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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1:04

한글박물관 / 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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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

1443년 훈민정음 창제, 1445년 용비어천가 지음, 1446년 훈민정음 반포, 1894년 갑오개혁 때 조선공식문자로 ‘국문’ 채택. 1907년 ‘국문연구소’ 설치. 1911년 일제의 ‘조선교육령’에 따라 ‘국어’의 자리를 일본어에 빼앗기며 ‘조선어’가 됨. 1921년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 창립, 1926년 ‘가갸날’(한글날) 제정, 1933년 ‘한글마춤법(맞춤법)통일안’ 발표. 1940년 일제에 의해 우리글 책 출판 금지, 1942년 조선어학회 수난 사건 발생. 1957년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 완성함. 1990년 국립국어연구원(국립국어원) 설치, 2005년 국어기본법 발표, 2014년 국립한글박물관이 문을 엶.

한글박물관을 훑어보며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나온 1948년 1학년 국정교과서 이름은 ‘바둑이와 철수’이고 주인공은 철수, 순이, 영이, 바둑이라는 것. ‘ㅏ’는 ‘위 아’, ‘아래아’(ㆍ)는 16세기 이후 글 교재로 쓰인 ‘언문 반절표’의 순서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ㄱㆍ’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 ‘나랏말ㅆㆍ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의 글자 수는 108개로 세종대왕의 불심이 담겨 있다는 것. 정조를 비롯한 임금과 김정희 등 양반도 한글을 썼다는 것 따위다.

박물관 1층에 있는 도서관 한쪽 벽을 밀면 벽이 스르르 돌아가며 숨겨진 공간이 나온다. 벽이 책꽂이가 되는 ‘비밀방’은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 곳이다. 2층의 상설전시실, 3층 특별전시실과 한글놀이터의 꾸밈도 눈길을 끈다. 시시콜콜한 재미를 안겨주는 전시를 본 뒤 ‘한글박물관은 문자뿐 아니라 문화를 다루는 주제 박물관’이라는 담당자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야기엮기(스토리텔링) 방식의 전시 연출 덕분이다. 관람을 마친 뒤 박물관 직원 여럿에게 물었다. ‘전시물 가운데 딱 하나 골라 자랑할 게 있다면?’ 답은 이구동성이었다. ‘정조 어필 한글 편지첩’. 백성은 물론 사대부와 임금도 한글을 썼다는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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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보름달, 지구 그림자에 먹히고 있음. 동녘 하늘 지평선 너머…’, ‘정말 달님이 먹히고 있어요~’, ‘지금, 거의 다 먹었다!’. 지난 8일 ‘붉은 달’이 두둥실 떠오른 밤에 벗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다. 해와 지구와 달이 나란히 늘어선 특정한 때 생기는 개기월식. 이걸 보며 너나 할 것 없이 ‘먹(히)다’ 하는 게 재밌었다. 정말 그랬다. 달 아래쪽부터 둥글게 드리워지는 지구 그림자가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갉아먹을 식(蝕)’을 붙여 월식(月蝕)이라 하는 것이리라. 일본과 중국이 ‘먹을 식(食)’의 ‘월식’(月食)을 주로 쓰는 것에 비하면 한결 운치 있어 보이는 표현이다.

사전은 월식의 한자로 ‘月蝕’과 ‘月食’을 함께 제시한다. 중국과 일본도 月蝕을 쓰지만 빈도는 사뭇 다르다. 1920년 이후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 기사에는 月蝕이 3배 정도로 많이 보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月食이 오히려 우세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기록했을까. 뜻밖에 月食(405건)과 月蝕(33건)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영조실록까지는 月蝕이 번갈아 나오지만 정조 이후에 이 표기는 보이지 않는다. 월식이 34번이나 언급된 고종실록에는 月食만 나온다. 20세기 이후 月蝕이 널리 쓰인다고 해서 ‘우리는 月蝕, 중국과 일본은 月食(月蝕)을 쓴다’는 얘기는 정설이 아닌 것이다.

벌레들이 나뭇잎 갉아먹고, 헌책에 좀 쏠듯이 지구 그림자에 먹혀가는 붉은 보름달을 보며 ‘보름달’을 떠올린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한 입 베어 물고 두입 세입 야금야금 파먹다 보면 없어지는 ‘보름달’ 빵 얘기다. 동글고 폭신한 빵 사이에 달콤한 크림을 떠올리며 흐뭇한 추억에 잠길 무렵 또 다른 ‘추억의 주전부리’ 뉴스가 나왔다. 이른바 ‘식중독균 웨하스 파동’이다. 또 다른 ‘웨하스 파동’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없지 않다. ‘웨하스 파동’ 이야기는 다음주에 이어진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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