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의상어 - 아얌과 배꼽티
생활 속의 우리말
지금은 한복을 입는 경우에도 버선은 신지 않고 대게 서양 버선, 곧 양말을 신게 마련이다. 베로 만든 우리 고유의 신발(고어로 "보션")인 버선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까. 님이 오실 때 버선발로 달려나가던 모습도, 버선코의 그 날렵한 선도, 버선볼을 좁게 만든 "외씨버선"의 그 멋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효도버선"의 아름다운 풍습이 사라진 게 못내 아쉽다. 시집 간 딸이 처음으로 친정 나들이 갈 때 문중 어른들에게 바치던 예물을 효도버선이라 한다. 친정 부모들은 그 효도버선을 신을 때마다 출가한 딸의 애틋한 심정을 되새겼으리라. 효도버선은 여느 버선과는 모양부터가 다르다. 짝이 서로 섞이지 않게 켤레마다 가운데 실을 떠서 묶는데, 거기에는 오래 사시라는 뜻에서 붉은 실로 80이란 숫자를 새겼다. 시댁으로 올 때도 똑같은 선물을 드리는데, 이 때 웃어른들이 "효도 봤다"는 인사말로 치하한 데서 효도버선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중동의 회교권 여성들은 "차도르"라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다는데, 신체를 가린다는 점에서는 한국 여성도 이에 못잖다. 중동 지역 여인들의 차도르에 해당하는 의상이 우리의 너울이나 장옷이 될 것이다. 장옷은 두루마기를 소매 옷고름까지 그대로 달아서 머리 위에서부터 뒤집어 쓴 것이고, 너울은 하녀들이 주로 사용하던 것으로 검정 주머니 같은 천으로 몸 전체를 감싸던 겉옷이다. 뿐만 아니라 볼 게, 남바위, 풍채, 만선두리, 조바위, 친의, 가리마, 쓰개수건 등도 신체를 감추는 데 쓰인 의상들이다. 한편 여성의 속옷에 이르면 우리 의상은 자폐성은 정도가 더 심해진다. 속곳이라면 무조건 감추기만 하고 그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렸던 것 같다. 단속곳, 다리속곳, 고쟁이, 말기 등은 남에게 내보이는 것조차 수치로 알았다. 말기는 가슴을 동여매는 브래지어에 해당하고, 다리속곳이라 통칭되는 서답이나 개짐(월시)은 오늘날의 생리대에 해당한다. 부끄러움에 떨며 그나마 남아 있던 고유어도 서구어를 만나 기꺼이(?) 자리를 내 주고 자신은 꽁꽁 숨고 말았다. 속속곳이라 부르는 속잠방이는 팬티 또는 팬츠로, 치마 속이나 바지 위에 덧입는 단속곳은 슈미즈로, 이 밖에 고쟁이에 해당하는 것들은 각각 거들, 코르셋, 스타킹으로 세분해서 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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