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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곰신앙과 땅이름

  곰사냥을 할 때 치러지는 제례를 통틀어 곰제의라고 이른다. 곰을 제의 대상으로 하는 지역은 폭 넓은 분포를 보인다. 북아메리카에서 유러시아를 싸 안는 범북반구에 걸친 뿌리 깊은 수조신앙이라고 하겠다. 수조신앙, 이는 곰을 사람의 조상으로 보는 곰토템인 것이다. 한반도와 만주지역은 물론이요, 일본 북해도의 아이누(Ainu) 사람들에서는 아주 두드러지는 보람을 드러낸다. 먼저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곰제의의 공통된 점을 몇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다. 곰이 들짐승이나 숲속의 주인 또는 사명을 지닌 짐승이란 점. 본디는 사람인데 곰의 모습을 했기에 사냥이 있을 때마다 곰은 곰가죽을 벗고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기를 열렬히 바란다(글쎄 곰이 무슨 의견이 있을라구). 놀랍게도 곰은 사람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곰을 보고 나쁜 욕설이나 손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곰을 부를 때면 직접 곰을 부르지 않고 친족을 부르는 말 곧 할아버지, 누나, 어머니와 같이 부른다. 일종의 금기랄까, 은어랄까. 또한 사냥으로 잡은 곰의 고기는 사냥하는 현장에서 먹어 치운다. 아예 제의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지만 여성은 곰의 고기를 먹지 않도록 금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곰의 뼈는 마구 버리거나 부러뜨리지 않는다. 더욱이 머리 부분은 소중하게 다룬다. 곰의 고기를 먹고 난 뒤, 곰의 뼈를 마구 버리거나 다치게 함은 조상을 해치는 일이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머리뼈는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왜 그랬을까. 퉁그스들의 곰숭배에서도 나오지만 뼈는 흙 속에서도 오랫동안 썩지 않듯 뼈는 죽은 이들의 영생으로 보는 까닭에서다. 풀이하는 이에 따라서는 구석기 시대에 곰을 매장한 보기라든가 동굴의 벽그림에 드러난 곰의 모습을 보고 이미 이른 시기에 곰을 숭배하는 제의가 있었으리라고 상정한다. 스위스의 드라헨록(Drachenloch) 동굴의 경우가 그러한 보기라고 할 것이다. 이들 곰제의는 공간과 시간의 물결을 타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변모하였을 것으로 상정, 핀란드 민속의 혼인예식이라든가,  위굴겨레들의 가면극이, 퉁그스겨레들의 신화의 재현이 곰제의의 변형으로 보는 경우라 할 것이다. 매년 때만 되면 곰 제사를 주기적으로 행함으로써 문화의 맥을 이어준 것이라고나 할까.

                퉁그스들의 곰 숭배

  곰은 큰 사슴, 야생 사슴, 산양, 고라니와 함께 퉁그스들이 숭배하던 대상이었다. 이들 짐승을 사냥을 했을 때, 큰 사슴의 머리는 천막 속에 모셔둔다. 그리고서는 천막 안에 사는 이들이 짐승, 특히 곰의 머리를 향하여 화해의 노래를 부른다. 이른바 화해굿이 끝나면 곰의 고기를 먹는다. 먹고 남은 뼈는 광속에 넣어두든가 아니면 나무에 매어 달아 둠으로써 다른 이들이나 짐승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한다. 이는 곧 곰에 대한 사람들의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퉁그스의 한 겨레인 에벤키((evenki)들의 곰 축제에서 그런 징후가 보인다는 것. 사할린에 살고 있는 에벤키족인 나데인(nadein)들은 곰을 부를 때 다른 퉁그스의 겨레들이 부르는 것처럼 나키다(nakida)라고 하지 않는다. 곰을 특별히 에게케(egeke-할아버지), 바카야(bakaja-엉덩이)라고 하며, 한편 퉁그스의 일파인 에벤스들도 곰을 아미카(amika-아버지), 메메케(memeke-끔직스러운), 케키(keki-노인)라 부름은 흥미로운 보기들이다. 곰이 숭배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고기와 가죽, 약으로 쓰는 웅담을 얻기 위하여 종종 곰을 사냥하는 일이 생긴다. 사냥을 할 때, 몇 가지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곰에 대한 경배심을 허물지는 않는다고 믿었던 터. 곰의 숭배는 시간을 넘어 영원성을 띠기도 한다. 오호츠크 바닷가에 살고 있는 퉁그스들은 죽은 곰의 목숨이 다른 곰에게로 옮겨 가기 때문에 곰의 생명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이른바 영혼 불멸과 함게 조상신 숭배 신앙의 본거지를 이루게 된다. 부분적으로 사냥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마침내 곰의 종족은 번성하게 되며 더욱 사람들과 가깝게 된다. 쓰러진 짐승과 성 접촉을 하는 것도 주술의식으로 종족의 끝없는 번영을 비는 행위로써 에벤키(Evenki)들은 오래도록 민속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 배달 겨레들의 민속의 하나인 하회별신굿 등에서 보이는 성적인 동작을 풍년 혹은 자손의 번창을 비는 기원행위로 봄과 비슷하다.

                곰 사냥에 따른 제사의식

  곰을 사냥할 때 벌어지는 제사의식은 특히 아무르강 유역에 살고 있는 고아시아족, 일본의 북해도 지역에 사는 아이누(Ainu) 겨레들에서 두드러진다. 일본말로는 구마마즈리(熊祭), 아이누 말로는 이요만떼(iomantte)라 한다. 아이누들이 곰을 사냥할 때 곰 새끼를 산 채로 붙들어다가 일정한 기간 동안 기른다. 어느 정도 곰이 자라 잡아 먹을 정도에 이르면 친족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축제를 벌인다. 신의 나라를 향하여 '그것을 보낸다'고 하면서 제의를 치르고 곰을 죽여 고기를 나누어 먹는다. 아이누어에서 오만떼는 '보낸다'는 뜻으로 풀이되니 신의 나라로 보낸다는 정도의 뜻으로  보인다. 아이누 말에 곰을 '가무이'라 하는데 신(神)이란 말로도 쓰이니 경건한 축제를 올릴 만도 하지 않은가. 이요만떼 곧 곰축제는 아이누 문화의 뼈대가 된다. 시기는 대략 음력 11월 13일 전후로 추정된다. 이는 이즈모(出雲) 지역에서 행하여졌던 웅신대사(熊野大神社)의 어수제(御狩祭)가 이 때 행하여진 것으로 보아 그렇게 잡아 본 것이다. 어수제란 임금이 친히 곰 사냥을 위한 제사의식에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행사를 이른다. 그리이스의 신화에서 양(trago)을 잡아 번제를 지냄과 비슷한 점이 있다. 오늘날에도 일본에서는 영상자료로써 곰제의를 보관한 것이 있으며 민속 행사로서 왕왕이 치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곰의 새끼를 잡아다 산 채로 길렀다는 건 암시하는 바가 크다. 그러니까 곰 축제를 하던 때가 언제인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이 때를 전후한 시기에 이미 들짐승을 길들여 집짐승으로 삼았다고 풀이하여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퉁그스족들의 곰사냥과 관련한 제의는 두드러진 바 있다. 곰사냥을 할 때, 그들은 곰과의 화해를 위하여 애정어린 노래를 부르고 주문을 외운다. 이런 의식은 사냥을 한 곰을 집으로 옮기거나 곰 가죽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무두질을 할 때, 또는 고기로 음식을 만들거나 광이나 일정한  장소에 갈무리할 때도 정해진 그들만의 의식을 갖는다. 마가단라무츠(Magadan lamuts)같은 퉁그스들은 암콤의 머리를 베어 낼 때 '에메게지디군 에킹굴(emekeciddikun ekingur)'라는  주문을 외운다. 이는 '우리 공동의 맏누이를  너의 누이로 생각하라'라는  뜻으로 곰과의 화해를 위한 제의의 표현. 무두질을 맡은 무당 니마크(nimak)는 곰의 고기로 만든 먹거리를 둘레에 모인 겨레들에게 모두 나누어 준다. 이 고기국은 데게문(tekemun)이라고 한다. 특히 곰의 심장, 눈, 목부분의 단단한 고기, 관자놀이 부분의 둥근 고기를 나누어 먹을 때 무당은 이런 말을 한다.

  "자, 그가 가진 것과 같은 두려움 없는 심장을 너도 가지기를. 자, 그가 가진 것과 같은 똑 같은 시선을 가지기를. 눈을 깜박거리지 마. 자, 내가 사냥할 때 그의 목을 찔러라. 자, 굴을 둘러싸고 주의를 기울여라. (나무 위에서...)"

  곰과의 대화를 주고 받음으로써 곰을  더욱 가까이 하고 곰을  숭배하는, 곰을 닮아 가려는 지향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곰을 파 묻을 때의 제의

  곰을 사냥할 때와 함께 매장할 때의 의식은 곰  제의의 주요한 절차를 이룬다. 사람의 의례 가운데에도 으뜸이 상례와 제례이니, 가장 조심스럽고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 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장하는 부분은 곰의 뼈가 된다. 서로 가까이 세워 놓은 나무 사이에 준비한 널판을 놓아 둔다. 직접 사람의 손을 써 사냥으로 조각 난 곰의 뼈를 모아서 해부학적인 순서를 따라서 정성스레 가즈런히 배열한다. 죽은 곰의 귀 부분에는 귀걸이, 손목에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팔찌, 목 뒤로는 풀로 땋은 변발-땋아 올린 머리로 곰의 모양을 꾸민다. 마치 사람의 영구를 모시듯이 말이다. 곰의 눈은 특별하게 따로 다룬다. 나무 둥지의 뚫어 놓은 구멍에 넣어 두든가 아니면 나무 가지에 달아 놓는다.  눈시선의 방향은 일정하게 고정시켜  놓은 뒤 무당이 주문을 외우고 의식을 행한다.

  "나는 여기에  너를  두노라. 너는  늘  그리했던 것처럼   자연을 바라 보라.
  나를 쳐다보지 마라."

  주문을 외우는 일이 끝나면 곧 흙으로 파 묻는다. 퉁그스 겨레들은 전통적으로 죽음은 아무 것도 없는 세계로 보지 않는다. 이르자면  곰은 뼈와 함께 영원하게 산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이승의 끝이 나면  저승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혼불멸을 굳게 믿는 것은 바로 곰의  영생이 가능한 때문이며 곰은 또 겨레삶의 상징이라 풀이하고 숭배한 탓이라 하겠다. 에벤키같은  퉁그스들은 곰을 호모뜨리(homottiri), 조상신을 호모꼬르(homokkor), 영혼을 호모겐(homogen)이라  함을 보면 곰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엿보게 해 준다.

                배달겨레의 거룩한 어머니, 곰부인

  비 스승, 바람 스승, 구름 스승을 거느리고 환웅께서 아사달에 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이 땅에 내려오심이라. 하여 사람의 몸을 입은, 그것도 21일의 엄청난 시련의  늪을 지나 통과 제의를 거쳐 이룬 거룩한 곰부인과 만나서 단군 왕검을 낳기에 이른다. 하늘과 땅이요, 물과 불의 만남이 아니고 무엇이랴. 어둡고 그 힘든 굴 속의 시련을 겪은 성처녀, 곰여인은 정녕 겨레의 어머니요, 겨레삶의 말미암음 자체였던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퉁그스 겨레들이 곰은 조상신이며 영혼이라 하였듯이 배달겨레의 어머니 곰부인은 영생불멸의 민족혼이요, 겨레가 그리는 오래고 먼 그리움의 대상이 아닌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곰을 숭배하며 조상신으로 모셔 나라를 이룬 내력이 전해 온다. 시대와 지역이 달라지면 소리도 뜻도 달라지는 게 모든 언어에 두루 통하는 특징이다. 고조선 부분에 대한 곰 이야기는 충청도 공주의 곰나루 이야기가 가장 가까운 변형이라고 하겠다. '곰과  어머니 신앙' 부분에서 풀이한 걸로 대신 하기로 한다. 곰신을 모시는 경우는 우리나 퉁그스 밖에도 일본의 이즈모(出雲)지역의 구마노대신사(熊野大神社)를 들 수 있다. 땅이름으로라면 일본에도 곰-구마(kuma)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이 상당하다(熊本 熊山 등). 옛 자료인 신증유합 을 보면 '곰-고마'가 얼마나 경건하게 숭배해야 할 대상인가를 풀이하고 있다(고마敬 고마虔 고마欽). 본디 우리말인 '고맙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보기라 할 것이다. 이름씨 '고마'에 접미사가 붙어 이루어진 말인데 '고마'는 곧 곰(용비어천가 3 15)이니 '고맙다-어머니(곰)'의 등식이 이루어진다. 참으로 말과 문화의 걸림이란 놀라운 바가 있다. 조상신이며 어머니는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단군의 어머니요. 우리 겨레의 할머니인 것이다. 지금이니까 그렇지 중세어 시기만 해도 '고맙다'가 '아끼다 공경하다 높이다'는 말로 두루 쓰였음을 보면 고마(곰)가 경건하게 예배할 대상인가를  가늠케 해 준다.

  앞(곰과 어머니)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곰(고마)은 더 이상 단순한 짐승이 아니고 신격의 의미를 띄고 있다. 백남운이 지은 조선경제사회사의 지적처럼 추운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 있어 곰이란 아주 중요한 먹거리요, 옷감의 원천이 되고 뼈로 만든 무기 생산의 보고 역할을 했으니 그렇게 떠받들만도 하다. 끝없이 주는 원천을 곰으로 여긴 것이다. 곰을 많이 갖고 있으면 그만큼 삶의 가능성이 견고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투리 말로 보면 어머니는 '엄마, 옴마,  암마, 움마, 오마니, 오매, 오메, 어메, 어무이, 어매, 어망'등으로 쓰인다.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단군의 어머니이신 곰(고마)의 소리가 약해진 것이 '옴(오마)-옴마 오매 오메'등으로  이어지는데 오늘날의 어머니와 그 원형이 곰(고마)신인 것이니 곰이 우리의 내력인 줄을 알겠다. 하니까 곰이 숭배와 경건한 예배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지를 아니한가. 별이름만해도 그렇다. 큰곰자리니, 작은곰자리니 하여 곰을 별이름의 부름말로 삼은 건 무슨 사연일까. 별자리와 관련하여 짐승의 이름을 붙인 것이긴 하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분과 북극성 자리를 큰곰 작은곰으로 자리매김함은 곰과 북쪽을 고리지은 것이다. 곰은 추운 지방에 살면서 일생을 살다가 간다. 조상신과 영혼의 숭배대상이었던 곰이 영원히 살아 밤하늘의 별자리로 빛나는 것이라는 믿음때문인가. 물론 그리스 신화에서는  본디 별의 요정이었던 칼리토스가 여신 헬라의 미움을 받아 큰곰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줄거리다.

  북극성은 지는 법이 없다. 해서 언제나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들의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 될 저승의 누리를 손짓해 준다. 우리말로 별의 바탕이 빛이요, 불이듯이 곰별은 우리들 마음 속에 늘 빛을 뿌린다. 해서인지 북두칠성은 자손과 우리삶의 모든 행불행을 쥐고 있다고 믿으며 오랫동안 우러름의 표적이 되어 왔으니 이가 곧  칠성신앙이 아니겠는가. 죽은 사람의  등뒤에 칠성의 별을 그린 널판을 지게 하고 다시 묻는다. 몸은 썩어 흙으로 돌아가나 그의 영혼은, 그의 생명은 온 하늘을 돌아 칠성님의 곰세계로  아니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뭔가 잘 안 되면 '칠성님이 앵 돌아졌다'고 한다. 별의 본바탕이 불이라면 그 비롯은 해 곧 태양이 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모든 별은 태양의 한 변종이라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땅이름속에 곰 신앙

  곰이 조상신이요, 생명의 젖줄인 겨레의 어머니라 했다. 옛부터 한 번 불리면 잘 바뀌지 않은 우리의 땅이름에는 어떻게 되비쳐 있을까. 세월이 가면 모든 게 바뀌게 마련. 살아가는 문화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사회생활의 의사교환의 거멀못이라 할 말의 소리도 뜻도 바뀌어 간다. 곰(고마)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렵문화를 지나면서 청동기 문화의 발달과  함께 농경생활로 접어 든다. 조상신이요, 영혼의 상징물인 '곰'은 농업생산의 어머니라 할 땅과 물을 다스리는 신의 뜻으로 바뀐 것으로 본다. 따뜻한 남쪽지역으로 와서 뿌리 내려 살면서도 겨레 신앙의 뿌리샘인 곰 신앙은 여전하여 우리 둘레의 산이며 강, 또는 땅이름에 조상신 숭배의 곰우러름을 떠올려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말은 있으되 글자가 없었던 시절, 한자를 빌려 썼다.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빌렸으니 하나는 한자의 뜻빌림이요, 다른 하나는 한자의 소리 빌림이라고 하겠다. 먼저 한자의 뜻을 빌린 보기들을 풀이해 보기로 한다.

  중세어 자료를 보면 곰은 '곰-고마'로 적히기도 하였다(고마 熊津 (용가3 15) 곰熊 (훈몽자회 상19)). 일본말에서는 지금도 곰을 구마(kuma)라 하며 고맙다는 인사말의 '고마'가 아직도 쓰이고 있음을 보아 '고마-곰'은 분명 같은 말이었다. 소리마디로  보면 열린 소리마디 '고마'에서 끝 홀소리가 떨어지면 '곰'이 된다. 일본말의 '구마' 역시 우리말 '고마'에서  첫소리 마디의 홀소리가 바뀌어 쓰인 결과라고 하겠다. 한자의 뜻빌림에서는 가장 두드러진 곰 웅(熊)을 비롯한 땅이름이라 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에 드러난 이름만해도  40여 곳 이상의  분포를 보여준다.

  (웅-계 땅이름의 분포)
웅구 웅기 웅신 웅산 웅천(창원)웅양 웅곡지(거창)웅곡 웅현(선산)웅저현(김해)웅촌(울산)웅림소 웅림 웅시원 웅령 웅양역(회양)웅전산(정선)웅천 웅진(공주)웅이 웅이령 웅이역 웅이천(갑산)웅화산(의주)웅곡악(안변)웅천(개성)웅치 웅첨소(장흥)  신증동국여지승람

  쓰이는 자리에 따서 곰(고마)이 반드시 짐승으로서 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선 여러 풀이에서  고마(곰)는 '신(神) 크다 북쪽 북두칠성 뒤 굽다'등의 여러 뜻으로 쓰이게 되며 농경문화로 접어들면서 소리는 같으나 '곰'이 검(거북) 더나아가서 용(龍)의 뜻으로까지 확산되어 쓰인다. 우리말의  '검'이 신(神)을 이르거니와 물신과 땅신의 동물상징으로 거북을 가리키기도  한다. 양산민요의 '왕거미'노래나  신자전 의 자료를 보면, 함안지역의 땅이름 현무(玄武)를 이두식으로 읽으면 '검'이 나오기 때문이다(정호완(1992) '곰'의  언어적 상징). 일본말에서 거북을 가메(kame)라 하는데 이는 양산민요나 땅이름 현무(玄武)를 비교한 우리말 '거미'와 같은 계열의 형태로 보인다. '웅 계'의 땅이름은 강이나 산, 섬 고개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굽으러져 둥그런 모습을 한 곳이 곰(고마), 일본말에서도 파마(구마 가마 파마)이니 '곰-웅'계 땅이름은 굽으러진 곳을 이른다고 풀이한 논의도 있다(강헌규(1992) 공주지명에  나타난 '고마 웅 회 공 금'의 어원). 따지고 보면 '굽다'의 '굽-'도 구멍을  뜻하는 '굼'에서  비롯한 말이니 '곰'의 홀소리가 바뀐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경남 동해안  방언에서 '없다'를 '움다'로, 향가에서 '움는'으로 적음도 한 방증이 된다. 마침내 가장 바탕이 되는 곰(고마)의 뜻은 중심이고 여기서 갈라져 나아간 주변적인 뜻이 아닌가 한다. 동물상징에서 곰이 수렵문화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거북(검)은 농경문화를 가리키는 소리 보람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검-거북'을 밑으로 하는 구(龜)계열의 땅이름은 어떤 보기들이 있는가를 살펴본다.

  ('구(龜)-'계열 땅이름)
구녕원(평산)구담(담양)구석(보은)구도(창원)구복(웅남)구성(영주 지례 단성)구지진(김해)구산포(칠원)구산(홍산)구암봉(김해)구산령(안동)구봉산(부산)구포(동래)구미(선산)거미야 거미야 왕거미야 진산덕산 왕거미야(양산지방 민요 왕거미 노래)/현무(玄武)(함안)(검(玄)+ㅁ(武)) (대동지지)

  거북의 상징성은 많은 자료에 드러나는 바, 벽화그림의 거북은 북쪽의 물기운을 맡고 다스리는 신, 북쪽의 일곱별(斗牛女虛危室璧), 대오방기의 하나 인 현무기(玄武旗), 군영의 후군을 가리키는 경우에도 많이 쓰인다. 가락국의 김수로왕을 맞은 곳이 구지봉이었으니 이는 거북의 신령함을 통하여 가야국의 첫 임금을 맞이한다. 가락의 가(駕)도 글자를 풀어보면 감(加+馬 감)으로 소리가 날 가능성이 있다. 웅 구- 계열의 땅이름과 함께 동음이의어로서 폭넓은 분포를 보이는 게 부(釜)-계의 땅이름이다.  훈몽자회 등의 자료에서 '부'는 가마(釜)로 나온다. 거북을 드러내는 거미 가메와 그 소리가 비슷하여, 그 모양이 거북 모양과 같다고 하여 그리 적은 것은 아닐까.

  (부(釜)-계의 땅이름)
부곡(창녕 영천)부산(동래)부곡포(웅천)부동(횡성)부항(김천)(대동지지)/감골(태안)외감 내감 중감(김천)가마골(태안 공주 갑천)가막골(태안)

  이 밖에도 곰(고마)의 뜻을 밑으로 하고 지역을 달리 적는 땅이름들이 있음은 일종의 강한 메아리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음죽-흑석리(黑石里) 음성-감비(甘味) 칠곡-거무산(巨武山) 감산(加木山-架山) 현풍-부동 음동 금동). 보기에서 주로 쓰인  한자는 칠 흑 현 음(漆黑玄陰)으로  그 뜻은 모두가  검(감)과 같은 곰(고마)의 홀소리 바꾼 꼴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한자의 뜻을 빌어 적은 보기들에  대하여 이제까지 알아 보았다. 그럼 소리를 빈 음독(音讀)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원적으로 한자 가운데에서 '곰'으로 소리나는 글자는 없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소리꼴을 지닌 금(金琴今)  검(儉) 감(甘)과 같은 한 소리마디의 보기들이 있고 '고마'에서처럼 두 소리마디로 적어 열린 소리마디가 되는 갈래를 살펴 볼 수 있다. 땅이름의 보기들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금(검 감)-계열 땅이름)
감물(甘勿) 금물(今勿)-음달(陰澾)-감천(甘川)-어모(禦侮)<대동지지 김천>감물아(甘勿阿)-감라(甘羅)-감열(甘悅)(대동지지 熊津浦)  공주(公州)-웅천(熊川) 금강(錦江)-웅천하(熊川河) 검단(儉丹) 玄(黑赤色 신자전 )

  마침내 한반도 서남부의 허리를 감아도는 금강의 뿌리가 곰강이란 말이 되고, 3산5악의 중악이 되었던 대구의 공산(公山)도, 금호강(琴湖江)도 모두가 조상신이자 겨레의 말미암음이라 할 곰신앙을 되비친 땅이름이란 말이 된다. 이쯤 되고 보면 벌써 짐승으로서 곰은 사라지고 조상의 꿈과 믿음이 서린 생산신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세월의 깊이를 더하고 문화가 발달해서 곰신앙같은 샤머니즘이나 토템이 약해지고 없어졌지만 여전하게도 아주 잘 쓰는 '고맙다'와 같은 인사말에 살아 남아 쓰이질 않는가.

  쓰인 한자는 상당히 다양하다. 곰에서 '검-금-공-굼(궁)-감'으로  번져 나아간다. 한자의 뜻과 곰의 속성을 따져 보더라도  상당한 암시를 받을 수 있다. 먼저 검(儉)의 경우, '사람의 으뜸으로 모심'으로 풀이되며  우리말에서 신(神)의 뜻이 됨은 더욱 곰과의 걸림을  미덥게 한다(神검也<신자전>). 하면  공(公)은 어떠한가. 귀공의 '귀'는 벼슬하는 이가 사는 관청 '구의(公<훈몽자회>)'를 뜻하는 말이다. 제정일치 때의 벼슬하는 이란 흔히 종교와 정치의 지도자를 겸하였으니 부족으로 보아서는 귀한 사람일 밖에 달리 볼 수가. 귀의  본디말은 '굿이-구시-구이-귀'에서 온 것으로 '굿'은 정치와 종교 직능을 하는 공간 즉 굴(窟)인 것이었다. 굴살이를 하던 때에 굴이 바로 관청이요, 종교 공간이 아니었을까.  금(琴 錦)의 경우, 음악적이며 좋은 옷감을 떠 올린다. 땅과 물신에게 잘 빌고 순리를 따라 여름지이를 하면 먹고 입을 것이 넉넉하게  된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맞다. 배고픈 이에게 아름다운  소리가락이나 옷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울러 지적해 둘 것은 2음절형의 '고마'를 적은  경우인데, 분포의 보기가 많지는 않다.

  ('고마'계의 땅이름)
  고마(固麻 格門)<만주원류고> 고마지(古麻只) 고마미지(古麻彌知)<삼국사기> 구마노리(久麻怒利)<일본서기> 개마(盖馬)<후한서> /  獸之初生之謂鼻(대한한사전) / 고히平코(석보상절19.7) / 가무이(神)<Ainu>

  곰과 함께 고마가 널리 쓰였는데 곰은 고마의 소리마디가 줄어든 형태이고 고마는 기본형이 '고'이다. 하면  '-마'는 마니산의 '마'와 같이  높임을 드러내는 경칭접미사로 쓰였을 뿐인데 함게  늘 쓰이다 보니 한 단어처럼 굳어지고 줄어 '곰'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고'는 코의 뜻으로서 태반에서 짐승의 모습이 제일 먼저 생겨난 조직이라 풀이된다. 호흡이 이루어지는 부분도 코이며 가장 생명적인 부위가 아닌가. 모계사회에서 조상신이요, 영혼으로 우러르는 곰이야말로 겨레들의 말미암음인 생명의 씨알이라고 하면 상당한 걸림의 가능성이 있음을 상정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면 '고-코'가 된다. '고(ㅎ)'와 같이 코는 히읗(ㅎ)말음특수명사이다. 소리의 바뀜으로 보아 아예 (ㅎ)이 윗말에  녹아 붙어 '곳-곶-곧-골'과 같은 낱말의 떼를 이룬다. 흔히 겉으로  불쑥 튀어 나온 부분을 '곶'(장산곶 장기곶)이라 하거니와 식물의 가장 중요한 조직을  '곶'이라 하며 뒤에 꽃이  되었다. 꽃으로 말미암아 씨앗이 생겨나 온 누리에 그 씨앗 퍼뜨림을 보면 분명 생명과 직접 걸림을 둔 주요한 두드러짐의 한 부분임을 알만한 일. 옛 조상들은 '곰'에서 겨레들이 움트기 시작해서 그 가지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음을 떠올려 그렇게 의미부여를 한 것일까. 곰의 변이형인 '굼'은 구멍을 뜻하며, 이 말이 바뀌면 소리가 약해져서 '굼 훔 움'이 되기에 이른다(람스테트, 1945, 알타이어학입문 참조). '움'도 따지고 보면 생명의 뿌리란 말 '굼(곰)'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곰의 낱말겨레

  태풍의 정도가 심할수록 중심에서 더욱 멀리 영향을 미친다. 말 또한 그러하다. 특정한 언어사회에서 상징성이 강한 말이 있다면 소리나 뜻으로 보아 이에서 갈라져 나온 말이 더 큰 낱말의 떼를 이루게 될 것이다. 곰(고마)의 경우 배달겨레의 조상신이자 가장  경배하는 대상신이자 믿음의  존재였으니 많은 메아리로 우리말에 퍼져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먼저 형태의 갈라짐을 보면 곰의 소리가  바뀌어 새끼를 친 낱말의 떼가 있고 뜻을 중심으로 갈라져 나아간 낱말의  떼가 있다. 곰(고마)에서 홀소리가 바뀌어 이루어진 말들의 보기를 더듬어 본다.

  곰-감 계열이 밝은 홀소리의 경우이며, 굼-검-금 계열의 어두운 홀소리의 보기라고 할 것이다. 앞에서 풀이한 것처럼 머리의 닿소리가  약해지면 '홈-함 / 훔-험-흠'이 되고 다시 소리가 약해져 떨어져 가면  '옴-암 / 움-엄-음'이 됨을 알 수 있다. 순서에 따라서 '곰-감 / 굼-검-금'의 경우를 먼저 들어보기로 한다. 이 때 드러내는 뜻으로는 짐승으로서 곰은 물론이요, 검정색, 구멍, 신, 어머니 등과 같은 여러가지의 복합성을 띤다. 익은 말이나 속담도 함께 고려한다.

  (곰- 계의 낱말)
가) 곰(熊) 곰거리 곰곰이 곰나루(공주) 곰취 곰방대 곰팡이 곰보 곰 실거리다 곰실곰실 곰작곰작 곰지락거리다 곰틀곰틀 곰 앞잡이 / 곰 가재 뒤지듯 / 고맙다 고마도(古馬島 전남 완도)고마(妾<훈몽자회 상 31>) 고마이 고마ㅎ다(내훈1.27) 고막(=귀청) / 공그르다 공글차다 공글리다

나) 감(枾 열매 중에 으뜸) 감노랗다(검은듯 노랗다) 감다(머리를 ) 감돌다 가마솥 가마니 가마귀 가마노르께하다 가마득하다 가마푸르레하다 가마채 까막눈 가만가만 가만하다 가맣다 감감-캄캄-깜깜하다 가매지다 가무댕댕 까무댕댕하다 가무러지다 까무러지다 가무레하다 가무잡잡하다 가물 가물다 가물거리다 가물에 돌 친다 가물 타다 가뭄 깜작하다

다) 검(神<신자전>) 검다 검기다 검기울다 검누르다 껌껌하다 검둥이 컴컴하다 검실검실 거문고 거문성(巨文星 큰곰 자리에 있는 별이름) 거문도(巨文島) 껌적껌적 검정 껌정이 검 질기다 검 접하다 껌정 검칙하다 검푸르다 겁나다(검(神)이 나오다)

 라) (굼-)구멍 구멍을 보아 말뚝 깎는다 구멍가게 구멍밥 구멍새(구먹) 구메구메 구메농사 구메혼인 굼벵이 굼뜨다 굼실거리다 굼적거리다 굼지럭 굼지럭 굼튼튼하다 굼틀굼틀 구물거리다 구문소(태백) 궁글다 궁글리다

마) 끄먹거리다 끄무러지다 그물(함정 곧 구멍) 끄물거리다 그믐 그믐밤 끔벅이다 금쇠

  주로 '검다 구멍 곰 신'의 뜻을 바탕으로 하는 낱말들이 떼를 이루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곰-계열의  말에서 첫소리가 약해지면 목구멍 마찰음(ㅎ)이 되어 쓰이는데 함께 뭉뚱거려 낱말의 보기를 찾아 보도록 한다.

  (홈- 계열의 낱말 겨레)

가) 홈(오목하고 길게 파낸 고랑의 줄)홈끌 홈질 홈치다 홈치작거리다 홈켜잡다 홈켜쥐다 홈키다 홈통 홈파다 호물때기 호물거리다 호미(홈+이 호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호미 씻이 호미자락

나) 하물하물 함지박 함빡 / 허물 허물다 허물어뜨리다 허물어지다 허물없다 허물하다 험집 / 후미지다 후미 후무리다 / 훔쳐내다 훔치다 훔쳐때리다 훔켜잡다 훔켜쥐다 훔 파다 훔 패다 훔척거리다 / 흐뭇하다(흠 ) 흐물흐물 흐무러지다 흠 흠뻑 흠실흠실 흠잡다 흠집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리가 약해져 떨어지면 소리값이 없는 말이 이루어진다. 그 대표적인 말이 어머니의 방언 형성 옴(엄 암 움)- 형이라고 하겠다. 낱말의 떼를 찾아보도록 한다.

  (옴- 계열의 낱말)
가) 옴 옴나위( 없다) 옴딱지 옴막집 옴쏙옴쏙 옴실옴실 옴쏙거리다 옴직옴직 옴실대다 옴츠러뜨리다 옴츠러지다 옴츠리다 옴크리다 옴키다 옴파리 옴 파다 옴 패다 옴 피우다 옴폭옴폭 옴포동이같다 오물거리다 오막살이 오매(어머니) 오목눈이 오목오목 오목조목하다 오목하다 오무래미 오물거리다 오물대다 오물할미 오므리다 오미(늪과 같이 물이 고여 있는 곳) 오밀조밀하다 옹글다 옹그리다(옴(ㄱ)으리다)

나) 우무러뜨리다 우무리다 우묵우묵 우묵하다 우물(웅굴<함경 강원>)우물대다 우물쩍우물쩍 우물쭈물 우무러들다 우무러지다 움(움안에 간장) 움돋이 움따기 움누이 움딸 움막 움집 움버들 움막살이 움베 움불 움뿅 움싹 움씰거리다 움쑥 움직이다 움직씨 움질거리다 움키다 움켜잡다 움켜쥐다 움 파다(움 패다) 움퍽 움펑눈 움푹 움쌀 움푹움푹 웅글다 웅둥그려지다 웅숭 깊다 웅크리다

다) 으물거리다 으물으물 으뭉스럽다 응그리다 응등그리다 / 어마(어머나)

라) (어머니의 방언) 니미(창원 진양) 아매(경원 온성) 애미(부산 김해) 엄니(충청 전라) 어마(영주 봉화) 어마니(강진 화순 보성 해남) 어마님(포항 화순 담양) 어마씨(김천) 어마이(남해 양산 안동 길주 명천) 어만(황해 평남) 어매(영주 안동 봉화 영양 상주 김천) 어머니(충청 경기 전북) 어머이(울진 포항 거창 산청 단양 영동) 어멍(제주) 어메(경북 경남 전라) 어무(울주) 엄냐(남해) 엄마(전국) 엄마이(황해) 엄머이(의령) 에미(경남 평안남북 함경 강원) 오마(함안) 오마니(김천 평안남북) 옴마(경상 진안 장계 온천) 이미(창녕) 움마(남해) 제미(온성 경성) 제에미(경원) / 어무(어모) 禦侮(金泉 甘川) <대동지지>

  위의 낱말들의 보기에서 눈에 뜨이는 건 '어머니'의 사투리말이다. 곰의 변한 말이라 할 곰(검-감-굼-금)에서 홈(험-함-훔-흠)을 거쳐 옴(엄-암-움-음)이 되었음을 고려하면 어머니의 사투리말에 곰의 변이형이  모두 들어 있다는 것 알 수 있다. 겨레의 조상신이자 단군의 어머니신이 곰이니 세월이 지나면서 소리가 바뀌어 오늘날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줄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아울러 곰(감 검 굼 금)이 토씨와의 결합에서 까닭없이 기역(ㄱ)이 끼어 드는 기역특수곡용명사이고 그 소리가 바뀐  형들도 옴(암-엄-움-음)이 기역  앞에서 자음이 동화되어 옹(앙-엉-웅-응)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임을 한 터무니로  댈 수 있을 것이다. 공간으로 보면 구멍이요, 땅이요, 물이 곧 곰(고마)이다. 물이 있는 곳에 농업 생산이 가능하고 모든 목숨살이의 삶이 가능한 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말이 구멍이지 좀 더 확대하면 굴이 된다. 이는 옛 조상들이 굴살이  - 혈거생활을 하였음을 떠 올리면 사회언어학적인 의미 부여가 어렵지  아니하다. 그러니까 어머니 - 고마(곰)는 우리 겨레의 생명이요, 그 생명이 깃들이는 안식처이자 영원한 그리움의 언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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