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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조선의 소리 보람

        언제나 그리는 임 배달 겨레 삶의 햇살
        어둠을 불사르고 살아 타는 생명의 신(神)
        겨레는 해님을 바라 목숨됨을 기린다. - ('배달의 노래'에서)

  하늘의 해는 언제나처럼 불 타오르며 제 몸을 살라 누리를 밝혀 든다. 얼어붙는 엄동의 눈보라 속 검은 구름 사이로 내려 오는 한 줄기 빛을 생각해 보라. 해로부터 받는 혜택이랄까. 충족감은 더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맞아 들이게 된다. 윗글은 글쓴이의 서사시조집의 한 마디 글이다. 우리의 한아비들은 존경의 대상으로 모든 힘의 뿌리로 해를 생각하였다. 지역에 따른 사투리말에서 힘을 '심'이라고 한다. 말의 됨됨이로 보아 '심'은 '시다'에서, 시다는 '세다'에서 말미암는다. 세다의 세는 '세(새) 헤(해)'와 같은 맞걸림을 보인다. 마침내 힘은 그 소리의 상징이 태양에서 비롯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나라를 일러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일컫는다. 어두운 새벽의 시간과 공간의 사이를 뚫고 태양이 솟아 오른다. 우리 겨레도 마찬가지다 . 태양숭배의 알타이말 계통의 겨레와 곰신앙을 하던 겨레 사이의 어둠을 헤치고 단군조선을 일으킨 것이다. 하늘의 나라를 일구어 태양신과 곰신을, 특히 곰신을 조상신으로 받들어 모셔 아사달 터에 나라를 세웠음이요, 거룩한 제단 - 소도(蘇塗)에 나아가 정성스러운 제의를 갖추었다. 신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하늘의 겨레들이요, 신의 백성들이었다. 이름하여 배달겨레. 배달이란 밝음의 터전, 하늘의 땅으로 바꿈질 된다. 거꾸로 밝음 지향의 겨레들이 살았으니 땅이름 또한 아사달이요, 배달이라 한 것이다. 박달 또는 배달은 뜻으로 볼 때, 한 줄기에서 뻗어 나온다. 이제 옛부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나라를 조선이라 하였으니, 하면 조선과 태양의 걸림은 어떠한가. 조선에 대한 중국의 옛 기록들이 더러 보인다. 황하의 북동쪽에 퍼져 살았던 북방의 여러 겨레를 이르는 것(관자 전국책), 요동반도 중심의 땅을 가리킨다는 설(상서대전 산해경), 서북한 지역이나 하북성 또는 요녕성 지방으로 뒤섞인 뜻이란 자료(사기), 서기 82년 경에 쓰여진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에서는 한반도의 서북쪽 정도로 자리매김을 해야 된다는 설들이 있다. 실로 다양하다.

  나라의 힘이 약해 지고, 겨레정신이 움츠려 들면 자기들에게 좋은 대로, 입맛대로 적어 버리면 그 뿐. 한편 우리의 자료 몇 군데를 살펴 본다. 먼저 동국여지승람의 경우, 조선은 동쪽에서 해가 뜨는 모습(居東表日出)과 걸림이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 에서는 조(朝) - 동방, 선(鮮) - 선비산이라 하여 '선비산 동쪽의 나라'로 풀이해야  옳다는 거다. 다시 근대사로 와서 육당 최남선은 '첫 새벽'으로, 이병도는 '해가 뜨는 곳'으로 풀이한다. 조선에 대한 글 가운데에서 상당한 길잡이가 되는 것은 강길운(1990.고대사의 비교언어학적 연구)에서다. 조선은 나라의 이름이기보다는 기원적으로 겨레의 이름이라는 풀이. 조선을 화북성 지역으로, 요녕성 지역으로, 서북한으로 이르는 것은 고유명사가 아니고 보통명사이기때문. 땅의 이름이라면 하나의 이름으로 여러 군데를 이름은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니까 지역에 관계 없이 동아리 지어 중국의 동북 지방을 중심으로 산 사람들이 조선이란 겨레들로 본 것이다. 그러다가 부족국가 사회로 되면서 조선이란 겨레 이름이 나라 이름으로 쓰이게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럴 듯하다. 이를테면 원시 씨족공동체 사회에서는 짐승을 조상신으로 하는 이름들이 나라 이름 그대로 쓰이는 일이 종종 있다. 예맥의 '맥'이 그러하고, 고구려 고려를 '고마'로 읽는 것은 '곰'겨레가 다시 나라의 이름으로 된 보기 따위이다. 흔히 고조선의 형성기반을 예맥에서 찾는다. 이 때 맥 또한 곰의 내용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 진다. 만주말로 조선이 주선(jusen), 여진말로는 죠션(zyocyen)으로 맞걸린다. 변한국의 주선국(州鮮國)과 더불어 같은 말의 소리를 썼을 것인데 겨레의 이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조선은 솟음이요,태양이다.

  강길운(1990)에서 또 이르기를 기왕에 소리를 따다 쓸 바에는 태양숭배와 겨레들의 앞날이 아침과 같이 환하게 되기를 비는 것으로 적었을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한편 조선은 숙신(肅愼)과 같은 말이며 겨레의 이름으로 보인다고 풀이. 글자 그대로를 살피자면 '정숙하고 삼가함'이 있는 겨레란 뜻이다. 삼가함은 여기서 경건하게 제사를 모시고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종교적인 의식들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곰토템의 투영이라고 할 자료에서도 곰에 대한 경건하고 삼가함이 드러난다(고마熊고마敬 고마欽(신증유합)juketehen jukten sukji<만주어>). 보인 비교자료(sukji)에서 '숙신 - 제단'의 대응은 상당한 암시를 주고 있다. 삼국유사에서 아사달에 제단을 모신 거룩한 장소를 소도(蘇塗)라 하였으니 '소도'와 숙신, 그리고 조선은 같은 뜻바탕을 갖는 변이형이 아닌가 한다. 이두식으로 읽으면 'ㅅ(솟) - 숫'이 되고 조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당시만해도 이른바 터짐 갈이소리 - 파찰음이 아직 발달하지 않고 뜻의 변별이 어려우므로 '조선 소선 솟(숫)'으로 읽게 된다. 하면 '소도'와 조선은 다를 바가 없다. 민속 가운데 솟대는 지금도 강원도와 전라 경상도의 일부 바닷가에서 행하여 진다. 강한 전통과 신앙, 초월성을 지닌 마을의 신앙으로 떠올려  '짐대서낭님 짐대당산 별신대 용대 추악대'등으로 불려진다. '솟아 있는 대'로 풀이되는 솟대는 장대와 새로 이루어지는 복합물이다. 여기 장대는 소도의 큰 나무로서 우주의 나무 또는 세계수(world tree) 상징을 드러낸다. 우주나무란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나 길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새는 하늘의 새 혹은 천둥새로 보는 이도 있다. 대략 새의  모양은 기러기 오리 모양이며 이 밖에도 까마귀 따오기 갈매기 원앙새 등의 모습이 종을 이룬다.

  굿판에 가 보면 무당들이 '대'를 잡는다. 그 대로 신이 내린다는 것이다. 이로 보면 솟대로 신이 내리고 소도는 솟대가 있는 제의 공간으로 거룩한 장소였다. 이 곳에 들어 가면 사람 죽인 이라도 우선은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결국 '조선 - 소선 - 솟'으로 간추릴 수 있다. '솟'은 '솟  - ㅅ(솥) - 솔 / 섯 - 섣 - 설 / 숫 - 숟 - 술 / 싯 - 싣 - 실'의 낱말겨레를 이루어 낱말의 밭을 만든다. 뿌리가 되는 뜻은 '사이(間)'이다. 아침 동산에 하늘과 땅 사이로 솟아 오르는 게 무엇인가. 해 바로 태양이다. 태양은 하늘을  대표하는 신이요, 거룩하게 모셔 받들 위대한 자연물 이상의 그 무엇이다. 신에게 빌고 제사를 주관하던 제사장을 스승(巫)이라 하였다. 함경도 지역에서는 지금도 무당을 스승이라 한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때의 임금을 삼국사기 에서 김대문은 자충(慈充)이라 풀이한다. 자충도 마찰음으로 바꾸면 자충 - 스승이 된다. 스승은 '사이(間)'를 뜻하는 '슷'에 접미사'응'이 녹아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신과 인간.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 종교와 정치의 지도자로서 인간과 신의 걸림을 풀어 나아 갔던 이가 스승이었다. 지금은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을 이르지만. 옛말에 해는 '새(쇄)'였다. 이르자면 <박통사>의 닷쇄(五日)의 '쇄(日)'도 해를 가리키며 지역에 따라서 '새.쇄.쌔.씨.세'라 한다. 여기서 시옷(ㅅ)과 히읗(ㅎ)이 같은 마찰음으로 시옷이 약해지면 히읗이 되는 법. '새'는 중세말로 복모음이었으니까 '사이[sai]'라 읽는다. 사이는  '삿'에서 비롯한 것으로 '삿-솟-섯-슷-싯'계열의 낱말들이 같은 뜻을 드러낸다.

  '새(해)'는 쇠문화와 걸림을 보이기도 한다. 쇠그릇을 쓰게 된 이후 돌그릇을 쓰던 석기문화를 혁신한 문명의 태양과 같은 것이 '쇠'였다. 쇠도 말하는 지역에 따라서는 '새(쌔) 쐬 씨'였으니 같은 소리 다른 뜻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쇠'란 나무도 돌도 아니면서 그 사이쯤 되는 물체이니까 말이다. 우리말은 계통으로 보아 알타이(Altai)말이다. '알타이'도 만주말로는 아이신(Aisin)이라 하는데 이는 쇠(金)를 뜻한다. 결국 '새(해) -  쇠(청동기)'가 맞물려 소리상징으로 드러낸 것이다. 조선은 태양신 숭배, 태양신을 이른다. 우리겨레는 태양을 위로 하고 곰신을 아래로 하는 그 사이에서 말미암은 거룩한 하늘의 백성이다. 그 거룩한 초원의 빛을 되찾아 가기에는 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가야만 한다. 고지가 바로 저기이니까.

                아사달과 쇠그릇 문화

  역사학계에서는 단군조선의 시대를 청동기 문화 곧 쇠그릇 문화의 시기로 추정한다. 쇠의 나타남은 과학사에서 제3의 불을 일으키는 우라늄의 발견에 비유된다. 주로 돌을 쓰던 석기시대에 한 바탕의 큰 변화가 몰아닥친 것이다. 청동기를 비롯한 쇠그릇으로 말미암아 떠돌이 채집생활에서 보다 많은 생산이 보장되는 여름지이가 비롯된다. 차츰 적과 사나운 짐승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손 쉬워 지고 일상의 삶이 큰 안정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유엠부찐1982.고조선103면 참조). 우리 겨레의 역사로 보면 원주민격인 곰토템의 '고마'겨레와 태양숭배를 하던 '니마'겨레의 대통합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으니, 새로운 나라가 일어난 셈이 아닌가. 말이 문화를 되비친다고 하였다. 하면 앞에서 풀이한 단군조선의 문화적인 특징이 나라 세움의 상징이었던 터 - 아사달과는 어떠한 걸림이 있을까. 역사학계는 물론이요, 국어학계에서 이미 아사달에 대한 상당한 살핌들이 있어 왔다. 이병도(1959, 한국사 고대편)에서는 '아사달 - 아침(朝)'의 맞걸림으로 풀이하였다. 이에 대하여 강길운(1990, 고대사의 비교언어학적 연구)에서는 '아사 - 아ㅊ'의 소리가 서로 걸맞지 않고  땅이름의 보편성이 없다 하였다.  논의의 바탕은 비교언어학에 따른 외적 재구였으며 특히 '아시 - 아ㅈ 아ㅊ'과 같은 소리의 발달이 국어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땅이름의  대응과 알타이말과의 견줌으로 보아 '아사달 - 궁전이 있는 산'이란 풀이를 하였다.

  한편 이병선(1988, 한국고대국명지명 연구)에서는 '아사달 - 큰 읍 왕읍 모읍(母邑)'으로 상정한 바 있다. 아사달을 아사(阿斯)와 달(達)로 갈라서 '아사 왕(王)대(大)모(母) / 달 읍(邑)'으로 그 뜻을 동아리 지었다. 천소영(1990, 고대국어의 어휘연구)에서도 '아사달'을 우리말의 한자 차음 표기로 보고 '아사 / 달'로 나누어 '모성(母城)'혹은 '대읍(大邑)'을 드러내는 보통명사의 땅이름으로 상정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조선 또한 '아사'와 맞걸림을 두어 한자로 뒤친 것으로 보았다. 자료의 대응관계나 재구성의 방법을 통하여 본 것이니만큼 그 나름의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크게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①아침 ②궁전이 있는 산 ③대읍(大邑) 모읍(母邑) 왕읍(王邑) ④쇠산(金山) 등으로 가설을 갈래 지을 수 있다. 짐작하건대 첫 시작을 한 도읍터인지라, 시간으로 보면 첫 새벽(①)일 것이요, 제정일치 시대이니 마땅히 부족의 지도자가 있는  곳에 제단을 모신 궁전이 있어야 마땅하다(②). 왕이 사니 왕읍이요, 자연부락의 크기로 보매 스스롭게 가장 큰 대읍(大邑)이 될 밖에. 이로부터 모든 종족의 번영이 비롯했으니 모읍(母邑)이 되어야만 한다(③). 이 시기가 바로 청동기 문화가 말미암았으니 쇠를 중시하는 쇠문화 상징이 됨도 있음직하다(④). 하면 모두가 다 옳다면 참값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아니하다. 유연성으로 보면 모든 가설들이 다 그럴싸 하다. 문제는 무엇이 중심의미가 되며 다른 것이 주변적인 상징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한 마디로 쇠문화를 드러내는 '쇠(金)'상징의 이야기가 중심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침내 '쇠(새 세 ㅅ 쌔 씨 셰<방언>)'와 같은 뜻을 보이는 '아침'도 중심의미 '쇠(金)'를 뒷받침해 주는 큰 바탕이 된다.

  '아침'을 중세어에서 '새박(원각경 서46) 새배(두시 초7.14)새볘(첩해신어6.16)'라 한다.‘닷새(五日)(구급간이방  6.77).닷쐐(번역소학8.35)엿새(두창경험방)엿쇄(내훈 서5)'에서 '새(쇄 쐐 쌔)-해(日)'의 맞걸림은  '새'의 본질이 '태양[日]'임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강길운(1990-56)에서는 '아시 - 아ㅈ 아ㅊ'과 같은 / ㅅ  ㅈ(ㅊ) /의 발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조선 지역에서  '아ㅊ(아침)'계가 쓰이지 않았다고  상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찰음에서 파찰음으로 소리가 발달하는 것은 아주 스스로운 일이다(이병선1988-44 참조).

        (마찰음에서 파찰음으로 발달)
        (1) 比自火郡一云比斯伐(삼국사기지리1)
            完山一云比斯伐一云比自火(삼국사기지리4)
            嘉壽縣本加主火縣(삼국사기지리1)
            / 自[즈](Karlgren) 斯[스](Karlgren) / 적 - (少) suko(일본)
            잣(城) sasi(일본) 져(彼) so (其)(일본) 좁 - (狹) seba  (일본)

        (2) 낯이[나시] 빚이[비시] 꽃이[꼬시] 빛이[비시] 젖이[저시]

        (3) 東 - higasi(hi - 日 / gasi - 東)
            곰(굼 검 금) - 홈(훔 험 흠) - 옴(움 엄 음) / - gon >
            - hon > - on / 가시(gasi) - 하시(初) - 아시(東 金 朝)
            *  asi   -  쇠(金)   /  aisin(金)<만주>  alta(금)<몽고>   altin(금)           
         <터키> / 益城郡本高句麗母城郡今金城郡(삼국사기 지리2) 阿沙
             아샤卽今利城縣也(용가 7.23) / 錢 - asi(일본)(*益 - aisi(만주) asig(몽고))

  위의 자료로 보아 마찰음(ㅅ)과 파찰음(ㅈ ㅊ)이  넘나들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조음방법을 떠올리면 공기의 갈림이 큰 마찰음에서 차츰 조음공간이 좁아져 닿았다가 순간적으로 터지면 파찰음이 된다. 파찰음은 파열성과 마찰성이 합하여 소리의 특징을 이룬 것이니 마찰음에서 파찰음이 비롯했다함은 자연스러운 바 있다. 자료(2)를 살펴 보면, 오늘날에도 쓰기는 파찰음(ㅈ ㅊ)으로 적지만 읽기는 모두 마찰음(ㅅ)으로 읽음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마찰음에서 파찰음으로 발달한 산 증거라 해서 좋을 것이다. 아울러 자료(3)에서 동쪽은 가시(gasi)라 하였는데 말머리에서 기역의  약화탈락으로 '가시 - 하시 -  아시'가 되었고, 비교언어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시 - 쇠(金)'의 맞걸림을 알게 된다. 이제 청동기 문화 상징의  '쇠'와 알타이, 그리고 태양숭배의 샤머니즘에서 '태양 - 새(세 쇠 쇄 쐐 쌔 ㅅ > ㅎ(해))'를 어떤 걸림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아사는 쇠요, 문명의 씨앗

  돌그릇 문화에서 청동기의 나타남은 문화의 혁신을 뜻한다. 어둠 속의 빛에 비유하여 지나침이 없다. 석기 시대가 밤이라면 청동기 시대는 새벽이요, 아침이며 새로운 삶의 어머니에 걸맞는 상징이 되었다. 마침내 쇠(새 - 해金)가 '니마'의 '니-'계를 밀치고 태양을 뜻하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쇠(새 - 해)는 모두 '사이'란 뜻을 바탕으로 한다. 쇠는 나무와 돌의 중간 쯤으로 보았음이요, 해(새)는 하늘과 땅의 '사이' 쯤으로 그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청동구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굳기 정도에서도 그러하며  빛깔도 붉은 해(새)와 같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단군왕검의 단군이 제사장으로 '스승'이라 했다. 스승은 '사이'를 가리키는 '슷(間훈몽자회)'에 접미사 '-응'이 엉겨 붙어 '슷 +  응  > 스승' 으로 굳어진 말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  예족과 맥족을 통합해서 누리를 다스려 간 제정일치 때의 종교직능자가 바로 스승이다. 새로운 청동기 문화 시대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서 배달의 겨레를 이끌어  간 것이다. 나머지는 아사달의 '달(達) 산(山)읍(邑 梁 珍 靈 突)고(高)' 등의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것이 산이든 읍이든 문제는 제일 먼저 새롭게 도읍을 한 새로운 땅이요, 신시의 터전이라 할 것이다.

  청동기 문화와 태양숭배를 함께 드러내는 '아사(아시 아스)'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드러낸다고 했다. 처음이자 생명의 말미암음으로 풀이할 '아사(아시 아스)'는 폐음절이 되면서 '앗'의 형태가 된다(아시벌 논김 매기 아이  논매기의 '아시 - 처음(初)). 말은 시간과 공간을 달리 하면서 그 모양이나 뜻이 갈라져 이른바 말의 겨레 곧 단어족을 이루어 간다. 하면 '아사(앗)'의 경우는 어떠할까. '앗(아사)'의 의미 특징은 위에서 보인 쇠(金) 처음 아침 어머니 크다 왕과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 진다. '앗'은 받침에서 같은 계열의 소리로 바뀌어 더  많은 낱말로 늘어나고, 모음이 바뀌어 '엇-'계의 말로 번져 간다. 먼저 '앗-'계의 경우를 보자.

        ('앗-'계의 낱말 겨레)

        (4) (앗-) 앗(아우) (내훈3.21) 아 (앗+이>아시>아 >아이(애))
            (훈몽자회 하12) / (ㅇ-) 아ㅈ마님(석상6.1)아ㅈ(노걸대 상23)
            아ㅈ(아침)(송강가사1.18)아조(신증유합 하61)아지(새끼)(훈몽자회 상18) / (ㅇ-) ㅇ(까닭)(금삼2.8)ㅇ다(적다)(내훈1.33)아침(처음)(여사서언해3.9)

        (5) (ㅇ-) 아ㄷ(훈몽자회 상31)아득ㅎ다(석봉천자문 26)아듭다(두시 중14.4)

        (6)(알-) 알(석상3.10)알등(알같이 생긴 등)(해동가요116)

  결국 말의 끝소리에서 'ㅅ(ㅈ ㅊ) -  ㄷ- ㄹ'로 된 셈이다.  예서 다시 모음이 바뀌면 [엇-]계가 드러난다. '앗'과 함께 낱말의 갈래를 알아 보자.

        ('엇-'계의 낱말 겨레)

        (7) (엇-) 어시(짐승의 어미<함경방언>)어이 없다(터무니가 없다), 어이아들(母子) / 엇막다(용가44)엇먹다(청구영언)어슬음(역어 유 해 보1)

        (8) (얻-) 얻다(찾다 결혼하다)(원각경언해 서46)얻니다(삼강행실도 효24)어듭다(용가30)어두이다(능엄경해4.118)

        (9) (얼-) 어렵다(얼이 없다)(두시 초22.47)어론(해동가요)어론님(청구영언)어리다(능엄경2.16)어름(용가30)얼다(얻다)(두시초1.36)얼다(교배하다)(박통사 초상34) 얼운(두시 초21.6)

  '앗- 엇-'계는 홀소리가 바뀌어 갈라진 모음교체에 따른 낱말의 겨레들로 보인다. '엇-'계는 음성모음에 따른 형태들인데 생산을 드러내는  것과 방어를 드러내는 경우(7)가 있다. 이를테면 청동기로 된 쇠문화의 보급은 엄청난 농업생산을 가져 왔을 뿐 아니라 적에  대한 공격과 방어를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쇠 금(金)의 상징성은 아주 복합적이다. 이두식으로  읽어 그 뜻(訓)은  '쇠'이지만 소리(音)는 '금'으로 고마(곰)의 표기적인 변이형인 '검(감 굼 금)'과 같다. 본 바탕은 곰토템의 신앙이로되 거기에 청동기 문화를 지닌 태양숭배의 샤머니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益城 - 母城 - 金城 - 也次(어시)<삼국사기>).

  '엇'이 어머니라면 거기서 비롯한 것이  '앗'이다 '앗(ㅇ)'은 비롯됨이요, 말미암음이니 어버이에서 나온 알이며 아기이다. '얼 - 알'에서 얼이 알의 생명이라면 알은 그 얼이 담긴 드러남이다. 기원적으로  '아시(asi altai)'가 쇠붙이임을 떠올리면 청동기 문화를 가진 예족과 맥족(곰 겨레)의 어울림이  고조선 형성의 큰 흐름이었음을 가늠하게 한다(濊 - 歲羽切(슈-쇠-새)). '얻다'의 경우도 그 예외는 아니다. '결혼하다 찾아내다'의  뜻으로 쓰임은 생산과 어울림에  바탕을 둔다.

  하면 '알'은 어떠한가. '앗 - ㅇ - 알'과 같이 끝소리가 바뀌어 일어난 말로서, '얼'과 맞걸림이 있다. 김알지, 석탈해, 박혁거세, 김수로의 이야기가 모두 알에서 비롯한다. 알을 낳는 어미는 대략 '새'라 일컫는다(飛禽總名새됴(鳥)<훈몽자회 하2>). 방언형으로 보면 새는 '세(새 씨 쇠 사이)'로 쇠와  서로 어울림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알-'계에 드는 말겨레에는 '알 알나리 알뚝배기 알땅'등이 있고 이에 맞먹는 한자어를 합하면 더 많아짐은 물론이다. 알과 아이(아시初)는 시작이며 생명이 자라는 몸집이다. 기본적인 뜻 바탕은 쇠붙이인 동시에 태양을 원관념으로  한다. 태양이 환하며 둥글고  주황색인 것처럼 알 또한 예서 멀리 있지 아니하다. 간추리건대, 아사달은 곰토템과 청동기 문화를 지닌 태양 숭배를 하던 겨레들이 어울려 '새롭게 일으킨 쇠문화의 터전'으로 상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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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리말의 상상력 2 - 2. 말 달리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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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치악의 말미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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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새로움과 관동(關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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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우리말의 상상력 2 - 2. 마니산과 하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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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조선의 소리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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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옛 조선의 맥,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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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스승은 거룩한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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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임과 해우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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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우리말의 상상력 2 - 2. 팔공산은 믿음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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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우리말의 상상력 2 - 2. 어머니와 곰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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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우리말의 상상력 2 - 1. 강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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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우리말의 상상력 2 - 1. 횡성, 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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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우리말의 상상력 2 - 1. 백마강,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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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우리말의 상상력 2 - 1. 영산강과 용, 섬진강과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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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서울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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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우리말의 상상력 2 - 1. 두만강과 조선왕조, 대동강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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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우리말의 상상력 2 - 1. 한강의 뿌리, 우통수(于筒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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