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094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소리란 무엇인가

        수풀에 우는 새는 봄을 못 이기어 소리마다 교태롭다.
        물아일체러니 봄 흥취가 다르랴.
        사립문에 서성이고 정자에도 앉아 보네.
        천천히 거닐며 글을 읊는구나.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어울리는 삶. 그 즐거움이야 예와 오늘이 다를 리가. 아무래도 머리의 <상춘곡>을 쓴 정극인(丁克仁 1401-1481) 선생만이 누릴 수 있는 경지는 아닌 것이다. 봄 내음이 녹아 흐름이 어디 숲 속뿐이랴. 깊고 그윽한 산골을 흐르는 냇물소리이며 이에 질세라 노을 든 아침 저녁으로 울어 예는 작은 새들의 노래. 참으로 소리의 갈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앞에서도 하였듯이 나즈막한 소리로 읽는 글소리, 짐승들의 울음소리 등 얼마나 다양한가. 소리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가 하면 듣지 못 하는 소리들도 있다. 빗방울 끼리 부딪는 소리며 벌레들이 잠드는 소리, 꽃이 피어 오르다 이내 져버리는 소리. 아니면 지구가, 온 하늘의 별들이 도는 소리, 해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말이다.

  사람을 일러 언어적인 존재라고 한다. 말에는 입말이 있고 글말이 있다. 약속된 글자로 입말을 옮겨 적으면 곧 글말이 된다. 분명 사람의 무리 사이에서 쓰이는 말소리와 다른 존재들의 소리와는 다르다. 사람의 소리에는 닿소리와 홀소리가 어우러져 일정한 틀모양을 바탕으로 해서 그 구실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다른 소리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아니하다. 새는  짝을 찾을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울며 죽음에 가까웠을 때 아주 선한 소리로 운다고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라도 사람의 그것과는 달라 닿소리 - 홀소리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하나로 어우러진 소리여서 서로 다른 변별성을 띠지 못한다. 흔히 모든 자연의 소리를 음향이라 하고 사람의 소리를 음성이라 함도 이러한 변별성이 있고 없음에 따른 것이다. 대체로 개인의 언어활동은 크게 호흡기관 - 발성기관   -조음기관으로 나누어 풀이된다. 조음기관의 구실이 달라서 그렇지 짐승이나 사람이 소리를 냄에 있어 발동기관의 호흡작용과 발성기관의 발성작용이 그 터를 이룸에는 아주 비슷한 바가 있다. 그럼 언어 활동의 말미암음이라 할 호흡작용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최현배(1980, 우리말본)에서는 호흡을 나누어 날숨과 들숨으로 풀이한다. 들숨이 울대로 말미암아 새로운 공기를 빨아 들인다면, 날숨은 필요 없어서 몸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 때 허파라 하는 숨틀의 얼안에서 들고 나는 숨의 되풀이를 따라서 필요한 공기를 취함은 물론이다. 이어서 숨틀을 나온 날숨은 울대를 울게 하여 소리를 내게 하여 소리를 고루는 혀와  입안에서 생각과 느낌을 상징화하는 홀닿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소리는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움직임만으로는 일지 않는다. 반드시 두 개 이상의 물체나 특정한 상황과 상황의 '사이'란 틀 위에서만 소리는 가능하다. 가령 냇물의 경우를 들어보기로 한다. 싣달타는 흐르는 밤의 강물 소리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깨달았다고 하거니와, 흐르지 않는 연못의 상태에서는 우리가 느낄 만큼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질 않는가.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터. 이는 만고에 변하지 않는  자연현상이다. 아래로 흐르는 물은 물의 갈래와 갈래가 부딪히기도 하며 돌부리에 더러는  나무나 갈대의 늪을 빠져 나가면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낸다. 물리학에서는 소리를 물체의 떨림에서 비롯됨을 찾는다. 물체가 떨어 난 소리는 다시 귀청을 울려 청각기관을 자극한다. 말소리도 날숨이  성대를 떨게 하여 일어난다. 그러니까 소리는 어떤 둘 이상의 물체나 현상들이 서로 마주 부딪거나 어울려 일으키는 공명작용(共鳴作用)임에 틀림 없다. 듣는 이에 따라서 같은 소리라도 음악이  되기도 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되기도 한다. 판소리나 시조창, 타령, 서양 음악의 소나타나 심포니가 앞의 경우요, 망치소리나 돌이 부딪치는 소리, 악을 쓰는 사람의 소리가 뒤의 경우에 따라 붙는다. 역사적으로 보아서 역대 임금들은 음악의 어울림을  정치의 그 것과 비유하여 소중한 가치를 부여했다.  예기(禮記 에서 '누리를  다스리는 소리는 평안하고 즐거워야 정사 또한 화락해 진다. 한편 세상을  어지럽히는 소리는 원망스러움과 분노로 가득하여 정사가 어긋나게 된다. 아예 나라를 망하게 하는 소리는 슬픔을 생각하게 함이니 그 백성이 곤해 진다. 해서 소리의 도리 곧 음악의 길은 정사와 맞물려 통하는 것이다(聲音之道與政通矣).'라 함은 바른 소리의 값 있음을 힘 주어 풀이하는 표현이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나 정서를 갖춘 사람이라도 말이나 글로 드러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조상 대대로 모든 역사나 문화의 유산을 글로 적어 뒷 사람들에게 옮겨 준다. 정말 사람들은 언어적인 존재일 시 분명하다. 소리란 떨림이며 서로 부딪혀 스침이요, 갈라짐의 현상이다. 사람이나 짐승의 몸안에서는 철저히 나오는 날숨을  따라 울대에 부딪혀 떨림으로 말미암는다. 다시 혀와 입안에서 갈라져 홀닿소리로 굳어져 언제나 같은  소리로 떠올린다. 실제 소리를 냄에 있어서는 계속 이어져 한 소리마디나 낱말을 말하는 것이언마는.

                소리는 솟아남이라

  '소리'란 낱말의 형태는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더 이상 쪼가를 수는 없는 것인가. 글쓴이가 보기로는 소리는 '소리 솔+ 이 > 솔이 > 소리( =  솟아 나온 것)'로 나누어진다. 그러니까 숨틀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울대)에 부딪혀 떨림  - 울림으로써 생겨난 게 '소리'란  논리가 된다. 여기서 '이'는  사물이나 사실을 가리키는 접미사 - 씨끝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요, '솔'은 [솟음]을 뜻하는 말조각으로 보면 된다. 하면 무슨 까닭으로 '솔'을 솟아나옴의 뜻으로  볼 수 있단 말인가. 한 개인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그 집안의 내력이 담긴 가족의 족보를 찾게 된다. 그 뒤에 개인의 성격과 성장 과정 및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하여 살피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소나무를 '솔'이라고도 한다. 풀 뿌리나 털 또는 나무 뿌리, 가는 철사 등으로 만들어 옷이나 먼지를 터는 데 쓰는 도구 또한 '솔'이라  이른다. 바늘처럼 솟아 있는 모양을 한 물체가 바로 '솔'이 아닌가. 더러 솔은 '솟'으로  쓰이니 '솔대 - 솟대'와 같이 쓰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민속의 한 행사로서 농가에서 세안에 다음 해의 풍년을 바라는 뜻으로 볍씨를 주머니에 넣어 높은 장대에 달아 놓는다. 이 때 장대를 '솟대'라 함은 널리 아는 일이다. 더러는 과거에 오른 사람을 기리기 위하여 마을 어귀에 높이 세우는 장대가 곧 솟대다. 결국 '솔'이란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모습을 한 물체이다. '솔'에 접미사 '다'가 붙으면 '솔다'가 되는데, 이는 아주 빨리 흐르는 물결이 용솟음쳐 오르는 모양을 드러낸다. 솔옷(=송곳) 또한 이 얼안에 든다. '솔 - 솟'의 낱말 겨레는 다시 'ㅅ(솥)'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솟'의 끝소리 시옷(ㅅ)이 디귿(ㄷ)으로 소리 난다. 흔히 일러 끝소리 규칙 또는 말음법칙이라 한다.

 훈몽자회 와 같은 중세어 자료에서는 솥을 'ㅅ'이라  했다(ㅅ뎡鼎<훈회 중10>). 뒤로 오면서 거센소리되기를 따라서 솥으로  바뀌어 쓰인다. 솥은 이바지를 위하여 음식을 만드는 그릇이다. 대략 네 귀가 달려 있고 돌이나, 부엌에서 좀더 높은 곳에 자리해서 낮은 곳에다 불을 지핀다. 땅이름에서도 솥 모양으로 된 곳에서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전라북도 남원 땅의 ㅅ뫼(용비어천가)가 그러한 보기들이다. 말은 역사와 사회를 되비치는 소리상징이다. '솔 - ㅅ - 솟'의 낱말들이 드러내는 문화의 상징들은 삼국유사 에 보이는 소도(蘇塗) - 솟대가 태양숭배를 가리킨다. 솔 또한 마찬가지인데 빗살무늬 토기에서 빗살이 바로 소나무의 솔과 같은 뜻으로 바꾸어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낱말들은 모두가 청동기 문화 즉 쇠문화가 시대의 획을 그으면서 일어난 문화의 상징들이라 하겠다. 살아 가는 동안에 우리들은 많은 말을 한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입말과 글말이 많다. 하필이면 다른 이를, 겨레를 망치는 말을 할 것인가. 하나됨의 꿈을 실은 밝고 고운 소리로 짜여진 말을 할 일이다. 그 것이  바로 실현되지 않을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온 겨레가 '나누며' 사는 소리이다.
 


  1. 우리말의 상상력- 3. 목숨과 어우르기 / 술

    Date2010.02.09 By바람의종 Views3586
    Read More
  2. 우리말의 상상력- 3. 물과 불의 만남 - 생명의 기원

    Date2010.02.08 By바람의종 Views2907
    Read More
  3. 우리말의 상상력 2 - 2. 곰신앙과 땅이름

    Date2010.02.07 By바람의종 Views3010
    Read More
  4. 우리말의 상상력 2 - 2. 달홀(達忽)과 가라홀(加羅忽)의 어우름

    Date2010.01.26 By바람의종 Views3401
    Read More
  5. 우리말의 상상력 2 - 2. '해'의 소리 상징, 말하는 남생이

    Date2010.01.23 By바람의종 Views3124
    Read More
  6.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소리란 무엇인가

    Date2010.01.22 By바람의종 Views3094
    Read More
  7.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지리산과 파랑새 꿈

    Date2010.01.20 By바람의종 Views3181
    Read More
  8.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죽령(竹嶺)과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Date2010.01.19 By바람의종 Views3078
    Read More
  9. 우리말의 상상력 2 - 2. 말 달리던 선구자

    Date2010.01.09 By바람의종 Views3327
    Read More
  10.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치악의 말미암음

    Date2009.12.14 By바람의종 Views3267
    Read More
  11.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새로움과 관동(關東)

    Date2009.12.01 By바람의종 Views2993
    Read More
  12. 우리말의 상상력 2 - 2. 마니산과 하늘신

    Date2009.11.29 By바람의종 Views2825
    Read More
  13.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조선의 소리 보람

    Date2009.11.08 By바람의종 Views3427
    Read More
  14.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옛 조선의 맥, 춘천

    Date2009.11.03 By바람의종 Views3352
    Read More
  15.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스승은 거룩한 교황

    Date2009.10.28 By바람의종 Views3300
    Read More
  16.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임과 해우러름

    Date2009.10.27 By바람의종 Views3345
    Read More
  17. 우리말의 상상력 2 - 2. 팔공산은 믿음의 터

    Date2009.10.07 By바람의종 Views3212
    Read More
  18.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어머니와 곰신앙

    Date2009.10.06 By바람의종 Views3527
    Read More
  19. 우리말의 상상력 2 - 1. 강과 삶

    Date2009.10.02 By바람의종 Views3020
    Read More
  20. 우리말의 상상력 2 - 1. 횡성, 금호

    Date2009.09.27 By바람의종 Views3719
    Read More
  21. 우리말의 상상력 2 - 1. 백마강, 강릉

    Date2009.09.21 By바람의종 Views3152
    Read More
  22. 우리말의 상상력 2 - 1. 영산강과 용, 섬진강과 두꺼비

    Date2009.09.01 By바람의종 Views3316
    Read More
  23. 서울의 어원

    Date2009.08.01 By바람의종 Views3737
    Read More
  24. 우리말의 상상력 2 - 1. 두만강과 조선왕조, 대동강과 한겨레

    Date2009.07.16 By바람의종 Views3216
    Read More
  25. 우리말의 상상력 2 - 1. 한강의 뿌리, 우통수(于筒水)

    Date2009.07.15 By바람의종 Views385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