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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4. 믿음이 깊은 곳에

 
        웃으면 젊어진다고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한 번 늙어간다
            (一笑一少一怒一老)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한다. 같은 값이면 웃으면서 상대방을 대함이 낫지 않겠는가. 다른 이에게 창피와 모멸감을 주지 않는 한에서 말이다. 마음 속에 기쁨이나 즐거움 또는 기가 막힐 때, 느낌의 변화나 상태에 어울리게 밖으로 드러내는 생리적인 움직임을 일러 '웃는다(웃다)'고 한다. 겉으로는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고 기뻐하면서 웃는다. 사람을 같잖이 여기거나 비웃을 경우도 있다. 흔히 마음은 움직임으로 드러나게 마련. 해서 행동과학이라는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 차려 알맞게 처리를 한다. 마음 속에 쌓인 긴장이 풀어질 적에 그러한 반응으로서 해학이  일어난다는 생각도 있다(서라사, 1971, 문학에 있어서의 웃음의 개념, 국어국문학51). 때때로 우리들은 삶의 과정에서 어떤 불안이나 불만족을  겪으면서 살아 간다. 검은 구름같은 불안이 풀어 지고 평안한 느낌을 갖게 될 때 여기에 웃음이 따라 붙는다. 간추리건대, 웃음은 안에서 일어 나는  마음의 드러남에서 움직임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말의 됨됨이를 보면 '웃다'는 말의 줄기가 되는 '웃'에 움직임 접미사 '-다'가 녹아 붙어 이루어 진다. 여기 말의 줄기인 '웃'은 어떤 뜻을 드러내는 걸까. '웃'은 위 아래의 '위(上)'에 값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웃음은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마음의 느낌이나 생각을 위로 드러낸다는 데 터를 댄다. 마침내 얼굴의 모양이나 입으로 소리를 내서 귀로 그 소리를 듣거나 눈으로 웃는 모습을 보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한 웃음 띤  얼굴이 우리의 일상에 들꽃같이 느껴운 때가 있다. 그 게 딱히 베아트리체나 모나리자의 미소일 필요는 없다. 단군시대의 곰부인-웅녀가 주는 웃음이 아닐지라도 우는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마음의 건강을 꽃 피운다.

  한 집안에는 겨레붙이들의 족보가 있다. 마찬가지로 말도 그러하다. 하면 웃을 때, 내는 소리나 얼굴의 모습 또는 신체의 변화와  걸림을 보이는 웃음의 낱말겨레로는 어떠한 형태들이 있을까. 먼저 소리에 따른 웃음의 표현에 대하여 더듬어 본다. 웃음의 소리가 기냐 짧으냐에 따라서, 아니면 작으냐 크냐에 따라서 몇 가지로 갈래 지워 진다. 길게 웃다는 장소(長笑)하다, 그 반대인 경우는 단소(短笑)한다고 이른다. 아울러 크게 웃을 때는 대소하다·굉소하다·폭소하다로 드러낸다. 폭발적인 웃음의 효과를 보이는 '폭소하다'가 가장 큰 웃음소리를  가리킨다. 대소-굉소-폭소는 단계적으로 소리의 크기에 따른 변별력을 갖는다. 입을 크게  벌린 모습으로 웃는 경우, 홍연대소한다고 하며, 아주 즐거운 표정을 함께 드러낼 때, 간간대소한다고 한다. 참으로 웃는 모습도 가지가지이다. 하늘 보고 너털웃음을 웃는 일이 있는데 이를 두고 앙천대소하다로, 손뼉을 치면서 웃는 걸 박장대소하다로 표현. 깔깔대며 웃는 건 뭐라  하는가. 가가대소라 한다. 방자하게 웃는 건 방소(放笑)하다로, 그냥 웃어 넘기는 것은 '소쇄하다'로 이른다. 주로 한자어에 힘 입어 웃음의 개념이 표현되는 게 좀 이상할 정도로 많다. 소리의 크기로  보아 거의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입을 약간 벌리고 웃는 모양을 '빙그레'라 한다. 이에 따른 말겨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방글방글-벙글벙글/방긋방긋-벙긋벙긋'은 빙그레와  같은 뜻이면서 소리느낌만 다를 뿐이다. 이제 소리와는 달리 웃는 모습에 따른 웃음표현의  낱말겨레를 살펴 본다.

  우선 얼굴의 모양을 중심으로 했을 때 어떤 말의 겨레들이 있는가.  즐겁게 웃는 것은 환소하다로,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웃는 건 담소하다, 언소(言笑)하다로 드러 낸다. 이 밖에도  얼굴 모습이 변하는 것과 걸림을  보이는 것으로는 요염하게 웃다(교소하다), 사랑스레 웃다(교소하다)와 같은 말꼴들이 있다. 아울러 입술의 모양이 변하면서 웃는 말에는 어떤 게 있을까. 약간 입을 벌려 웃는다(신소하다). 소리없이 웃는다(미소하다)와 같이 한자어 계통의 말이 중심을 이룬다. 고유어계에서는 한 번 웃고 지날 때는 방긋하다로, 되풀이되는 경우는 방글거리다로 드러 낸다. 입 모양의 변화는 물론이요, 눈 모양이 함께 달라 질 경우는 어떠한가. 한 번 웃을 때 상긋하다, 되풀이할 때는 상글거리다로 표현된다. 이 밖에도 상긋방긋하다(일회성), 상글방글하다(반복성)와 같은 드러냄말들이 있음은 널리 아는 일이다. 참으로 웃음도 가지가지. 웃음의 정도가 심해 지면 몸의 특정한 부분이 달라 지기도 한다. 이 때에 쓰이는 말로는, 자지러 지게 웃다(절소하다) 배가 아픔을 느낄 정도로 웃다(배꼽잡다) 허리가 구부러 진 양으로 웃다(요절복통하다)가 있다. 얼마나 웃으면 배에 아픔을 느낄 정도로 웃는 것인가. 하긴 처녀 때에는 소똥 말똥이 구르는 것만 보아도 웃는다고 하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의 웃는 동작은 자연발생적으로 솟아 나는 웃음이다. 한데 그렇지 않은 수가 있다. 뭔가 겉과 속이 어긋남으로 일어 나는 일이 있다(배해수, 1982, 웃음동작의 낱말밭). 이를 동아리 지어 알아 보도록 한다. 이 얼안에 드는 웃음은 분명 자연스러움이 없는  경우라고 할 것이요, 정상적인 웃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해서 객관성도 없을 수가 있다. 웃지 않아야 할 적에 자신도 모르게 웃는 경우, 실소(失笑)한다고 한다. 거짓으로 웃을 때는 가소하다, 어쩔 수 없이  웃을 때는 습소(濕笑)하다, 겉으로만 웃을 때 헛웃음 치다 등의 말이 쓰인다. 웃는 소리나 모습이 두드러진 경우에 쓰이는 말이  있다. 아주 괴상하게 웃을 때 괴소하다, 미친듯이 웃을 때 광소하다,  바보처럼 웃을 때 치소(痴笑)하다, 찡그려 웃을 때 빈소하다로 드러 낸다. 가끔 미친듯이 웃어주고 싶은 때가 있기는 하다.

      잘 찡그려 웃는 이가 미인이라니

  중국의 월나라 적 서시(西施)란 미녀가 살았다. 그는 월나라 임금 구천의 사랑을 온차지하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된다. 한번은 서시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장거리로 나아 갔다. 해가 눈에 부셨음인가. 눈을 많이 찡그리고 웃었다는 얘기.  이를 본 다른 여성들은 눈을 잘 찡그려 웃는 것이 미인의 한 모습으로 생각하여 너도 나도 눈을 잘 찡그려 웃는 연습을 하여 한 바탕의 유행을 낳았다니. 누구나 아름다워 지려는 욕구가 있을 테니깐 하긴 누구라서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리오. 망해가는 월나라를 건지기 위하여 서시는 마침내 오나라 부차임금에게 미인계의 머리로 뽑혀 월나라의 원수를 갚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녀는 가는 데마다 눈을 찡그려 웃음을 띤 얼굴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모았을까. 그것도 적의 나라에 들어 가서. 참말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억지로 찡그려 웃어야 할 판이니. 경우에 따라서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에서 웃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서시 같으면 원한 어리게 웃었을 것이다(검소(劍笑)하다). 다른 이에게 아첨하여 웃는 것(첨소), 간사하게 웃는 것(간소), 아양을 부려 웃는 것(미소(媚笑). 선웃음 치다·웃음을 팔다. 등을 들 수 있다. 열등감과는 달리 우월감에 차 있으면서 웃는 일이 있다. 가령 실 없이 놀리는 듯이 웃는 것(회소하다), 비웃다·조소하다·업신  여김의 웃음(비소·고소하다) 등이 있다.

  '웃'의 홀소리가 바뀌면 '옷'이 된다. 옷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몸 위에 걸치는 날개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의 옷. 생각의 옷 가운데 우린 즐거움과 기쁨을 드러낼 수 있는 무지개 빛 옷같은  미소-웃음을 잃고 살 수는 없다. 그 게 좀 마음에 안 맞는 옷이라 할지라도 벗고서 거리를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몸에 맞는 옷. 분수에 맞는 옷은 정말 필요하다. 상대에게 기쁨을 주고 용기를 일으킬 수 있는 웃음을 웃자. 우리 한  번 마음을 터 놓고 웃고 삽시다. 그럼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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