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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3. 생명의 말미암음

         옷이 날개인가

        차라리 죽은 뒤에 범나비나 되오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가는 데 족족 앉았다가
        향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임께서 날인 줄 모르셔도 내 임 좇으려 하노라
         ('사미인곡'에서)

  애틋한 임의 옷에 들꽃같은 향내음을 드리워 주고 싶은 마음. 그것도 살아서는 안 되니까 죽어 벌나비가 되어서까지도 말이다. 이는 분명 삶과 죽음을 뛰어 넘는 속내 깊은 사랑의 살핌이다. 좋은 음식을 그럴싸 한 그릇에 담아 먹음은 있음직한 일이다. 무릇 모든 내용이란 특정한 형식에 담기게  마련. 윗글에서 임의 옷은 임의 한 부분이다. 임 자체는 아닐지라도 임을 떠올림에 뺄 수 없는 상징물이 되기에 넉넉하다. 실용 이상의 정서를 일으킴은 물론이요, 사회생활의 한 도구처럼 쓰이는 게 옷이다.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서 벌거벗은 일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령 논개나 춘향의 모습에서 단아하게 차려 입은 치마 저고리며 점잖은 선비에게서 의관을 빼어버린다면 이미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말 그대로 옷이 날개인가 보다. 옷의 모양이나 빛깔에 따라서 사회적인 신분이 다르고 나이나 성의 구별이 뚜렷해 지질 않던가. 군인은 군복, 학생은 학생복,무당은 활옷, 사제들은 사제복, 승려들은 가사장삼의 승복, 옛적 임금은 곤룡포 등 옷은 바로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의 신분과 취향이나 같은 집단의식의 상징으로서 쓰여 왔다. 옷이란 무엇인가. 옷이란 말의 뜻바탕과 그 말의 겨레들에는 어떠한 형태들이 있는지를 더듬어 보도록 한다.

  중국의 자료이긴 하지만 우리의 옷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 것은 꽤 오래다. 삼국지에 이르되 '공식적인 모임에 입는 옷은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다.'고 하여 고구려의 복식에 관한 풀이를 하고  있다. 흔히 금관조복이라고 하거니와 제도적으로 품계에 따라서 그 빛깔은 물론이요, 장식품이 달랐다. 이를테면 사대부의 대표라 할 문관은 학의 무늬를 놓은 띠를 했으며 싸움을 지휘하는 무관은 호랑이 그림을 놓은 호대(虎帶)를 띠었다. 또한 양서(梁書)에서는 백제의 말에 대하여 적고 있다. 백제의 말은 거의 고구려와 같았으니 모자는 관(冠)이라 했고 소매는 복삼(複衫)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신라에 대하여는 같은 책(양서)에서 몇 개의 말을 들어 보인다. 신라의 말은 백제와  비슷하다. 모자를 고깔(遣子禮)로, 소매를 우개(尉解)로 적었다. 소개한 자료로 볼 때 오늘날의 '옷'은  우선 신라어 계통의 우개(尉解)에서 비롯하지 않았나 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바탕은 무엇일까. 문헌자료가 없는 때의 말의 형태는 시골말을 통하여 재구성을 하는 일이 있다. 이를 일러 내적 재구성이라 한다. 그 대립 개념으로서는 같은 친족어로 보이는 말들과의 맞걸림을 통하여 알아봄이니 흔히 외적 재구성이라 이른다. '옷-우개'의 경우 내적 재구성의 방법으로 우리말에서 그 속사정을 따져 보기로 한다. 같은 말이라도 쓰이는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소리가 다를 수도 있으며 심하면 뜻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옷'의 경우는 어떤가. 김형규(1986)의 한국방언연구를 보면 '옷'의 사투리말은 아주 다양하다. '옷'은 전 지역에서 쓰인다. 그 밖의 우티(경기·강원·평남)  우테(황해·평님) 오트이(황해·연안·해주) 우트이(함경·황해·경기 일부·강원일부)와 같은 시골말들이 쓰여 왔다. 그럼 이 말들과 '옷'은 어떻게 맞걸리는 걸까. 중세국어에서 위·아래의 '위'는 '우'였으며, ㅎ종성명사의 특징을 드러낸다(석보상절 등). 하면 우테의 경우, '우(ㅎ)'에 '데'가 붙어 거센소리되기가 일어 났으니 우(ㅎ)데→우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테'가 혀앞소리가  되면 '티'가 되어 결국 '우티'가 되지 않겠는가. '옷'의 방언형태 가운데 '우티'가 쓰였는데, 하면 '옷-우티-우개' 같은 말을  뜻한단 것일까. 그렇다면 그리 상정할 수 있는 말의 질서는 어떻게 되는가.

  그러면 위(上)의 옛말 '우(ㅎ)'에 대한 방언의 형태는 어떠한지 또 이들 형태 중에서 '우개'와의 걸림은 어떤가에 관하여 더듬어 보기로 한다. 지역에 따른 말의 분포를 보면 위(전지역) 우(전지역) 우이(김포) 우그(익산·부안·고창·정읍)우구(전주) 우게(전라도)의 말들이 쓰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그-우게' 특히 '우게'는 옷의 글말인 우개(위개)와 같은 형태라는 암시를 얻기에 충분하다.  우개의 '개'에서 모음이  바뀌면 바로 '우게-우그(우구)'와 같은 형태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서 우-우개(우게·우그·우구)-옷이 맞걸리니 마침내 '옷'이란 말은 '위(우)'란 등식이 이루어진다. 먼저 우-옷의 형태가 다른 것은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따져 보자. ㅎ종성명사의 ㅎ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여러 형의 소리(ㅎ-ㅅ-ㄱ-ㅇ)로 바뀌어 윗말의 받침으로 녹아 붙어 쓰이기도 한다(살코기-셋·웃-바둑(바돌(ㅎ)→바ㄷ→바독→바둑)-땅·지붕(집우(ㅎ)→지부(ㅎ)→지붕)·요컨대 '우(ㅎ)→웃'이 되고 다시 모음이 바뀌게 되면 웃-옷의 형태가 서로 같은 '우(위(上))'를 뜻하는 말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일본말에서 옷을 오스히(褶)라 하는데 우리말의 옷이 건너가 쓰인 가지말에 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옷은 피륙과 천 따위를 몸에  걸침으로써 추위와 더위를 다스리고 몸뚱이를 가리기 위하여 사람이 입는 물건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옷은 몸'위'에 걸치는 것. 몸이 주인이라면 옷은 그에 딸린 따름붙이다. 옷 없이 살 수는 도저히 없겠지만 실로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옷은 살아감에 있어 사회적인 물리적인, 심미적인 바람의 주요한 부분을 메워 준다. 뿌리가 있으면 그 곳에서 말미암는 많은 가지와 잎새가 있기 마련. 위를 뜻바탕으로 하는 '옷'을 뿌리로 하여  갈라져 나온 말의 겨레로는 어떤  낱말이 있을까.

                '옷'의 낱말 겨레들

  말이 갈라져 발달해 가는 틀로서 소리의 바뀜과 소리의 덧붙임과 줄이기 등이 있다. '옷'의 경우 어말자음 시옷(ㅅ)이 터짐갈이 소리 'ㅊ'으로 바뀌면 곧 '옻'이 된다. 칠하는 칠감 또는 살이 닿아서  가렵고 부어 오르는 피부중독을 이르는게 옻이다. 한데 중세어 자료를  보면 입는 옷이나 칠로 쓰는 옻이나 모두가 '옷'으로 적힌다(법화경언해·석보상절등). 같은 형태로 쓰이다가 칠이란 뜻으로 쓰이는 '옻'으로 새끼를 친 셈. 옻나무의 진은 검고, 옻칠을 해서 장식의 값어치를 더한다. 생각해 보면 장농에 입히는 옻칠도 끝내는 가구 붙이의 나무 '위'에다 입힌다. 마치 우리 몸 위에 옷을 걸치듯이 말이다. 볼거리로서 겉모양은 물론이요, 그 향긋함이며 옻의 독성으로 벌레가 장농을 해치지 않게 함은 우리 옛 선인들의 슬기라 하기에 넉넉하다. 피부병으로 '옻이 올랐다'고 할 때에도 옻이 옮음으로써 살갗의 위가 가렵고 부어 오르니 어떤 물체의 윗부분에 걸림을 둔 모습에 틀림이 없지 않은가. 옷과 걸림을 보이는 말겨레로는 '옷깃·옷고름·옷걸이·옷가슴(옷이 가슴에 닿는 부분) 옷매무시 ·옷감·옷공젱이(옷걸이의 한 갈래) 옷끈·옷단·옷섶·옷자락·옷잔치(패션쇼)옷주제(차림새)옷치레'와 같은 낱말들이 있는데 한자어로 이루어진 의(衣)∼계의 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 난다. 한편 '옻'을 중심으로 하는 말에는 어떠한 낱말들이 있을까. 주로 옻이 앞에 오는 복합어의 보기가 많다. 예컨대 '옻기장(검은 기장) 옻그릇(옷칠을 한 그릇)옻나무·옻병·옻빛(검붉은 옻의 빛깔) 옻칠·옻칠하다·옻타다'와 같은 낱말들이 옻의 계열에 든다.

  옷-옻과 함께 같은 말의 겨레에 드는 형태로는 '올'을 들 수 있다. 소리마디의 끝에서 '옷-ㅇ-올'과 같이 닿소리받침이 바뀐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ㅇ칠(구급방언해)옷칠(번역소학)올다(上)석보상절)). 동음이의어로서 실·열매·자람이나 익는 정도가 빠를 때 올벼에서처럼 '올'이 쓰인다. 실의 경우, 몸 위에 걸치는 게 옷이고 그 옷을 올로 짜는 것이니 모두가 몸 위에 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올벼에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다른 풀이나 열매보다 앞서는 차례 곧 윗 단계라는 말이 된다.올다의 '올(上)'은 낮은 데에서 높은 곳으로 옮기는 웃자리 지향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옷은 위요, 드러남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옷이 다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음의 옷이므로.


                겨레와 한 몸 되기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 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고지에 대한 그리움. 어느 날에 배달겨레의 그리움이 충족이 될 것인가. 머리의 글은 노산 선생의 '고지가 바로 저긴 데'라는 시조의 앞 부분이다. 겨레들은 한 조상에서 말미암는다. 해서 같은 피와  같은 먹거리와 믿음과 그리움을 운명이듯 이고 살아 온 무리들이다. 목숨살이의 과정에서 씨알보존은 하나에서 여러 갈래로 나누어 이루나니, 거꾸로 이르자면 갈래에 값하는 부분-개체들이 모여서 한 덩이, 한 몸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씨족이라고 하는데 이는 같은 성씨를  가진 피붙이 무리를 이른다. 배달겨레-한민족은 단군에서 비롯하는 한아비의  핏줄을 이은 운명공동체로서 문화를 함께 누리고 끈질기게 살아 왔다.  역사의 능선을 넘어서 말이다. 겨레의 밑바탕은 갈라짐 곧 갈래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산봉우리는 하나인데 물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뭇가람을 이루듯이 한아비의 같은 핏줄이 많은 사람의 씨앗을 싹 틔워 낸다. 한아비에 값하는 게 몸이다. 몸을 '모으다(集)'의 파생명사라고 하였는바, 여러 개의 부분 조직들이 모이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몸이 아닌가. 결국 몸이란 겨레에서 겨레로 이어지는 겨레의 모음이 된다. 예술이 발달해 온 모습을 보더라도 종합예술에서 단일예술로 갈라져 나아간다. 이르러 민송무용(ballad dance)이라 함은 음악·미술·문학·무용이 한데 어우른 미분화 상태의 예술을 가리키는 것이다.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시대를 거슬러 오르면 종합문화의 성격을  띤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부여계나 한계 모두가 비는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나라가 이끌어진다. 부여에는 영고, 고구려에는 동맹, 예에서는 무천. 이름은 없으나 마한에서도 농사가 시작되고 마쳐질 때에 제의를 통한 생활의 가락을 매듭으로 하여  다스림이 이루어졌던 것. 이름하여 제정일치의 거룩한 스승문화 시대라고나 할까.

  한 민족의 언어와 역사, 학문과 예술은 하나의 원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중에 갈라져 나오긴 했으나 다른 겨레의 문화와 견주어 볼 때에는 같은  보람을 지닌 하나의 끈으로  묶임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도 민법에서는 같은 성씨 끼리 결혼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민법 809조). 물론 아이를  낳음에 못난이가 출생할 확률이 있음도 한 원인이 되겠으나 그보다도 다른 씨족의 사람들과 혼인함으로써 더불어 하나되는  삶의 슬기를 제도화한 몸살이 구실에 중심을 두지 않았을까. 고조선의 단군신화에서 보여주듯이 곰신앙을 밑으로 하는 제의문화가 있었음은 널리 아는 일이다. 이른바 곰 토템의  삶이 오늘에 이르도록 소리상징에 되비치어 쓰이고 있다. 중세만해도 고마-곰은 경건하게 예배해야 할 흠모의 대상이었다. 삼국유사에서 보여주듯 한 굴에서 호랑이와 곰이 같이 살았으니 모듬살이로 보면 호랑이 토템의 겨레와 곰 토템의 겨레가 함께 살았으리라고 상정할 수 있다. 이 때 하늘로부터 환웅이라는 해우러름의 청동기문화를 지닌 강력한 세력이 나타난다. 마침내 사람이 된  곰은 환웅과 혼인을 한다는 것이니 이는 겨레 사이의 큰어우름이요, 더불어 섬에의 몸짓이 아닌가  한다. 한국 사람 성씨 가운데  가장 많은 겨레가 김(金)씨다. 김의 본디 소리는 금(金)으로 땅이름의 한자 대응관계를 보면 '금-검-감-어머니(母)'의 걸림이 드러난다. 하면 김씨가 곰 겨레의 정통을 이은  음상징의 거울이라고 하면 어떨까. 한 겨레가 다른 겨레와의 어울림을 마치 여러가지 영양을 골고루 받아 들여야 우람한 나무가 되는 것에 비길 수가 있을 것이다. 김(金)자를 한자의 뜻으로 보면 이는 쇠붙이 곧 청동기 문화를 지닌 해우러름의 알타이 겨레를 드러낸다. 본디 알타이(Altai)란 말이 쇠붙이를 뜻한다고 한다(aisin(金)(만주)). 방언형으로 보면 '쇠-새-세(쎄)'가 같은 쇠붙이를 뜻하는바, 나중에 새-해(日)의 형태로 바뀌어 쓰임은 암시하는 바가 크다.  앞에서 일렀듯이 '금'의 소리는 곰(검-금-감-굼)의 변이형 중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여진족이 세운 12세기의 금(金)나라도 따지고 보면 백두산을 사이해서 북방의 곰 신앙을 시작으로 하는 곰 겨레가 아닐까. 이러한 풀이를 받아들인다면 한국인의 가장 많은 김(金)씨는 '금'씨로서 결국 곰겨레의 내림을 이은 겨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면 단군신화의 곰(검-금) 토템겨레와 환웅계의 청동기 문화가 서로 녹아붙어 일군 자손들이라 하여 지나침이 있을까.

                '겨레'는 가지됨이니

 낱말의 짜임을 보면 '겨레'는 '결'에  '-에(애)'가 녹아 붙어 되는데 이 때 기본은 '결'이다. '결'은 음절의 끝소리가 바뀐 열매로서 '겯-결-겻(ㄱ·ㄱ)'을 기본으로 하는 잔말겨레들임을 알면 '결'의 속뜻을 이해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받침의 바뀜을 따라 이루어진 형태들로서 받침에서 말음규칙을 따라 디귿(ㄷ)에서 발달했다. 밑소리되기를 떠올리면 [겯]이  기본형이 될 것이다. 오늘의 말에서는 거센소리를 거쳐 겯-곁이 되어 쓰인다. '어느 한 군데에 딸린 쪽 혹은 옆'으로 풀이되는바,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말에는 곁가닥(원가닥에서 갈라진 가닥)·곁가리(갈빗대 아랫쪽에 붙은 가늘고 짧은 뼈)·곁고름·곁간·곁군(일을 도와 주는 사람)곁길·곁눈·곁 따르다·곁두리(일 할 때 사이  참으로 먹는  음식)·곁말·곁매(제삼자가 싸움판에서  덩달아 치는 매)·곁붙이(촌수가 먼  일가)·곁사돈(친척의  사돈)·곁쇠(대용 열쇠)·곁쪽(가까운 일가)·곁콩팥 등의 말들이 있다. 중세어로 가면 겯권당(친척)(소학언해)·겯방(소학언해)·겯아래(겨드랑이 아래)(월인석보)와 같은 낱말들이 보인다. 날개 에서  '겨드랑이가 가렵다'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 겨드랑이도 팔 밑의 오목한 부분을 이르는데 몸에서 갈라져 나간 부분이란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말밑 '겯(傍)'에 접미가 '-으랑이'가 붙어 된 말이며  시골말로는 흔히 저드랑이로 소리를 낸다. 해서 혹 젖 옆에 붙어 있는 무엇인가 하는 재미스러운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터.

 '겯-결'의 걸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받침에서 디귿(ㄷ)이 흘림소리되기를 따라서 이루어진 말의 갈래들이다. '곁'에는 여러가지 쓰임이 있다. 가령 나무결이라든가 때나 사이의 뜻을, 더러는 물결의 경우가 그러한 보기라고 하겠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맞걸림이 있는 것일까. 나무결의 경우,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이루는 상태나 무늬를 이른다. 알맹이는 굳거나 무른 조직이다.  그 조직체들이 몸이라면 무늬나 상태는 따라 붙는 더움 곧 곁이 아닌가. 겨를이 없다고 한다의 '겨를'도 마찬가지다. '결'에서 갈라진 말로 하는 일이 본이라면 나머지 부분이나 시간은 곁가지가 되는 것으로 보아 그 뜻의 걸림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 물결의 '결'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파도의  높은 부분과 부분 사이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물이 몸이요, 그 움직임이 몸이라면 나머지는 따라 붙는 한 겨레에 지나지 않음에서다. 그럼 같은 계열의 겯-겻(ㄱ)에서 '겻(ㄱ)'의 겅우는  어떻게 풀이 할 수 있을 것인가. 겻(ㄱ) 역시 '겯'에서 갈라져 나아간  형태로 보인다. 중세어의 경우, 겻(ㄱ)과 함께 어울리어 쓰이는 말 가운데에는 '겯(곁)'과 서로 넘나 들어 쓰인 보기들이 상당수 있다  예컨대, 겻눈질(한청문감) 겻도라이(곁달아)(한중록) 겻조치일(곁  따른 일)(한청문감)  겻칼(장도)(청구영언) 겻셔다(角立하다)(법화경) 겻자리(옆자리)(청구영언)와 같은  말들이 그러한  보기들이다. 말의 받침에서 시옷이 말음법칙에 따라서 안으로 터지는 내파음 디귿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한편 받침에서 시옷이 터짐갈이를 겪으면 지읒(ㅈ)이 되어  입ㄱ의 'ㄱ'이 된다. 입ㄱ은 입ㄱ 또는 입ㄱ이라고도 적힌다. 한문의 글월을  오해 없이 읽게 하기 위하여 한문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붙이는 이음새 부분이다. 한문의 글이 몸이라면 몸에 달라 붙는 종속물이란  뜻이 아닌가. 이르러 조사나 어미에 값하는 이어감말들이 입ㄱ이다.

  겨레는 한아비 곧 한 몸에서 갈라져 나와 이루어진 갈래를 밑바탕으로  한다. 흔히 말은 기본형에서 일정한 틀을 거쳐 더 많은 낱말겨레를 이룬다. 이르러 낱말의 가족이라고 한다. 조상의 얼은 겨레들의  핏줄 속에서 가지를 치고 꽃과 열매를 빚는다. 그 열매는 다시 한아비가 묻힌 이 땅 위에 떨어져 다시 태어난다. 고지에의 그리움을 안고서. 나뭇잎이 떨어져 그 뿌리로 돌아 가는 건 예나 오늘이나 같은 거지 뭐(落葉歸根). 뿌리를 알아야 한다. 겨레의 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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