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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3. 생명의 말미암음

         목숨과 어우르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떨어지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예 눈을 감네

   한 목숨이 열리고 닫히는 생명의 미학을 노래한 이호우님의 글이다. 하늘과 땅이 어우러지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있으므로 태어나는, 더불어 하나가 되는 상징이 피는 꽃으로 옷을 입는다. 살아있음은 분명 큰 축복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무릇 모든 목숨살이들은 숨이 붙어 있어 살아간다. 대체 숨이란 무엇이며 숨이란 말에 드러난 겨레들의 소리보람은 어떠한가. 흔히 사람이나 짐승이 코나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혹은 그렇게 하는 일을 숨으로 풀이한다. 호흡이라 하거니와 들이마시는 숨을 들숨이라 하고 내쉬는 것을 날숨이라고도 이른다. 들숨-날숨의 되풀이가 호흡의 바탕이요, 이로 말미암아 호흡작용의 가락이 일어난다. 요즈음 쓰레기 줄이는 운동이 한창이다. 어떻게 하면 재활용을 할까를 놓고 걱정이 많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부아-폐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남은 숨은 못 쓰게 된 공기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결정적인 도구이자 사람이 말을 하는 존재로 서게하는 바, 말글살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날숨은 2센티 전후의 성대를 울리면서 빠져나와 입과 콧구멍 사이를 거쳐 혀와 더불어 홀소리와 닿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 소리로 사람의 슬픔과 기쁨 같은 느낌과 생각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들숨이 있으면 날숨이 있게 마련. 하면 숨이란  말의 밑바탕은 어떠하다는 말인가.

  코를 곤다고 할 때 코의 바탕을 '골'에서 찾을 수 있듯이 '숨을  쉬다'에서 숨의 바탕은 '쉬다'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움직씨 '쉬다'는 이름씨 '쉬'에 접미사'-다'가 어우러져 이루어진 형태다. 중세어에서는 '쉬'의 모음이 복모음이었으므로 '수이'로 읽어야 된다. 그러니까 '수이→쉬'로 발달해 온 것이다. 하면 '수이'란 바뀐 과정으로 보아서 무엇인가. 소리가 바뀐 과정으로 보아서 '숫(슷)+-이>수시>수 >수이>쉬'로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숫-슷'은 표기상 서로가 같은 뜻을 보여 주며 '사이·구멍(훈몽자회-슷間)'을 뜻하는 말로 떠오른다.

          '숨'은 '사이'

  '숨-사이'의 걸림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바탕으로 시골말을 또다른 보기로 들 수 있다. 정수리가 채 굳지 않아서 숨을 쉴 적마다 팔딱거리고 뛰는 곳을 '숨구멍'이라 하지만 평안도 지역에서는 '숫구녕' 혹은 '숫구멍'이라고 하며 함경도에서는 '숫궁기'라 이른다. 해서 '숨-숫'의 서로 맞걸림을 알아차리게 된다. 한편 옛 글에서는 숫구무(두창집언해) 숫굼(분문온역방) 쉬구멍(물보) 쉬궁(훈몽자회)으로 드러나 보이는데 모두가 '숨-숫(쉬)'의 대응성을 보이고 있다. 심증이 간다고는 하나 숫을 '사이'로 볼 수 있는 더 확실한 보기는 없는 걸까. 글쓴이가 보기로는 '숫'과 '슷'의 걸림이라 하겠다. 먹는 무의 일종으로 순무를 유씨물명 에서는 '숫무우'라고 하며 분문온역방에서는'숫무수'라 한다. 그럼 '숫-슷'이 표기상 서로 모음만 다른 형태라 하겠다. 한데  훈몽자회 에서는 '슷間'으로 풀이하였으니 마침내 숫(슷)이 '사이'를 뜻하는 말들임을 알게 된다.

  외롭고 힘들 때면 휘파람이라도 불어 보자고 한다.  휘파람도 두 입술 사이에서 날숨에 따른 바람이 서로 갈리면서 입술을 울려 소리를 낸다. 사투리로 휘파람을 쉬파람이라 하거니와 이같이 소리 나는 이치가 달라도 소리를  내는 방법이 같으면 들리는 소리의 느낌은 같은 갈림소리로 느껴지게 된다. 모든 언어에서 시옷(ㅅ)소리는 시끄러운 마찰음으로 나거니와 이는 바로 조직이나 물체 사이에서 서로 갈려서 나는 두드러진 소리의 보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 뿌리에서 많은 가지들과 잎새들이 돋아나 살아가듯이 말 또한 예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이'라는 뜻 바탕에서 풀이할 수 있는 숫(슷)에서 비롯되는 말의 겨레로는 어떠한 형태들이 있을까. 모음이나 받침의 자음들이 바뀌어 말들의 겨레들이 움 솟아 갈라져 나간 것들이 있다. 예컨대 '숫(숯)-숟(숱)-술/슷(숯)-슬' 등이 그 뼈대를  이룬다 하겠다. 먼저  '숫(숯)'의 경우를 들어보자. '숫'이 드러내는 뜻 바탕으로는 ①깨끗하고 순진하다 ②수컷 등으로 풀이하는데, 앞의 경우, 나무나 풀의 가지 또는 뿌리 사이에서 처음으로 돋아나온 부분을 싹이라 할 때 이 싹의 상태를 이른 걸로 보이는데 이는 싹의 옛말로 '사이'를 드러내는 '삿'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으로 본 것은 몸에서 밖으로 솟아나온 수컷의 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가령 '숫'에서 모음이 바뀌고 다시 말의 머리에서 터짐갈이소리로 되면 '숫-솟-좃'이 한 겨레로 묶일 수 있는 갈래말들이 되지 않는가.

  그럼 '숫-숯'의 걸림은 어떠한가. 먼저 소리로 보면  '숫'의 받침이 갈이 소리로부터 바뀌었으니 자연스러운 소리의 피어남이라 할 것이다. 소리를 내는 사람에 따라서 '숫이 좋다, 숫이 잘 탄다'라 함을 보면 시옷(ㅅ)에서 치읓(ㅊ)이 갈라져 나왔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뜻으로 보면  '숯'은 완전히 생나무도 아니며 그렇다고 모두가 재가 되어버린것도 아니질 않는가. 그 '사이'쯤 되어 언제든지 여건만 되면 다시 탈 수 있는 땔감이  바로 숯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땅이름에도 숯고개·숯재·숯뫼 등의 이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숯의 생산과 직간접으로 걸림이 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아울러 숯은 물기를 빨아들이거나 독성을 중화시키기 때문에 가볍게 물을 거르거나 간장을 만들 때 장독에 넣는다. 상징적으로 나쁜 기운을 미리 막아내기 위하여 애기 낳은 집 대문에 금줄을 맬 때 반드시 숯을 넣어 맨다는  것도 그럴듯함이 있는 습속이라 여겨진다. 숫가락·숫가마·숫간(몸채 뒤에 자그맣고 낮게 지은 땅이나 객실)·숫구(경상)·숫구뎅이(제주)·숫기(숯-함경)·숫나사·숫놈·숫눈(쌓인 대로의 눈)·숫밥(손대지 않은  밥)·숫사람·숫색시·숫증(부위 사이에 물이 고이고  붓는 증세)등이'숫-'계열의 말들이고, 숯가루·숯가마·숯구이·숯막(숯 굽는 사람들이 쓰는  집)·숯 자동차·숯장이들은 '숯-'계열에 드는 낱말겨레들이다. 여기에 같은 뜻의 한자말을 넣는다면 더 많은 말들의 겨레를 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발효시켜 마시는 게 술

        가다보니 배 부른 독에 설진 강술을 빚는구나
        조롱곳 누룩이 매와 잡사오니
        내 이를 어찌 하리오  ('청산별곡'에서)

  이와 함께 '숟-술'의 경우는 어찌되는가를 생각해 보자.  흔히 밥이나 국물 따위를 떠먹는 기구를 일러 숟가락이라고 한다. 음식물 사이에 숟가락을 넣어 필요한 만큼의 먹거리를 마시거나 먹는다. 약이나 조미료의 경우도 숟가락 혹은 술 단위로 저울질하여 쓰는 수가 종종 있다. 자리잡고 살 때 그 사람 밥술깨나 먹는다고 하며 거지가 동냥할 때 밥 한술 주슈 한다. 하면 '숟-술'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동의어임을 알 수 있다. 받침에서 디귿(ㄷ)이 리을(ㄹ)로 바뀌었는데 이는 우리말에서 흘림소리되기라 하여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 마시는 술은 어떠한가. 우선 보기로는  도구로서의 '술'하고 동음이의어로 보인다. 기록으로 본 술의 역사는 오래다.[삼국지]를 보면 하늘제사를 모실 때 술이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連日飮酒歌舞聲不絶). 술은 날 것도 썩은 것도 아니면서 곡식을 뜸팡이로 처리 보존한 것이다.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종교와 행정을 함께 다스려 간 지도자-스승의 시대였으니 제사 음식에도 그러한 가운데라는 의미 부여가 있음직하지 않은가. 술에 취한 이를 송강은 [관동별곡]에서 취선이라 하였거니와 술은 신과 인간이 하나되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하나이게  하는 촉매제로 쓰일 법하다.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풀이한다. 혼자는 살 수 없듯이 숨을 쉬면서 살아 있음도 들숨과 날숨의 상호작용이며 부분과 부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울림의 하나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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