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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약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한글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잘 만들어진 문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남의 글자를 칭찬한다면 마음이 넉넉해 보이기라도 하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글자를 칭찬만 하자니 좀 쑥스러운 면도 있다. 혹시 사소한 점에서라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한글의 약점 같은 것은 없을까?

한글의 약점은 그 장점 속에 숨어 있다. 한글의 장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바로 한글이 매우 과학적이라는 장점 말이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하면 글자 모양도 비슷하다. 그래서 발음을 정확하게 분별하지 못하면 잘못 쓰기가 쉽다. 특히 처음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예민하게 발음을 분별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과학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한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풀어 쓰는 것이 아니라 네모 칸 속에 넓적한 모양으로 모아써야 하는 글자라는 점이다. 어떤 글자는 그 네모 칸이 무척 비좁다. 그렇다 보니 ‘틀’과 ‘를’, ‘흥’과 ‘홍’, ‘헤’와 ‘혜’ 같은 것이 헛갈리기 쉽다. 운전하면서 도로 표지판에 쓰인 지명이나 거리 이름을 읽을 때, 곁다리로 써놓은 알파벳이나 한자가 더 빨리 인식되기도 한다.

한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나이가 570년 남짓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문자의 세계에서는 미성년이라 할 만큼 아주 젊은 편이다. 한글은 앞으로 오랜 시간 숙성되면서 글자의 모양, 즉 ‘글꼴’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과학성을 유지하면서도 변별력이 높은 글자가 되는 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 서예라든지 한글 펜글씨 등이 공교육에 반영되어 글꼴 발전의 바탕이 되는 손글씨가 다양하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런 활동을 통해 다양한 글꼴이 자연스레 파생되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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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쓰기 신문

요즘은 신문이 한글로 가로쓰기 판짜기를 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겠지만 1980년대만 해도 한자를 섞어 쓰는 세로쓰기가 훨씬 일반적이었다. 최초의 신문인 <독립신문>이 한글판이었고 그 후의 <협성회회보>도 역시 한글판이었으니 우리의 초창기 신문은 사실 한글판에서부터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 세로쓰기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1947년, 광복한 지 채 몇해 지나지도 않아서 전라남도 광주에서는 매우 중요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광주에서 발행된 <호남신문>이 주로 한글을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가로쓰기 판짜기를 시작한 것이다. 한글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본다면 이것은 <독립신문> 이후의 첫번째 큰 도전이었다. 그 주역은 조선어학회에서 활동했던 이은상 선생이었다.

당시 <호남신문>의 발행 부수는 2만부에 육박하여 그리 밀리는 편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가로쓰기에 한글 위주의 신문이 불편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1952년에 여론조사를 해보니 찬성과 반대가 거의 엇비슷하게 나왔다. 당연히 찬성하는 측은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다 한다. 그러나 1956년 <호남신문>은 다시 세로쓰기로 돌아갔다. 이렇게 회심의 도전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다시 돌이켜본다면 <호남신문>의 도전은 대략 40년 후의 변화를 예고한 선구자적 시도였으나 그것을 지탱해낼 만한 사회적 저력이 부족했다. 그 이후 한글을 사용하는 가로쓰기판의 일간신문은 결국 1988년 <한겨레신문>의 창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렇듯이 <한겨레신문>의 판짜기는 1896년 <독립신문>의 탄생과 1947년 <호남신문>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거둔 90여년 만의 열매이다. 읽기 쉬운 모습으로 대중적 소통을 꾀하는 민주적 신문이 그 기본을 갖추는 데는 거의 백년 동안의 도전과 실험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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