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 가벼운 소나기가 내릴 때, 여름날 연못이 한눈에 내려와 볼 수 있는 누가 위, 조그만 소재에서 향을 피우면서 연회가 끝나고 손님이 돌아간 뒤, 사람 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절간 같은 곳에서 차를 마실 일이다."

  흔히 혼나 차를 마시면 이속이라 하고 둘이 마시면 한적이라고 했다. 차는 한적한 절간 같은 곳에서 홀로 마시는 것이 제격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 생활이 어디 그런가. 오늘의 삶이 "홀로서기"가 아닌 "마주보기"에 있는 만큼 홀로 즐기는 맛보다 이를 둘이 나눌 때 맛은 배가 될 것이다. 진정 차맛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와 더불어 마시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질 것이다. 차맛에 대해서도 임어당은 "최상의 차에서 바랄 수 있는 향기는 어린애의 살결에서 풍기는 것과 같은 델리케이트한 향기"라 했다. "다경"에 이르기를 "심야산곡의 간 칸 집에 앉아 샘물로 차를 달일 때 송뢰와 같은 소리가 들리며, 이 때 피어오르는 연기 즉 다애를 맡을 때의 그 맛은 속인으로서는 도저히 가까이해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차생활의 이상향을 그렸을 뿐으로 차를 마시는 곳이 꼭 심야산곡의 절간이 아니어도 좋고, 그 곁에 미모의 벗이나 날씬한 애첩이 없어도 좋을 터이다. 그저 흉허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나 아내, 또는 가족과 더불어  하루 일을 되새겨 보거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차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다정한 이웃과  나누는 차 속에는 따뜻한 인정이 스며 있기에 그 차맛은 고려 왕실의 어용차라고 하는 유차의 맛에 못잖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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