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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스승은 거룩한 교황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라.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참된 스승을 그리워 함은 예나 오늘 없이 매양 한가지이다. 인류의 역사에 빛을 남긴 이들은 대부분이 거룩한 스승, 영혼의 스승들이었다. 참과 거짓이 무엇이며 앎과 삶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이. 쌓아 온 인류의 문명과 문화 유산을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옮겨  주는 이. 이들이 다름 아닌 우리 삶의 스승인 것이다. 말은 삶의 양식 곧 문화를 되비친다고 했다. 문화가 달라지면 말도 달라지며, 말이 있는 곳에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만나 넉넉한 사회생활을  이루어 가게 마련. 옛적으로 거슬러 오르면 문화의 모습은 단순해진다. 수렵과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제의문화 사회가 그 중심을 이룬다. 제의문화란 무엇인가. 종교와 정치가 둘 아닌 하나의 형태로 한 지도자에 따라서 다스려 진다. 하면 '스승'이란 말의 내력으로 보아 과연 하늘신과 땅신에 제사하는 제의문화와는 어떤 걸림이 있는걸까. 세월이 흐르면 삶도 죽음도 많은 변화를 입게 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스승'의 경우도 예서 멀리 있지 아니하다.

  지금도 일부 방언에서 스승은 선생 또는 무당의 뜻으로 쓰인다. 그럼 중세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두시언해 와 같은 자료들을 보면 '승려 왕 무당 선생'등의 여러가지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시대를 거슬러 신라 초기로 가면 '스승'은 왕(王)의 뜻으로 쓰인다. 가령 삼국사기 의 '자충(慈充)'이 그러한 보기이다. 당시의 한자음으로는 자충이 즈증(즈중)이었으며, 당시 우리말에는 ㅈ- ㅊ(ㅉ)같은 터짐갈이소리(파찰음)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였기 때문에 마찰음 ㅅ- ㅆ으로 소리가 난다. 결국 '즈증'은 스승으로 소리가 나게 된다. 삼국유사 의 단군조선 시기에는 비, 구름, 바람스승이 있었으니 이들이야말로 행정과 종교를 함께 이끌어간 이들이었다. 유럽으로 치자면 로마의 교황에 맞먹는 그러한 구실을 했다. 참고로 삼국사기(권1) 의 경우를 들어 보자. 남해 차차웅 혹은 자충에 대하여 김대문(金大問)은 풀이하기를, 자충이란 당시 한국말로 '무당'의 뜻이다. 세상 사람들은 무당 곧 자충을 통하여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받들어 모셨다. 해서 자충을 두려워 했으며 마침내 사람들은 존귀한 어른을 '자충'이라 하였다. 신라 22대 지증왕 이전에는 왕에 대한 부름말을 '니사금  - 마립간 - 거서간 - 스승'이라 불렀다 했다. 스승은 '사이(間)'를 뜻하는 슷(훈몽자회)에 접미사 '-응'이 녹아붙어 쓰이는 말로 보인다(슷 + -응 > 스승). 이렇게 스승이 '사이'에서 말미암았다면 무슨 사이에서 종교와 행정의 지도자 구실을 하였단 말인가.

  제정일치 시대였으니 부족의 머리이자 종교직능자로서 스승은 종족의 번영과 안녕을 신에게 빌었을 것이다. 그러니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스승의 구실이 이루어졌음을 무리 없이 미루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종족과 종족은 물론이요,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 안팎으로 사제의 일을 풀어 나아갔다. 결국 인간과 신 사이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다스리는 몫을 해냈던 것이다. 이를테면 징검다리의 구실을 한 중간자 - 사이였다고나 할까. 마침내 거룩한 영혼의 스승들은 하늘의 태양신과 땅의 지모신으로부터 다스림의 권능을 얻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마치 태양이 비치는 누리에서는 태양이 가장 센 존재로 영향력을 휘두르듯이 말이다. 그럼 비는 대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하였는가. 삼국유사 의 단군신화를 보면 단군왕검의 아버지는 환웅이요, 어머니신은 곰이었다. 이르자면 환웅(桓雄)은 환인으로 이어지는 하늘님이요, 곰 - 웅녀(熊女)는 물이요, 땅 혹은 굴(구멍)이라 할 지모신이라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의 만남이요, 물과 불의 어우름이 아닌가. 배달겨레는 단군의 아들딸이니까 우린 하늘의 백성이요, 거룩한 스승의 제자들이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깨어지고 넘어져 도저히 넓고 큰 기맥을 펴지 못하고 살아 온 쭈글스런 나날들. 말이 안된다. 긴 여행의 길목에서 정녕 시련의 큰 고비를 오르고 내렸으니 지금도 시련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고조선은 스승문화

  사이와 관련하여 고조선의 짜임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유엠부찐이 지은 고조선 (1990)에 따르면 우수리강에서 내몽고 황하의 동북방에 이르는 지역에  예(濊)족과 맥(貊)족이 살고 있었는데 이 두 종족이 합하여 고조선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영역이 이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환웅은 환인 - 단군의 사이에서 신성(神聖)과 인성(人性)을 함께 갖춘 통치자였고 단군은 환웅 - 웅녀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말이다. 세상살이란 게 본시 인간관계  속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 가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사이란 말은 흔히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안는 관계의 속내로 풀이된다. 관계라 함은 사물과 사물의 상호작용이 아니던가. 이러한 서로의 상호작용이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란 없는 법. 우리 사람의 인식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둘레의 사물이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객관의 주관화요,  정신활동으로 말미암는 되만듦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이'가 어우러져 녹으면 '새'가 된다. '새'와 같은 소리로 나는 동음이의어를 사투리말에서 찾아 보면 하늘나는 새, 쇠붙이, 새로움, 풀, 날짜를 헤아릴 때의 새 따위가 있다. 새, 쇠, 세는 모두 중세국어에서 겹소리 사이로 읽어야 한다. 행여 이들 말들은 함께 갖고 있는 뜻은 없을까. 먼저 날짜를 헤아릴 때의 경우 흔히 닷새(쌔)엿새라 한다. 분명 태양 곧 해를 이른다. 옛적에는 해가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하늘과 땅의 사이에서 뜨고 진다고 보았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기로는 해가 떴다 지는 것으로 보이니까. 그럼 하늘을 나는 새도 마찬가지인가. 쇠붙이는 어떠한가. 쇠 또한 나무와 돌 사이의 특성을 가진 것으로 인류문화에 해와 같이 큰 영향력을 가졌으므로.

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본디 혀는 방언에서 '세(쎄 쌔)'라 한다. 짐작하건대 윗턱과  아래턱 사이에 만들어진 근육조직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시옷(ㅅ)이 시옷과 히읗으로 나누어져 동음이의어로서의 맞부딪힘을 피해 간 것으로 보인다. 실로 공간이나 시간의 바탕이 없다면 무엇으로 사물의 존재를 파악하겠는가. 이 모두가 '사이'의 뜻 얼개에 드는 큰 갈래들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따지고 보면 스승은 신과 사람의 사이에서  예언하는 구실과 푸닥거리 곧 사람 사이에서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맺힘을 풀고 닦는 구실을 하지 않았던가. 이를테면 신과 인간 사이에서,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 풀고 닦는 기능을 한 겨레의 꿈이요, 이정표였다. 달리 영험하고 거룩한 대제사장이었던 것을  누가 부인하리오. 제정일치 사회에서 스승들은  모두가 위대한 선구자들이었으니 단군이나 환웅이 모두 이러한 둘레에 든다 하겠다. 단군도 기실 무당을 드러내는 말로 쓰인다. 전라도말에서는 당골 단골레미 당굴과 같이 쓰이니 함경도 지역에서 무당을 스승이라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환웅(桓雄)은 어떠한가. 환웅의 웅(雄)은 스승의 슷과 상당한 걸림을 보여준다. 문헌에 따라서는 수웅(雄)이라 해 '수(ㅎ) - 숫  - 슷'이 어울려 한 겨레의 말임을 알 수 있다. 하면 환웅의 환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한겨레의 소리상징이요, 꾸미는 말로라면 크고 위대하다는 뜻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환웅이란 '위대한 스승'이요, 한민족의 머리란 말이 된다.

               스승문화의 그리움은 홍익인간

  한민족의 역사는 스승문화에서 말미암는다. 우리네 한아비들은 일찌기 사람의 사이를 소중하게 여겨 개인과 개인, 부족과 부족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뒤틀린 갈등을 풀어냈던 슬기를 지녔다. 아울러 신과의 오고감을 도맡아 다스렸으니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라 해서 지나침이 있을까. 빛과 그림자를 따라 모든 것은 바뀌어 간다. 바람에 구름이 몰리듯이, 파도가 일듯이 말이다. 한데 지금의 우리 정황은 어떠한가. 역사의 능선을 타고 뒤로 올수록 쪼갈라지고 줄어만 들어 남과 북으로, 동과 서로, 뒤엉킨 난기류가 있으매 이를 당장 어찌 한단 말인가. 참으로 뼈저림이요, 절통한 일이다. 밖에서 몰려 드는 많은 세력에 배달겨레의 스승문화는  마침내 깨어져 동강이 나고 말았다. 어찌됐든 우리 것을 잃어  버리고 석가모니 공자 예수의 가르침을 둘러싼 스승들이 판을 쳤으니. 그러나 어찌할거나. 우리 혼자서만 사는 세상이 아닌 바에 밖에서 들어 온 문화를 되새김질하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법에도 드러났듯이 우리 한겨레는 스승문화의 그리움을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두었다.  잃어버린 옛 문화의 영토를 되살려 오늘을 사는 새롭고 힘 있는 스승문화를 일으켜야 한다.

  참스승이란 어떤 것일까. 참과 거짓, 선과 악, 더럽고 아름다움에 대한 올바른 가늠을 하고 인간적인 사랑으로 겨레의 홀로섬에 슬기 있고 용감하게 앞 서가는 사람들이다. 임의 노래는 언제나 우리 곁에 들리지만 그  느껴움은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마음의 문을 닫으면 하늘의 소리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거룩한 영혼의 스승의 시대가 그립다. 위대한 겨레의 스승되기를 우린 모두 힘 써야 한다. 적은 수의 사람일지라도 참을 사랑하는 이들은 외롭지 않다. 신이 진실을 보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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