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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마니산과 하늘신

        만길이나 높은 단에 밤기운이 오히려 맑네
        출렁이는 파도는 세상 시름을 떠난듯 하이
        임께 절하여 바치오니 태평세월을 주소서
                        (참성단 시에서)

  마니산의 꼭대기에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믿음의 자리, 그게 바로 참성단이다. 위는 네모가 나고 아래는 둥글어 하늘과 땅의 어울림이 깃들어 있는 듯. 옛부터 전해 오기로는 단군임금께서 하늘에 제사를 모시던 곳이라 한다. 조선왕조에 들어 와서도 앞 서의 별제사를 이어 지내게 되었으니 겨레의 앞날을 비는 정성은 변함이 없던 터. 조선왕조의 태종이 세자 시절에 임금을 대신하여 이 곳에서 자면서 재를 올린 일이 있다. 이같이 옛부터 하늘을 제사하던 기록들이 보이는데 하늘 제사의 대상은 별, 곧 불이요, 불의 원천은 해였으니 이르러 태양이 아니던가. 글자 풀이로 보면 가장 큰 불덩이가 태양인 셈. 태양은 그 엄청난 빛과 열을 발함으로써 온 누리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며 섭리의 공간을 이루어 간다. 빛 또한 불의 다른 말일 뿐 밑뜻은 같은 말이다. 태양을 신(神)으로 믿고 바라던 자취는 여러 가지다. 땅이름으로 신라지역의 '벌(불)'이며 백제지역의 '부리(비리)'계는 물론이요, 한자어계열의'양(陽)' 또한 예외가 아니다.

  소리마디의 틀은 'ㅂ- 모음 -  ㄹ- (모음)'으로 개음절이냐 폐음절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짐작하건대, 벌판은 하늘의 빛살이 퍼지듯이 시야가 탁 트인 곳을 이른다. 민속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흔히 솟대라 하는바,  농어촌의 풍년을 빈다든지, 과거급제를 한 사람을 축복하기 위하여 동네 어귀에 높은 장대 끝에 새를 올려 놓음은 일종의 태양숭배라 할 것이다. 머리를 동으로 하는 동침제(東寢制)이며, 빗살무늬의 즐문토기, 고인돌 등은 모두가 태양신 숭배의 흔적이라 할 것이다. 특히 땅이름 가운데에는 '해(새)'와 걸림을 보이는 분포가 눈에 뜨인다(新 赤 昌 金 東 鳥 草 雉 鷄 등). 이제 마니산의 마니를 마(摩)와 니(尼)로 나누어 살펴 보도록 한다.

                '마(摩)'는 거룩함을 드러낸다.

  땅이름(馬 - 沃 - 代 - 會)의  대응으로 봐서 '마'는 말과 걸림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말은 거룩함의 걸(聖 沃 代)과 걸림을 드러낸다. 하늘의 태양신을 믿고 잘 따르면 풍년이 든다. 특히 땅이름 중 회(會)는 그 뜻이 '모을 - 몰 - 말'과의 걸림이 있기에, 또 말은 모여 떼로 살아 가기에 훈독 - 뜻을 따서 한자로 쓰는 쪽을 취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代)의 경우, 타고 간 말이 일정한 곳에 이르면 말을 갈아야 한다. 기실 따져 보면 기차역의 '역'도  말(馬)과 갈아 탐[驛]을 어우른 말이라 할 때 '대(代) - 갈아 탐'을 드러낸다 할 것이다. 하면 여기 '갈(걸)'이 타는 말을 뜻하지 않겠는가.

  삼국유사 의설화 중 혁거세는 가장 신비한 정보를 옮겨주는 구실을 하는 경우라고 하겠다. 흰말이 혁거세의 탄생을 울음으로 알려 준다는 사실이다. 말은 귀중한 교통수단이자 전쟁의 승리를 가져 왔던 짐승이다. 농경문화 적에는 논밭갈이의 주요한 동력을 제공하였지를 않았던가. 어느 마력(馬力)이라니. 아직도 자동차나 큰 기관의 힘을 마력이라 함은 단적으로 말의 쓰임새를 드러내는 보기라고 할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를 따라 붙는 말이 있었다. 그것도 흰말이 대부분이다. 우리말의 '희다(하얗다)'는 '해'에서 비롯한 낱말의 떼들이다. 이 또한 태양숭배를 전제하는 광명사상의 한 가지로 보아 좋을 것이다.

  입으로 하는 말(語)의 경우, ㅁ(馬) - 말과 같이 표기상 서로 다를 뿐이지 소리상징은 아주 비슷하다. 경우에 따라서  마경(馬經) 과 같은 글에서는 말의 조상을 용으로 보아 하늘과 땅을 휩쓸고, 불과 물을 다스리는 신격을 부여하는 일도 있었다. 입으로 하는 말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믿는 언령설의 경우, 말은 신이 사람에게, 사람이 신께로 옮기는 주요한 접신(接神)의 통로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땅이름을 보노라면 말 혹은 마(馬)의 분포가 많이 보인다. 말과 사람의 삶이 얼마나 가까이 있었나를 알기에 족하다(馬西良 金馬 馬川 馬山 馬項 馬岩 馬次 馬峴 五馬 馬首 馬場 馬田 馬津 馬韓). 하긴 임금의 표시로 말 매어 두는 말(말뚝) 또한 이와 멀지  않음이니 말을 중시하고 거룩한  짐승으로 생각했던 걸로 보인다.  하면 마니산의 마(摩)는 '거룩하다'는 뜻이요, 토템으로 보면 본디의 주체는 말(馬)이다. 이는 또 엄마, 마마의 '∼마'와 같이 경칭 접미사로도 쓰인다.

                '니(尼)'는 태양이라

  마니산의 '니(尼)'는 '리'이며 마니산을 마리산으로  해야 옳다는 주장도 있다. 기록으로 보아 고려조 이후 이전이 그러하고 조선조에 접어들면서 마니산으로 정착이 되었으나 소리는 여전히 마리산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럼 신라조의 초기에 니사금의 '니'나 옥천의 마니, 강원도 평강 땅의 마니령도 모두 마리로 했단 말인가. 글 쓰는 이의 생각으로는 읽는 소리야 '리'로 읽을 수 있다 하더라도 본디의 형태는 우리 자료로 보나 비교언어적인 바탕으로 보아 '니'로 봄이 옳다고 생각한다(日谿 - 泥兮(熱也) 尼山 - 熱也 摩尼 - 陽山 / 日本(nihon) 尼公(nigou) ningu(上 頭)<만주> / 尼師今).

  이야기로 보아도 단군신화의 '단군왕검'이나 연오랑세오녀, <고사기>의 여인과 해이야기가 그러하다. 특히 왕검의 왕(王)은  '니마(님 임)'로 읽어야 되는바, 여기 '니'는 태양신이요, '마'는 존경의 뜻을 보이는 씨끝이 된다. 행여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땅이름의 니(尼) -노(魯)의 불일치를 의심해 볼 수도 있다(尼山 - 熱也山 - 魯城). 땅이름을 고칠 적에 저어한 글자  가령 공자의 이름이나 자를 따다 쓴 것 등은 피하여 고치려는 경향이 있었다(大丘 - 大邱 加害 - 嘉善 坡害坪 - 坡平 尼山 - 魯城). 결국 니산 - 노성도 공자의 자인 니(尼)를 피하여 씀으로 해 노성(魯城)이 되기에 이른다. 조금 양보를 한다면 읽기로 보아 '마니 - 마리'로 읽는 건 가능하다. 모음 사이에서 이러한 흘림소리되기는  왕왕 일어나기 때문이다(아늠  - 아름 아나가야 - 아라가야 서나벌 - 서라벌 허낙 - 허락 등).

  그렇다고 해서 태양을 뜻하는 '니'가 근본적으로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니사금 또는 님금(임금)은 제정일치 시대에 태양신을 제사하는 제사장이요, 교황이었다. 같은 계열의 부름말로 니사금을 달리 자충(慈充)이라 한다. 고대 한자음으로 자충은 '즈증'이었고, 이 때 우리말에 파찰음소가 자리 잡지 못하였음을 떠 올리면 '즈증 - 스승'의 맞걸림이 가능하다. 스승은 더 작게 쪼갈라 보아 '사이'를 뜻하는 '슷'에 씨끝 '응'이 녹아  붙은 말이다. 사이라면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 종교와 행정의 머리구실을 하던 지도자가 '스승'이란 말이 된다. 지금도 함경도 지역의 말에서는 무당을 스승이라 일컬음을 보면 믿음을 더 해 주는 보기라고 하겠다.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신(神)은  다름 아닌 '태양신'일지니 '니 - 태양신'이란 대응을 미덥게 한다.

  마니산은 마리산이 아니며 '거룩한 태양신을 제사하는 장소'의 뜻을 드러 내는 겨레문화의 상징이자, 표상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기상으로 배달의 삶을 가꾸어야 할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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