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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2. 태양숭배와 곰신앙


                임과 해우러름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정이 들어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 하는 사람을 '임'이라고 한다. 임을 향한 그리움은 늘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봄의 향내음 같은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이 그러하듯 임은 종교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론 참다운 가치의 표상, 잃어버린 조국일 수도 있지 않은가. 오늘의 '임'은 서로 다른 이성간에 가리킴말로 쓰인다. 중세국어의 자료인 훈몽자회 에서는 '님'으로 적혀 있어 머리의 소리를 제한하는 두음현상을 벗어나고 있다. 주로 임금.주인의 뜻으로 적힌다. 하면 님 - 임금의 맞걸림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님'은 '니마'에서  비롯되었으며 소리마디가 줄어 '니마 님'으로 된 게 아닌가 한다.  삼국사기를 따르면, 왕이란 부름말을 쓰기 이전에는 왕이 아니고 '니사금 거서간 자충(慈充)'이란 부름말이 쓰였다. 이들은 하나 같이 행정의 머리이자 종교지도자를 겸한 제정일치 시대의 지도자들이었다. 예컨대 자충은 스승이요, 무당이라 했다(慈充 方言謂巫也). 조선왕조 때만 하더라도 왕이 정치의 머리였음은 물론이요, 종묘제악을 다스리던 종교적 행위를 하던 이었다. 그러면 그들이 받들어 모시던 제의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상정하건대, 불신이자 하늘의 신인 태양신이 그 처음이며 물신이자 땅의 신이라 할 태음신 곧 곰신이 그 다음이 아닌가 한다. 모든 정성을 다해서 온 겨레의 정성을 모아 제사를 봄 가을로 모셨으니, 그 때를 상달이라 하며 그 곳을 소도(蘇塗)라 하지 않았던가.

  소리 상징으로 드러낼 때 하늘신은 '니마(님)'로, 땅신은 '고마(곰)'로 나타난다. 앞의 것은 천부신의 믿음이라면, 뒤의 것은 지모신의 믿음이라고 하겠다. 기원적으로 우리의 삶이란 하늘과 땅을 떠나선 그 의미를 잃고 말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이나 자연물에 대한 두려움이 많던 그 때에 태양과 땅 물이 크낙한 신의.. 의미로 떠 올랐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긴 모든 종교란 발생학적으로 경배하며 두려워 하는 외경(畏敬)에서 비롯하였으니까 말이다. 태양신을 우러르는 믿음은 이곳저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아주 보편적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환인 - 환웅 - 단군으로 이어지는 환인 중심의  이야기나 연오랑, 세오녀. 이 밖에도 남방계의 신라건국이나 가야 건국에 나오는 새의 알 또는 하늘의 말 이야기 등이 천신계의 하늘숭배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빗살무늬'의 빗살이 아닐까. 이는 다름  아닌 태양빛이요 원관념은 태양 곧 하늘인 것이다. 고조선 적의 고인돌 동쪽으로 머리를 삼아 장례하는 동침제 솟대 신앙이 그런 보기가 아니고 무엇이랴.

  태양신의 부름말이자 가리킴말이 '니마(님)'라 하였다. 하면 태양신과 왕(임금)이 같다는 말이 된다. 그 걸림은 어떻게 풀이해야 되는가. 말은 쓰이는 시간과 공간을 따라서 뜻도 바뀌고 형태도 바뀐다. 예를 들면 영감(令監)의 경우, 조선왕조 때에는 종4품 이상의 벼슬하는 사대부를  통틀어 이른 호칭이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어떤가. 잘 쓰이지 않음은 물론이요, 욕설에까지 쓰인다(저 놈의 영감텡이, 이 놈의 영감 등). 마누라만해도 그러하다. 신라 백제 때에는 왕비요, 조선조에 이르면 사대부의 아내로, 지금은 그냥 쓰이거나 임의로운 부름말로 쓰이지를 않는가(마누라 나 좀 봅시다. 마누라쟁이 등). 태양신을 가리키는 '니마(님)'의 경우도 같은 얼안에 드는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니마(님)'가 절대신인 태양을 가리키다가 뒤로 오면서 종교직능자인 군왕의 가리킴말 '임금'으로 바뀌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그리워 하고 좋아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쓰인다. 이를 간추리면 '니마 태양신 군왕 그리워 하고 좋아 하는 사람'이 된다. 이를테면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뜻으로 바뀌어졌다고나 할까. 홍익인간이란 게 그 뿌리는 하늘신에 닿아 있음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하늘 - 태양신의 권위에 힘 입어 사람을 다스린다는  것이었으니 군왕의 권력은 곧 하늘이 주었다는 왕권신수의 논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니마(님)'가 태양신 곧 하늘신을 드러낸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그 언어적인 질서는 어떠한 지에 대하여 살펴 보도록 한다.


                '니'는 태양이다.

  님(임)은 '니마'에서 소리마디가 줄어짐에 따라서 굳어진 말이다. 말의 됨됨이로 보아 니마는 '니(日)'에 존경을 드러내는 경칭접미사 '-마'가  녹아 붙어 이루어 진다. 땅이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한자의 맞걸림을 보면 '니'가 태양임을 떠 올릴 수 있다.(日 - 熱 - 泥 - 尼). 이는 일본어나 만주말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日(니 히) -  日本 尼公(니고우) 丹色(니이로) /   닝구<만주>닌(영웅)<퉁그스>).

 해마다 전국체전 때가 되면 하늘 제사를 모시고 불 곧 성화를 가져 오는 마니산의 경우도 '니 - 태양'을 뜻하는 좋은 보기라 할 것이다. 마니산은 강화도는 물론이요, 충청도 옥천에도 강원도 회양에도 있다.옥천의 경우, 마니산의 영향을 받아 이름 붙여진 방사형을 고려하면 마니산의  '마'는 '걸'로 읽어야 옳다고 본다(摩 : 聖 : 沃 : 馬<대동지지>). 하면 '마니-거룩한 태양신'의 뜻풀이가 가능하다. 니마의 '마'도 '거룩하다'의 뜻을 보이는 말이 제 뜻을 잃고 경칭접미사로 쓰이게 된 걸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니'는 태양이란 말이 된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게 바뀐다. 말 또한 그러하다.  태양을 뜻하던 '니'는 시간을 따라서 어떤 갈래들로 퍼져 나아갔을까. 낱말변화의 보람으로 보아 '니'는 기역 또는 히읗이 끝소리로 달라 붙는 특수변화를 하는 말이다. 이로 말미암은 '니'의 낱말겨레로는 '닉다 니기다 닛다 닐다 익다 이기다 잇다 일다'를 들겠다. ' 니'의 낱말겨레는 이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성모음계인 '니'에서 모음이 양성과 음성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말의 겨레들이 생겨 나 쓰이게 된다. 양성모음계열의 것으로는 '낫 - 낮 - 낯 낟(日)  - 낱다(現) - 날'등으로 대표되고, 음성모음 계열로는 '녀다(行) - 닛다 -  닐다 / 니마(임) 님자(임자)'와 같은  말들이 쓰인다.

  간추리건대, 임은 태양신을 가리킴에서 비롯한다. 여기서 다시 군왕의 뜻으로 바뀌어 쓰이며, 뒤로 와서는 그리워 하고 좋아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쓰인다. 부모님, 스승님의 '님'은 말의 내력으로 보아 '당신은 나의 태양이요, 임금이다'라는 뜻으로 새겨 진다. 상대를  부를 때에 아무개 씨보다는  아무개 님으로 불러 줌이 우리의 정서상 어떨까 한다. 상대편에서 나를  대접하기에 앞서 서로가 먼저 다른 이를 섬기는 생활이 우리의 한  아비들의 문화전통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서로를 태양신으로 섬기는 누리라면 이는 참다운 홍익인간에의 발돋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임은 바로 우리 마음에, 곁에 있는 가도 모를 일이다. 하늘에 빛나는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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