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09 16:54

산막이 옛길

조회 수 6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산막이 옛길

내 고향은 충북 괴산으로, 수려한 자연 경관을 빼곤 딱히 더 내세울 게 없는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화양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 등이 여름휴가 장소로 이름을 얻기 시작하면서 여름철엔 외지인으로 북적북적해졌다. 얼마 전부터는 ‘산막이 옛길’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산막이 옛길’은 산막이 마을로 가는 총 10리의 옛길을 이르는데, 괴산군에서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복원해 놓은 산책길이다.

산책길로는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제천의 ‘자드락길’, 강릉의 ‘바우길’ 등이 유명하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자드락길, 바우길 등으로 산책을 떠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색 있는 산책길을 개발하여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그런데 산책길의 이름 대부분은 고유어나 그 지역의 방언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둘레길’의 ‘둘레’는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뜻하는 고유어이고, ‘자드락길’의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반면 ‘올레길’의 ‘올레’는 ‘골목’의 제주도 방언이고, ‘바우길’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 방언이다. ‘산막이 옛길’의 ‘산막이’는 ‘산(이) 막다’에서 파생된 말이므로 고유어로 볼 수 있다.

산책길의 이름으로 고유어나 방언이 활용되는 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상품, 가게, 아파트 등의 이름 짓기에서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더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산책길이 특정 지역의 관광 명소로 개발된 데 말미암은 것이리라!

여하튼 고유어가 제한적이나마 대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좀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642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29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7824
1804 바람의종 2012.09.12 8919
1803 산통 깨다 바람의종 2007.05.10 10843
1802 산전수전 바람의종 2007.07.19 8262
1801 산오이풀 바람의종 2008.04.07 6865
»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635
1799 산림욕 / 삼림욕 바람의종 2008.08.21 7082
1798 바람의종 2013.01.25 17759
1797 삭이다, 삭히다 / 썩히다, 썩이다 / 박히다, 박이다 바람의종 2008.10.10 10512
1796 삭부리 바람의종 2008.08.04 7266
1795 사회 지도층 바람의종 2011.11.25 9678
1794 사파리 바람의종 2009.06.30 6616
1793 사투리와 토박이말 바람의종 2007.10.20 9625
1792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011
1791 사탕·기름사탕 바람의종 2008.06.07 8688
1790 사촌 바람의종 2008.01.24 10141
1789 사체, 시체 바람의종 2009.07.29 9006
1788 사주단자 바람의종 2007.11.10 11648
1787 사주 바람의종 2007.07.19 8954
1786 사족 / 사죽 바람의종 2009.03.01 7584
1785 사족 바람의종 2007.07.18 6231
1784 사전과 방언 바람의종 2007.10.28 5894
1783 사전(辭典), 사전(事典) 바람의종 2012.02.01 77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