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8 15:05

한소끔과 한 움큼

조회 수 3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소끔과 한 움큼

신혼 시절, 찌개라도 한번 끓이려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너 댓 번은 했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난다.” “그건 팔팔 끓여야 되는 거야.” “한소금 끓으면 바로 건져내.” 불 조절이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때 다른 건 알겠는데 ‘한소금’이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거품이 한번 부르르 올라올 때까지’가 ‘한소금’이란다. 그런데 ‘한소금’을 사전에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한소쿰’ 혹은 ‘한소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소끔’이 표준어다.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말한다. 조리법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넣은 뒤에 그 재료가 다시 한 번 끓을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밥이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소끔’은 또 ‘일정한 정도로 한차례 진행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한소끔 잤다’라고 하면 ‘한숨 잤다’는 뜻이 된다. ‘한소끔 되게 앓았다’고 하면 ‘한차례 심하게 아팠다’는 뜻이다.

‘한 움큼’이라는 말도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이다. ‘움큼’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 ‘웅큼’이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이가 과자를 한 움큼 집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움켜쥘 만큼’이 줄어서 ‘움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모양이나 소리, 느낌까지 그대로 연상이 될 때다. ‘한소끔’과 ‘한 움큼’도 나에게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2891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7579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0527
3300 할망구 바람의종 2007.04.24 10887
3299 할말과 못할말 바람의종 2008.01.05 7163
3298 할려고? 하려고? 바람의종 2010.07.25 14148
3297 할 일 없이 / 하릴없이 바람의종 2010.08.03 12658
3296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768
3295 할 게, 할게 바람의종 2009.08.03 9514
3294 한풀 꺾이다 바람의종 2008.02.01 15745
3293 한통속 바람의종 2007.04.23 6137
3292 한테·더러 바람의종 2009.05.02 8680
3291 한터와 자갈치 바람의종 2008.03.12 8779
3290 한창과 한참 바람의종 2010.03.10 11363
3289 한참동안 바람의종 2007.04.23 8752
3288 한참, 한창 바람의종 2008.10.29 7746
3287 한잔, 한 잔 바람의종 2009.07.22 9025
3286 한자의 두음, 활음조 바람의종 2010.04.26 12024
3285 한자성어(1) 바람의종 2008.06.19 7374
3284 한자를 몰라도 風文 2022.01.09 789
3283 한약 한 제 바람의종 2007.09.19 10724
3282 한식 요리 띄어쓰기 바람의종 2010.08.19 13843
»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398
3280 한성 바람의종 2007.09.18 10853
3279 한번과 한 번 1 바람의종 2010.08.14 151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