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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3. 생명의 말미암음

        물과 불의 만남 - 생명의 기원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의 한 끝은 땅을 치는
            무서운 바다에 배질합니다. (한용운의 '생명'에서)

  마음에 둔 그리운 임에게 애틋한 사랑이 쏠리거나 바라던 바를 이룸으로써 우쭐거리며 뽐냄을 이르러 '물 본 기러기 꽃 본 나비'라고 한다. 우리의 삶에 있어 물이란 불과 함께 늘 필요한 물질이다. 물이 없는 곳에 살아있는 존재를 생각할 수 있을까. 물에 어른이 빠져 돌아가셨더라도 우리는 그 물을 마셔야 하고, 온 집안이 불에 타버렸더라도 그 불을 쓰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요컨대 물과 불은 삶의 원초적인 요소가 됨은 물론이려니와 생명현상이 일어나고 이어감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말미암음인 것이다. 불의 비롯됨은 태양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름 아닌 하늘의 얼안을 대표하는 보람이 되었다. 그럼 물은 어떠한가. 물이 존재하는 얼안은 땅이요  우리들 삶의 터전이 된다. 해서 옛적 자연물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제정일치 시대에는 부족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불신과 물신을 섬김은  물론이요, 여기서부터 부족장의 절대적인 권위가 생겼다.  삼국유사 와 같은  옛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불신과 물신에 대한 숭배는 우리 배달겨레의  한아비이신 '단군왕검'과 바로 맞걸려있다. 필자의 글에서 '단군→제사장, 왕검→불신(태양신 하늘신)=임(니마)/물신(태음신 땅신)=곰(고마)'으로 풀이한 바 있다. 그러니까 본디 태양신이요  하늘의 신 '니마(님>임)'는 단군(제사장)의 밖부모인 환인→환웅으로 이어지며, 태음신이요 땅신·물신인 '고마(곰)'는 웅녀 곧 안부모인 어머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해서 '곰(굼)→흠(흠)→음(움)'으로 말의 소리와 형태가 바뀌면서 오늘날 '어머니'로 되었으니 단군조선 때의 제의문화는 실존해 있었던 우리들의 실증적인 겨레의 역사가 된다고 하였다. 이는 오늘날 많은 실증주의적인 고고학자들의 살핌에서 밝혀진 바 있다([단군신화의  신연구](1974), 김재원·[한국사논문선집](1978),손보기).

  태양 곧 불은 빛의 샘이요 뿌리됨이니 모든  힘-에너지의 바탕이다. 참으로 위대한 가능성이며 희망이요 밝음지향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전깃불이 없는 세상에서 떠올랐다가 지기는 하지만 이글거리는 저 태양이 없는 누리에  삶의 가능성이란 도무지 그 뜻을 찾아 볼 길이  없다. 해우러름을 문화적인 보람으로 하는 보기는 아주 보편적이다. 돌그릇문화시대에 우리 겨레를  상징할 만한 빗살무늬토기의 빗살이라든가 고인돌로 일컬어지는 큰돌세우기, 겨레 공동체에서 정착된 농경사회로 바뀌는 길목에서 바뀐 땅이름인 서라벌 사벌 달구벌의 '벌', 거룩한 성소로 불리우는 '소도(솟대)'등은 모두가 태양신 곧 불신을 우러르는 믿음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오늘날의 인류문명이 있기까지의 에너지 뿌리는 바로 불이다. 옛부터 나무·불·흙·쇠·물을 오행이라 하여 이른바 동양적인 물질구조의 알맹이로 생각하여 왔다. 희랍신화에서도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옮겨 사람에게 넘겨준 죄값으로 벌을 받다가 헤라클레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받는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다른 짐승과는 달리 사람은 만물의 으뜸으로 그 자리를 굳혔으니 참으로 불의 힘이란 위대한 것이다. 핵분열반응에서 얻어진 방사성원소 이름이 '프로메트륨'임은 프로메테우스 불신 곧 태양신과 무관하지 않다. 태양 곧 불은 높은 열과 빛 그리고 에너지를  갖고 있다. 에너지는 흔히 힘이라고 이른다.

  우리말 '힘'은 시골말에서 '심'이라 하거니와 이는 해-태양이란 말의 형태와 의미의 걸림을 둔다. '심←세다(시다)'와 같이 '세다(시다)'에서 비롯한 말이라 볼 수 있다. 이남덕의 한국어원 연구(1985∼1986) 에서 풀이한  바와 같이 엿쇄(>엿새) 닷새의 '새(쇄·쌔∼세·쎄∼시·씨)'는  모두가 해를 가리키는 말이다. 소리의 틀로  보아 맞걸림을 함께 공유하는 탓으로 'ㅎ↔ㅅ'은 많은 넘나듦을 보여준다(형-성·힘-새·희다-시다·헤아리다-세아리다 등). 삼국사기의 지리지를 중심으로 한 땅이름의 바뀐 과정을 보면 불과 관계된 땅이름이 신라·백제 지역에서 쉽게 찾아진다. 가령  '-벌'계가 그러한 보기라 하겠다(達句火·推火-達句伐·密伐(密陽)/-夫里(卑離)). 그러니까 '-벌'의 뿌리는 태양의 빛처럼 환하고 탁 트여 있는 얼안이다. 힘과 함께 '빛'이란 우리말도 '불'에서 갈라져 나온 소리다. 옛말감을 통해 볼 때 '밝(발)-/붉(별)-/빌(빗-빛-ㅂ)'과 같은 낱말겨레들이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온도의 높낮이를 불러 일으키는 '열'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따스함을 드러내는 옛말은 아래아로 표기되는 '닷다'(향약구급방 상8)인데 말밑으로 보아 갈림성에 터를 두고 있다. 곧 땅을 말하는 '다(ㅎ)>닷+∼다>닷다'로 만들어진 형태의 짜임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마찰을 하면 그 세기에 따라서 높은 열과 빛을 내기도 하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빛과 열 그리고 에너지, 힘은 해로부터 말미암은 소리 보람들이다.

                '임'은 해보다 앞서

  하면 태양을 뜻하던 '임'은 '해'보다 앞선다. '임(님)'과 '해'의 관계는  어떻게 풀이하면 좋을까. 같은 태양을 뜻하기는 마찬가지이나 말을 쓰는 겨레중심으로 볼 때 임(님)계는 원주민격인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부에 이르는 곰토템을 믿는 맥족의 말로 보인다. 이는 사회변동의  요인으로 짐작한 것인바 실증사학의 동구권 학자들에 따라서 이미 학계에 알려진 적이 있다(고조선(1990), 유엠부찐 등). 한편 '해(새)'는 알타이 산맥에서 시베리아쪽에 이르는 쇠그릇문화의 지배족인 예족의 말이다. 그러니까 예족이 맥족을 다스리게 되면서 '님(임)·새(해)'가 같이 쓰이다가 차츰 '해(새)'계로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드러내는 푯대는 태극기인데  이때 태극은 성리학에서 이르는 물과 불을 상징하는바 흔히 음양으로 풀이한다. 음양이 모든 물체를 빚어내는 뿌리임을 인식하는 게 성리학의 기초요 [훈민정음]제자해의 밑바탕이다. 보통 목숨-생명을 풀빛으로 표시한다.단적으로 풀은 모든 목숨들의 보람으로 이해되기에 이른다. 모름지기 살아있는 목숨살이들은 물 불과 함께 파란 생물이 있음으로써 살아간다. 빛깔의 어울림과정을 보면 불색으로 보이는 주황과 물의 푸른색을 어우르면 초록이 된다. 꿈과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무지개를 보라. 가장 가운데의 색깔이 초록색이 됨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거의 대칭관계에 있는 불색과 해의 주황색이 빚어낸 색채의 어울림 가락이라고 할까.

  그럼 물과 불이 합하여 풀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우리말로 본 이 세 가지 요소의 서로 맞걸림은 어떻게  볼 것인가. 물-불-풀에서 같은 소리인 중성과 종성을 빼버리면 결국'ㅁ-ㅂ-ㅍ'이 남는다 이 세 소리는 두입술에서 나는 두입술소리로 소리냄틀이 서로 다를뿐  그 밑이 되는  소리상징은 같다. 소리의 발달단계로 보면 'ㅁ- ㅂ- ㅍ'으로 그  기초가 되는 소리는 'ㅁ'이다 여기에 무성파열을 더한 것이 'ㅂ'이요, 터짐소리와 거센 소리를 더한 게 'ㅍ'이다. 거센 소리는 일종의 갈림성을 밑으로 하는바 물과 불이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생겨난 것이 바로 '풀'이다. 우리말로 본 목숨살이의 말미암음은 물론  물과 불의 서로 만남에 터한  그 보람이며 물과 불에서 풀로 가는 맞걸림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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