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22 15:55

과메기

조회 수 3122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과메기

경북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과메기를 즐겨 먹는다. 추운 겨울에 날꽁치를 얼렸다 말렸다 하면서 만든 과메기는 이제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 유명해졌다.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어르신들의 말로, 과메기는 본디 청어로 만들었는데, 청어가 귀해져서 꽁치로 만든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과메기’를 경북지방 사투리로서 ‘꽁치를 차게 말린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관목’(貫目)은 ‘말린 청어’라는 풀이와 함께 모든 사전에 올려놨다. 여기서 포항 고장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의 실마리가 잡힌다.

‘과메기’는 ‘관목’이 변한 말로 짚어볼 수 있다. ‘관목’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관목이’가 되고 다시 [ㄴ]이 떨어져 ‘과목이’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뒷모음 [ㅣ]가 앞모음에 영향(ㅣ모음역행동화)을 주어 ‘과뫼기’가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말에서 자주 나타난다. ‘남비’가 ‘냄비’로 되는 따위의 음운현상이다. 그 다음 ‘과메기’로 형태가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때 이 말의 본고장인 포항에서조차 ‘과메기’냐, ‘과매기’냐 하는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귀로 이 두 발음을 골라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관목’에서 추적하면 쉽게 해결된다.

산(山)의 우리말은 ‘뫼’였다. 이것이 오늘날 ‘메’로 바뀌었다. 멧돼지·멧새 등에서 보기를 찾을 수 있다. ‘뫼’가 ‘메’ 바뀌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과뫼기’는 ‘과매기’가 아니라 ‘과메기’로 되어야 할 것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우리말의 상상력 1 - 9. 겨레와 분화 (2/2) 바람의종 2009.06.16 3128
» 과메기 바람의종 2008.03.22 3122
44 우리말의 상상력 1 - 10. 막다른 골목 (1/2) 바람의종 2009.06.17 3112
43 '시냇물'은 '실'+'내'+'물'이 합쳐서 생긴 말 風磬 2007.01.02 3106
42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소리란 무엇인가 바람의종 2010.01.22 3102
41 마산과 무학산 - 가고파의 바다가 보이는 마잿골 바람의종 2008.09.23 3093
40 우리말의 상상력 1 - 3. 3-1. 싹과 사이 (1/2) 바람의종 2009.05.12 3090
39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죽령(竹嶺)과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바람의종 2010.01.19 3090
38 안동과 하회 마을 - 제비연에서 물도리동까지 바람의종 2008.09.04 3086
37 우리말의 상상력 1 - 9. 겨레와 분화 (1/2) 바람의종 2009.06.15 3068
36 잃어버린 지명 - 아름다운 이름, 보은단, 고운담 바람의종 2008.06.03 3059
35 '메리야스'(내의)는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요? 風磬 2006.12.23 3052
34 우리말의 애매성 - 너무나 인간적인 언어 바람의종 2008.04.30 3045
33 '사냥'은 원래 한자어 風磬 2006.11.14 3044
32 모어에 대한 인식 2 - 낮은 목소리, 짧은 표현 바람의종 2008.04.24 3043
31 명절, 절후 용어 3 - 외래 명절과 고유 명절 바람의종 2008.04.05 3042
30 농경 생활 용어 3 - 사계의 고유 이름 바람의종 2008.04.08 3040
29 우리말의 상상력 2 - 1. 강과 삶 바람의종 2009.10.02 3039
28 우리말의 상상력 1 - 6. 가루와 분절 바람의종 2009.05.28 3032
27 우리말의 상상력 2 - 2. 곰신앙과 땅이름 바람의종 2010.02.07 3031
26 보은과 속리산 - 속세가 산을 떠나 있네 바람의종 2008.09.02 3030
25 우리말 숫자관 - 닫히고 열리기가 골백번 바람의종 2008.04.01 3024
24 상거래 용어 - 에누리와 디스카운트 바람의종 2008.04.02 3013
23 음료수 용어 1 - 꽃 꺽어 산 놓으며 드사이다. 바람의종 2008.03.30 3006
22 음료수 용어 2 - 차 한잔의 여유와 향기 바람의종 2008.03.31 300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